주초부터 목요일까지는 아침 기온이 영하 10도를 밑도는 한파가 기승을 부렸다. 내심 주말에 악우들에게 예고했던 야외 암벽등반 계획을 접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망설임이 있었다. 햇볕이 없거나 낮기온이 영상으로 올라오지 않는다면 실내 인공암벽을 찾기로 하고 우선은 강촌의 유선대 암장으로 등반지를 결정하여 공지했다. 유선대 암장의 사정이 여의치 않을 때를 대비한 플랜 B로는 예전에 둘러본 적이 있는 춘천 봄내체육관의 인공암벽장에서 운동하는 것을 염두에 두기로 했다. 다행히 금요일 오후부터는 기온이 영상으로 올라왔고, 토요일에도 춘천지역의 일기예보는 맑음이었다. 겨울 햇살을 받아 환하게 반짝이고 있을 유선대 암벽에서 악우들과 함께 등반할 수 있는 희망이 부풀어 오른 것이다.
아침 8시에 서울을 출발하여 9시 40분 즈음에 강선사 주차장에 도착했다. 영하 5도의 기온이지만 그리 춥게 느껴지지 않았다. 길지 않은 어프로치 후에 아늑한 베이스캠프에서 여유로운 커피타임을 갖고, 10시 40분부터 중앙벽에서 등반을 시작할 수 있었다. 예상했던 것보다 암벽은 차갑지 않았다. 여분의 초크백에 핫팩을 담아 간간히 손을 데우면서 등반하는 맛이 각별했다. 오늘 유선대 암장에는 우리팀 외에 하루종일 아무도 오지 않았고 바람도 잔잔했다. 그 덕택에 5명의 악우들이 '독수리 오형제'처럼 오손도손 챙겨주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겁게 등반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세 마디의 '그리움길' 루트를 통해 아직까지 북사면에 잔설이 하얗게 쌓여 있는 유선대 정상을 밟은 순간이 특별했다. 동계 시즌에 처음으로 도전해 본 멀티피치 등반이라서 더욱 소중하고 뜻깊은 등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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