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트레킹

양주 불곡산 - 2022년 12월 24일(토)

빌레이 2022. 12. 25. 09:45

연일 최저기온이 영하 10도를 밑도는 강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전국을 휩쓸고 있는 최강 한파와 남부지방에 내린 폭설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는 보도에 마음이 아프다. 집 밖으로 나오기 싫은 귀차니즘을 어렵사리 떨쳐내고 평소 주말보다 늦은 아침 9시 즈음에 서울을 출발하여 가까운 양주의 불곡산으로 향한다. 동부간선도로를 지나면서 며칠 전에 내린 눈이 녹지 않아 하얗게 변한 도봉산과 수락산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문득 아이젠을 챙기지 못한 걸 깨닫는다. 강추위에 대한 대비만 신경쓰느라 미처 눈산행을 염두에 두지 않았던 까닭이다. 그래도 스틱 하나는 들고 왔으니 일단은 산행에 나선 후에 여의치 않으면 곧바로 하산하자는 생각으로 양주별산대놀이마당에서 불곡산 정상으로 향하는 등산로에 접어든다.

 

예전엔 아이젠이나 스패치 같은 눈산행의 기본 장비가 없으면 산행 출발부터 마음이 편치 않았었다. 요즘엔 어떤 준비물을 깜빡하더라도 별로 마음의 동요가 일지 않는다. 나이듦에서 찾아오는 여유로움일 텐데, 그러고 보니 오늘이 나의 생일이다. 자연스레 몸 건강이 첫 번째 걱정거리인 나이가 되었다. 다행스럽게도 얼마 전에 받아든 건강검진 결과는 예상보다 좋게 나왔다. 2년 전에는 노화등수가 100명 중 47등이었는데, 이번엔 5등으로 많이 향상 되었다. 건강점수도 100점 만점에 96점으로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 건강나이는 실제 나이보다 일곱 살이 어리고, 기대수명은 2년 전의 81.2세에서 87세로 늘었다. 절대적인 건 아니라서 나의 건강 상태를 체크하는 자료로 참고만 할 뿐이지만, 내심 기분이 좋아지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몸 건강을 위해 신경을 기울이고 꾸준히 노력해왔던 보상을 받은 듯한 일종의 성취감도 있었다. 

 

생일날 좋아하는 산에 갈 수 있는 게 나에게는 가장 큰 생일선물이다. 마침 토요일이라서 자유롭게 산에 오를 수 있으니 마음은 한층 더 가볍고 즐겁다. 등로에 눈이 제법 쌓여 있지만 아이젠을 착용하지 않아도 걷는 데 별 어려움은 없다. 구름 한 점 없는 청명한 하늘 아래로 아낌 없이 쏟아지는 햇살이 있으니 동장군도 저멀리 달아나 버렸다. 정상인 상봉의 높이가 470.7 미터로 그리 높지 않은 불곡산이지만 여느 산 못지 않게 험준한 암릉과 장쾌한 풍경을 보여준다. 가파른 암릉길에는 안전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서 눈 쌓인 구간도 별 어려움 없이 통과할 수 있었다. 상봉에서 상투봉을 거쳐 임꺽정봉으로 이어지는 주능선을 모두 밟아보고 대교아파트 방향으로 하산하여 둘레길을 따라 차가 있는 별산대놀이마당으로 돌아왔다. 익숙한 산이지만 5시간 넘게 이어진 불곡산 눈산행이 새롭고도 즐거웠다.       

 

▲ 주능선에서 상봉에 오르기 전, 양지바른 테라스에서 커피타임을 가졌다. 생일선물로 받은 헤비다운 자켓이 가볍고 포근해서 좋았다.
▲ 불곡산은 높지 않은 산이지만 주변 풍광이 시원하다. 눈 덮인 들판과 연무에 쌓인 도봉산, 북한산이 저 멀리 펼쳐진다.
▲ 상봉 직전에서 임꺽정봉 방향으로 바라본 풍경. 악어바위 능선이 선명하다.
▲ 오랜만에 올라 본 상봉이라서 인증사진을 남겨본다.
▲ 상봉에서 바라본 풍광이 오늘따라 유난히 장쾌하여 한참을 둘러봤다.
▲상봉 바로 아래의 그늘진 절벽은 독립봉 암장이다.
▲ 상봉에서 상투봉으로 가는 길은 험하지만 데크와 안전시설 등이 잘 갖춰져 있어서 눈길에 아이젠 없이도 괜찮았다.
▲ 상투봉에서 임꺽정봉으로 이어지는 암릉이 가장 험하다.
▲ 상투봉을 지나자마자 곧바로 암릉길이 나온다.
▲ 암릉 위에도 안전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어서 큰 어려움 없이 통과할 수 있었다.
▲ 난간 기둥 위에 남은 눈이 마치 조그만 케익 같았다.
▲ 상투봉을 내려와서 다시 임꺽정봉을 오르는 암릉도 상당히 가파른 편이다. 중간의 양지바른 테라스에서 점심시간을 가졌다.
▲ 물개바위의 눈 부분에 하얀 눈이 내려 앉은 모습이 이채로웠다.
▲ 임꺽정봉 바로 아래의 암릉 구간이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햇살 머금은 바위는 차갑지 않았다.
▲ 임꺽정봉에 올라서 상봉과 상투봉 능선을 돌아본 장면이다.
▲ 임꺽정봉 정상엔 조망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인 벤치가 있다.
▲ 2019년 봄에 암벽등반 루트인 '악어의 꿈길'을 통해 올라온 후로는 처음인 임꺽정봉 정상이다.
▲ 오늘은 임꺽정봉에서 바라본 하얗게 눈 덮인 양주 들판 풍경이 가장 좋았다.
▲ 절벽 아래의 쌍볼트 확보점을 발견하고는 기회가 닿으면 이 루트도 등반해봐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 임꺽정봉에서 이어지는 암릉도 상당히 가파르다. 저멀리 광백저수지가 보인다.
▲ 예전엔 데크가 없어서 암릉으로 올랐던 구간인데, 눈길에서는 데크길이 여간 반가운 게 아니다.
▲ 데크길을 내려와서 올려다 본 암벽이다.
▲ 데크의 난간이 조금 흔들리긴 하지만 안전하게 잘 관리된다면 누구나 오를 수 있는 구간이다.
▲ 하산길에서 만난 약수터.
▲ 동네 역수터 풍경이 연상되는 벤치도 있었다.
▲ 나목들이 지키는 겨울철 숲의 평범한 풍경도 아름다워 보인다.
▲ 둘레길로 가기 위해 건너는 조그만 계곡의 투명한 얼음처럼 해맑게 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 인공등반을 연습할 수 있는 암장을 지나고...
▲ 예전엔 채석장이었던 곳에도 인공등반을 연습할 수 있는 다양한 루트들이 개척되어 있다.
▲ 둘레길에서 양주시청 방향으로 진행하면 된다.
▲ 임꺽정 생가터를 지나고...
▲ 불곡산은 15 km가 넘는 둘레길만 걸어도 아주 좋은 트레킹 코스가 된다.
▲ 목적지인 별산대놀이마당 이정표가 보이니 반갑다.
▲ 별산대놀이마당 주변 숲은 공원처럼 잘 조성되어 있다. 양주향교와 양주관아지 사이의 숲이다.
▲ 오늘 산행의 출발점이자 종착점인 양주별산대놀이마당 공연장 모습이 숲 사이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