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빙벽등반

인수봉 남벽 - 2020년 9월 30일(수)

빌레이 2020. 10. 1. 04:49

추석연휴의 시작일이자 9월의 마지막 날이다. 예년 같으면 복잡한 귀성 차량 행렬에 끼어 있어야 할 시간인데 북한산 속에 들어 있으니 기분은 좋다. 5일 동안 이어지는 이번 연휴를 고향에 내려가지 않고 서울에서 보내기로 했다. 집안의 장남으로서 명절 때 고향에 가지 않았던 적이 거의 없었지만, 코로나 사태 속에서 어쩔 수 없이 내린 결정이었다. 고향집의 어머니를 생각하면 마음 한켠이 쓸쓸하지만, 한편으로는 귀성 인파에 섞여 붐비는 도로에서 장시간을 보내는 대신 인수봉 등반에 나설 수 있어서 조금은 홀가분한 기분이 교차하기도 한다. 인수봉 남벽에서 '하늘'길 3피치와 '빌라'길 주변의 슬랩 두 코스를 등반하고 평소보다 이른 시각에 하산했다. 지난 주말의 1박 2일 원정 등반으로 쌓인 피로를 풀 새도 없이 주초의 이틀 간 격무에 시달린 탓에 몸은 천근만근이었다. 내 몸에 휴식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절실히 깨닫는 하루였다.

 

1. '하늘'길 3피치를 등반 중이다. 얼굴 표정에서 등반의 즐거움보다는 피곤함이 서려 있는 것이 역력하다.
2. 기범씨가 '하늘'길 등반을 출발하고 있다.
3. 늘 그렇듯 '하늘'길 두 피치를 단 번에 오른다.
4. 그 어느 때보다 물먹은 솜처럼 무거운 몸으로 오르는 것이 힘들어서 줄에 의지해 몇 차례 쉬어야 했다.
5. '하늘'길 3피치 등반 모습이다. 바위에서 낙석으로 떨어져 나간 흔적이 보인다.
6. 오후 늦게 비 예보가 있는 날씨여서 습도가 높고 시야도 흐렸다.
7. 점심 이후엔 '빌라'길 주변의 슬랩에서 연습했다.
8. 완력이 필요한 크랙보다는 슬랩이 한결 나았다.
9. 어수선한 주변 상황 속에서 좌측 슬랩을 선등한 기범씨는 앞에 오른 등반자 때문인지 추락하는 드문 장면을 보여주었다.
10. 기범씨가 집중력을 되찾고 오른 두 번째 등반에서는 깔끔하게 완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