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빙벽등반

용화산 새남바위 - 2020년 9월 26일(토)

빌레이 2020. 9. 28. 17:03

애당초 주말에 1박 2일 일정의 설악산 등반을 계획했었다. 하지만 태풍으로 유실된 설악산 탐방로의 복구 공사가 완료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미 허가 받은 암벽등반을 취소한다는 통보를 통행금지 관리공단으로부터 받아야 했다. 할 수 없이 대안으로 대둔산을 염두에 두었으나 단풍철에 가기로 하고, 우여곡절 끝에 서울에서 가까운 춘천 인근의 용화산 새남바위와 강촌의 전망대 릿지를 다녀오는 것으로 계획을 변경했다. 토요일 새벽 5시 30분에 서울을 출발하여 용화산 큰고개에 주차하고 20분 정도를 어프로치 하여 새남바위에 5명의 악우들이 첫 손님으로 도착했다. 인수봉과 비슷한 화강암으로 형성된 새남바위의 첫 인상은 생각했던 것보다 웅장했다. 오래 전에 새남바위 위로 이어지는 일반 등산로를 따라서 산행했던 기억이 있는 용화산이지만 암벽등반을 위해 찾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우리 팀은 새남바위의 시그니쳐 루트라 할 수 있는 '거인'길과 '용화산의 전설'을 등반했다. 크랙을 따라서 이어진 '거인'길은 자연스런 등반선이 마음에 들었으나, 첫 피치 후반부의 슬랩 구간은 상당히 까다로웠다. 자유등반으로 선등한 기범씨가 존경스러울 정도로 나에겐 어렵게 느껴졌다. 인터넷 상에 돌아다니는 새남바위 루트의 개념도에 나타나 있는 난이도는 많은 부분이 수정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천정을 타고 황단하는 '용화산의 전설'은 아찔한 고도감과 루프에 매달려야 하는 오버행이라는 부담감을 떨치지 못한 때문인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힘에 겨웠다. 심리적 압박감을 견디지 못하여 앞뒤에서 확보해준 악우들의 도움과 함께 인공등반으로 겨우 건널 수 있었던 그 순간은 지금 생각해도 가슴 떨림이 진정되지 않는다. 결국엔 모자란 나의 완력과 새가슴을 탓할 수 밖에 없었던 '용화산의 전설'은 스스로를 반성하고 돌아볼 수 있는 좋은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1. '용화산의 전설' 루트의 횡단 구간을 겨우 끝내고 줄에 의지하여 위로 올라서는 순간이다.
2. 베이스 캠프에 도착했을 때, 가을을 알리는 구절초가 반겨주었다.
3. '거인'길을 출발 중이다. 첫 피치 초반부는 홀드 양호한 우향 크랙이다.
4. 크랙이 끝나고 나타나는 슬랩 구간은 상당히 어려웠다. 기범씨가 등반 중인 구간을 나는 볼트따기로 통과했다.
5. 첫 피치 홀드 양호한 구간을 내가 쎄컨으로 등반하는 중이다. 위로 보이는 대천장이 '용화산의 전설' 루트가 있는 곳이다.
6. 내가 지금 오르고 있는 구간이 상당히 까다로워서 볼트를 밟을 수 밖에 없었다.
6-1. 크랙이 끝나고 나타나는 슬랩 구간에서 난감해 하고 있는 모습이다.
7. 둘째와 셋째 피치는 크랙의 손홀드가 좋아서 특별히 어려운 구간 없이 오를 수 있었다.
7-1. 넷째 피치 확보점에서 도마뱀을 만났다.
7-2. 도마뱀처럼 안정적으로 바위에 붙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8. '거인'길 넷째 피치는 애매한 침니 구간으로 등반하기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9. 침니가 시작되는 구간에서 홀드가 애매했다. 대천장이 지붕처럼 보이는 구간이다.
10. 이 구간을 올라서면 '용화산의 전설' 출발점이 나온다.
11. 그 어느 동영상에서 본 것보다 멋지고 간결한 자세로 기범씨는 '용화산의 전설'의 루프 구간을 가볍게 통과했다.
12. 트래버스 구간이 끝나는 곳에서 한 손으로 매달리는 바람에 선등자 확보 중이었던 나의 심장이 한 순간 철렁했다.
13. 가볍게 선등한 기범씨와 달리 나는 볼트 하나 하나를 인공등반 방식으로 통과해야 했다.
13-1. 트래버스 중간에 힘이 들어서 두 발을 허공에 늘어뜨린 채 쉬고 있다.
14. 가까스로 '용화산의 전설'을 맛 본 후 후등자 빌레이 중이다. 빌레이 후에는 허리가 좀 아팠다.
15. 새남바위 정상부는 일반 등산로가 지난다. 이곳에서는 소양호가 보인다.
16. 다섯 명 모두가 무사히 '용화산의 전설'을 끝내고 바로 옆의 하강 포인트에서 하강을 준비 중이다.
17. 베이스 캠프로 돌아와서 한 피치를 더 등반한 후 마무리 지었다.
18. 동혁씨가 선등으로 줄을 건 루트에서 나는 한 차례 매달리는 것으로 오늘의 등반을 마무리 지었다.
19. 대섭이와 은경이는 기범씨가 줄을 걸어 준 '거인'길 우측의 루트에서 마지막 연습을 했다.
20. 처음으로 등반했던 용화산 새남바위에서 많은 것을 느낀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