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당초 주말에 1박 2일 일정의 설악산 등반을 계획했었다. 하지만 태풍으로 유실된 설악산 탐방로의 복구 공사가 완료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미 허가 받은 암벽등반을 취소한다는 통보를 통행금지 관리공단으로부터 받아야 했다. 할 수 없이 대안으로 대둔산을 염두에 두었으나 단풍철에 가기로 하고, 우여곡절 끝에 서울에서 가까운 춘천 인근의 용화산 새남바위와 강촌의 전망대 릿지를 다녀오는 것으로 계획을 변경했다. 토요일 새벽 5시 30분에 서울을 출발하여 용화산 큰고개에 주차하고 20분 정도를 어프로치 하여 새남바위에 5명의 악우들이 첫 손님으로 도착했다. 인수봉과 비슷한 화강암으로 형성된 새남바위의 첫 인상은 생각했던 것보다 웅장했다. 오래 전에 새남바위 위로 이어지는 일반 등산로를 따라서 산행했던 기억이 있는 용화산이지만 암벽등반을 위해 찾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우리 팀은 새남바위의 시그니쳐 루트라 할 수 있는 '거인'길과 '용화산의 전설'을 등반했다. 크랙을 따라서 이어진 '거인'길은 자연스런 등반선이 마음에 들었으나, 첫 피치 후반부의 슬랩 구간은 상당히 까다로웠다. 자유등반으로 선등한 기범씨가 존경스러울 정도로 나에겐 어렵게 느껴졌다. 인터넷 상에 돌아다니는 새남바위 루트의 개념도에 나타나 있는 난이도는 많은 부분이 수정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천정을 타고 황단하는 '용화산의 전설'은 아찔한 고도감과 루프에 매달려야 하는 오버행이라는 부담감을 떨치지 못한 때문인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힘에 겨웠다. 심리적 압박감을 견디지 못하여 앞뒤에서 확보해준 악우들의 도움과 함께 인공등반으로 겨우 건널 수 있었던 그 순간은 지금 생각해도 가슴 떨림이 진정되지 않는다. 결국엔 모자란 나의 완력과 새가슴을 탓할 수 밖에 없었던 '용화산의 전설'은 스스로를 반성하고 돌아볼 수 있는 좋은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암빙벽등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수봉 남벽 - 2020년 9월 30일(수) (0) | 2020.10.01 |
---|---|
강촌 전망대 릿지 - 2020년 9월 27일(일) (0) | 2020.09.28 |
인수봉 '크로니'길 - 2020년 9월 23일(수) (0) | 2020.09.24 |
불곡산 독립봉 암장 - 2020년 9월 20일(일) (0) | 2020.09.21 |
인수봉 '의대'길 - 2020년 9월 19일(토) (0) | 2020.09.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