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만의 산행인 지 모르겠다. 지난 11월은 내겐 너무나 힘겨운 나날들이었다. 초순 경에 찾아든 감기 바이러스는 지금까지도 내 몸에서 떠날 줄 모르고 있다. 열흘 전에는 독감에 걸려 응급실까지 다녀와야만 했다. 1998년도 12월의 싱가폴 출장길에서 독감에 걸린 후 25년 만에 맛본 독감 증세는 혹독했다. 체온은 40도에 육박했고 온몸의 감각기관이 일제히 통점으로 변한 듯했다. 극심한 통증은 지금까지 살면서 경험한 것들 중에서도 손에 꼽을 만한 것이었다. 독감의 후유증에 시달리는 동안 어제까지 주말에도 입시업무를 감당해야 했다. 2주 남은 이번 학기가 어서 빨리 지났으면 하는 바램이다.
쇠약해진 몸을 추스려 보기 위해 수락산에 올랐다. 오전 10시의 약속 시간보다 20여 분 일찍 당고개역에 도착했다. 양지바른 버스정류장에서 열선이 깔린 벤치에 앉아 아무 생각 없이 쏟아지는 햇살에 온몸을 맡기며 기다리는 시간이 좋았다. 어르신들이 겨울 햇살 받으며 옹기종기 앉아계신 모습 속에 내가 들어 앉은 기분이었다. 학림사로 오르는 등로도 햇볕이 좋은 동향이어서 그 길을 천천히 걷는 것 자체가 행복이었다. 용굴암을 거쳐 탱크바위를 지나 도솔봉을 돌아나가는 바윗길이 반가웠다. 수락계곡으로 하산하는 길까지 그저 편안한 마음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직 몸은 온전치 않지만 산행 후의 만족감은 남았다. 비로소 나의 주말이 제 자리를 찾은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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