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적연에서 비둘기낭 폭포에 이르는 포천 한탄강 주상절리길 4코스를 걷고 싶었다. 하지만 아침 8시에 서울을 출발할 때부터 날씨가 심상치 않았다. 의정부에서부터 간간히 날리기 시작한 눈발은 구리포천고속도로를 빠져나와 43번 국도 상의 38선 휴게소를 지날 때부터 본격적으로 쏟아졌다. 미처 제설작업이 시작되기도 전에 함박눈이 내린 탓에 차량 통행이 많은 4차선 국도에도 눈이 쌓이기 시작하여 운전하는 내내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었다. 자동차들도 거북이 운행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화적연으로 꺽어지는 2차선 도로는 노면이 하얗게 변해 있어서 진입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안전운행을 위해 오늘 계획한 트레킹 일정은 취소하기로 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서울로 곧장 돌아오기엔 아쉬움이 남아서 광릉숲 둘레길을 둘러보고 근처의 맛집을 찾아가는 것으로 위안을 삼기로 했다. 광릉수목원 주변의 시냇물을 따라 직동교에서 봉선사까지 5km 남짓 이어진 데크길을 왕복으로 2시간 넘게 걸었다. 동네 한바퀴 산책하듯 배낭도 메지 않고 잘 조성된 광릉숲길을 걷는 순간이 상쾌했다. 눈 내리고 찬바람 불어대는 날씨로 인해 주말인데도 한적한 둘레길을 여유로운 마음으로 즐길 수 있다는 게 감사했다. 엊그제 제법 많이 내린 겨울비 덕에 풍성해진 수량으로 힘차게 흐르는 맑은 시냇물이 걷는 내내 함께 해서 더욱 좋은 숲길이었다. 눈발이 날리는 가운데 구경한 봉선사 경내의 풍경은 쓸쓸한듯 평화로웠다. 비록 예정했던 한탄강 트레킹은 다음 기회로 미뤄야 했지만, 예상치 못한 함박눈 덕에 겨울의 정취를 제대로 만끽할 수 있었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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