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최저기온이 영하 10도를 밑도는 강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전국을 휩쓸고 있는 최강 한파와 남부지방에 내린 폭설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는 보도에 마음이 아프다. 집 밖으로 나오기 싫은 귀차니즘을 어렵사리 떨쳐내고 평소 주말보다 늦은 아침 9시 즈음에 서울을 출발하여 가까운 양주의 불곡산으로 향한다. 동부간선도로를 지나면서 며칠 전에 내린 눈이 녹지 않아 하얗게 변한 도봉산과 수락산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문득 아이젠을 챙기지 못한 걸 깨닫는다. 강추위에 대한 대비만 신경쓰느라 미처 눈산행을 염두에 두지 않았던 까닭이다. 그래도 스틱 하나는 들고 왔으니 일단은 산행에 나선 후에 여의치 않으면 곧바로 하산하자는 생각으로 양주별산대놀이마당에서 불곡산 정상으로 향하는 등산로에 접어든다.
예전엔 아이젠이나 스패치 같은 눈산행의 기본 장비가 없으면 산행 출발부터 마음이 편치 않았었다. 요즘엔 어떤 준비물을 깜빡하더라도 별로 마음의 동요가 일지 않는다. 나이듦에서 찾아오는 여유로움일 텐데, 그러고 보니 오늘이 나의 생일이다. 자연스레 몸 건강이 첫 번째 걱정거리인 나이가 되었다. 다행스럽게도 얼마 전에 받아든 건강검진 결과는 예상보다 좋게 나왔다. 2년 전에는 노화등수가 100명 중 47등이었는데, 이번엔 5등으로 많이 향상 되었다. 건강점수도 100점 만점에 96점으로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 건강나이는 실제 나이보다 일곱 살이 어리고, 기대수명은 2년 전의 81.2세에서 87세로 늘었다. 절대적인 건 아니라서 나의 건강 상태를 체크하는 자료로 참고만 할 뿐이지만, 내심 기분이 좋아지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몸 건강을 위해 신경을 기울이고 꾸준히 노력해왔던 보상을 받은 듯한 일종의 성취감도 있었다.
생일날 좋아하는 산에 갈 수 있는 게 나에게는 가장 큰 생일선물이다. 마침 토요일이라서 자유롭게 산에 오를 수 있으니 마음은 한층 더 가볍고 즐겁다. 등로에 눈이 제법 쌓여 있지만 아이젠을 착용하지 않아도 걷는 데 별 어려움은 없다. 구름 한 점 없는 청명한 하늘 아래로 아낌 없이 쏟아지는 햇살이 있으니 동장군도 저멀리 달아나 버렸다. 정상인 상봉의 높이가 470.7 미터로 그리 높지 않은 불곡산이지만 여느 산 못지 않게 험준한 암릉과 장쾌한 풍경을 보여준다. 가파른 암릉길에는 안전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서 눈 쌓인 구간도 별 어려움 없이 통과할 수 있었다. 상봉에서 상투봉을 거쳐 임꺽정봉으로 이어지는 주능선을 모두 밟아보고 대교아파트 방향으로 하산하여 둘레길을 따라 차가 있는 별산대놀이마당으로 돌아왔다. 익숙한 산이지만 5시간 넘게 이어진 불곡산 눈산행이 새롭고도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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