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부터 본격적인 장맛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다. 오전엔 대학입시 관련 업무 차 출근해야 했다. 업무가 끝난 직후에 대학에서 제공해준 점심도시락을 미리 준비해 둔 배낭에 챙겨서 곧장 북한산으로 향했다. 오랜만에 찾아간 까닭에 접근로마저 생소한 테라스의 노송 아래에 앉아서 점심을 먹었다. 녹음 짙은 숲과 확트인 전망이 함께 한 덕인지 도시락 속의 샌드위치와 커피가 정말 맛있었다. 형제봉 능선을 따라서 대성문에 도착할 때까지는 비가 잘 참아주었다. 비를 피할 수 있는 성문 안쪽의 벤치에서 시원한 바람 맞으며 보온병 속의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마시는 순간이 행복했다.
산성주릉을 따라 보국문을 거쳐 대동문에 이르자 서서히 빗줄기가 굵어지기 시작했다. 성벽 안쪽의 등산로 주변에서 싱그러운 들꽃들이 간간히 반겨주었다. 오늘은 주황색 나리꽃과 연분홍빛 꿩의다리 무리가 특별히 눈길을 사로잡았다. 대동문에서부터는 비에 대한 대비를 단단히 하고 우산을 받쳐든 채 천천히 구천계곡을 따라 4·19민주묘지로 하산했다. 주말인데도 궂은 날씨 때문인지 한적했던 북한산의 산길에서 우중산행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었다. 하염없이 쏟아지는 장맛비를 바라보며 악우들과 홍탁을 함께 나눴던 하산주까지 모든 것이 감사하고 좋았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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