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은 늙고 죽는다. 그래서 우리는 살면서 나이들고 죽는 것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한다. 확실히 다가올 것이라 여겨지는 미래에 대하여 철저히 준비한다면, 그 일에 직면했을 때의 두려움은 설레임으로 변하고 그 일을 감당하고 난 후의 만족감은 배가된다. 지나온 내 인생에서 나는 이러한 경험을 몇 번 한 적이 있다. 첫 연구년을 잘 보내기 위한 3년 동안의 계획과 노력, 알프스 트레킹과 알파인 등반을 위한 수 년 간의 준비 과정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확실히 다가올 죽음에 대한 나의 준비는 기독교 신앙과 독서를 통한 사색이 주를 이룬다. 소노 아야코의 <나는 이렇게 나이들고 싶다>도 이런 범주에 속하는 책이다. 조금씩 짬짬히 읽어오던 이 책을 오늘 완독했다. 내 마음 속에 있던 평소의 생각과 궤를 같이 하는 부분이 너무나 많아서 오히려 특별할 것 없이 공감하면서 차분히 읽을 수 있었다.
<나는 이렇게 나이들고 싶다>는 일본에서 1972년도에 초판이 세상에 나온 후로 1982년에 개정판, 1996년에 완본이 각각 출간되었다. 한국어 번역본도 2004년도에 1쇄를 찍은 이후, 2019년도에 27쇄가 발행 되었을 정도로 많이 팔린 책이다. 새로운 판본이 출판될 때마다 작가가 서문과 후기를 썼으니 책 속에는 각각 세 편의 서문과 후기가 실려있다. 이러한 책은 보기 드물지 싶다. 역자가 '옮긴이의 글'에 썼던 자기 아버지의 말씀이 나의 독후감을 가장 잘 대변해 주는 듯하다. "이건 꼭 내가 살아온 얘기고 앞으로 내가 살아갈 길을 말해주는 내맘과 꼭 같은 책이로구나." 작가의 생각을 가감 없이 솔직 담백하고 겸손하게 표현한 글이라서 자칫 계몽적으로 흐를 수 있는 주제를 충분히 설득력 있게 잘 풀어쓴 에세이라는 생각이다. 목차를 읽고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것만으로도 일상을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책이다.
내일이 지나면 예년과 달라도 너무 다른 일상을 보내야 했던 2020년이 과거로 흘러간다. 해마다 연말이면 한 해를 돌아보기 마련이다. 어떻게 살와왔는지 되짚어 보면서 반성하고 새롭게 다가올 한 해를 준비하는 마음가짐을 갖게 된다. 하지만 올 연말은 간단히 생각을 정리하기가 몹시 힘들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팬데믹 현상으로 여전히 전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는 현 시점에서 달라진 일상을 대하는 자세를 고심해 봐야 한다. 언택트 시대로의 전환기에서 생각이 복잡해질 수 밖에 없지만, 피할 수 없는 미래를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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