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처음으로 완독한 책은 불세출의 등반가인 라인홀드 메스너가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를 무산소 단독으로 등반한 기록을 담고 있는 <에베레스트 솔로>이다. 이 책은 얼마 전에 대구에 사는 알프스 등반가 허긍열 선생이 선물로 보내준 책 두 권 중 하나이다. 다른 하나는 역시 메스너의 책으로 <세로토레 - 메스너, 수수께끼를 풀다>인데, 이 책은 내가 이미 소장하고 있어서 평소 자일을 함께 묶는 악우에게 허선생님의 마음을 담아 건네 주었다. 현존 최고의 고산 등반가인 라인홀드 메스너는 등반가로서뿐만 아니라 50여권의 책을 집필한 저술가로도 그 명성이 높다. 그런만큼 메스너의 책은 여느 등반가들의 글에 비해서 잘 읽힌다.
라인홀드 메스너가 뛰어난 건 단순히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8천미터급 고봉 14좌를 등정했다는 표면적인 기록에 있지 않다. 그 등반이 모두 산소마스크를 사용하지 않은 무산소 등반이었고, 이 책에서 보는 것처럼 가끔은 단독으로 올랐다는 점이다. <검은 고독 흰 고독>이란 제목의 책도 14좌 중의 하나인 낭가파르바트를 1978년에 무산소 단독으로 등정한 기록이다. <에베레스트 솔로>는 2년 후인 1980년에 낭가파르바트에서와 똑같은 방식으로 티벳쪽에서 에베레스트를 등정한 과정을 그리고 있다. 믿고 보는 메스너의 책답게 이 책도 첫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부터 책 속으로 빨려 들어갈 정도로 잘 읽혔다. 베이스캠프에서 지원자 역할을 했던 영혼의 단짝인 니나 홀귄의 관점에서 바라본 글을 메스너의 글과 비교해 가면서 읽는 재미도 컸다. 1980년도의 티벳과 중국의 정치적 분쟁을 묘사한 부분은 하인리히 하러의 원작을 바탕으로 브래드 피트가 주연한 영화 <티벳에서의 7년>을 떠오르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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