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의 인수봉 등반을 위해서 월요일과 화요일은 평소보다 두 배로 업무에 집중해야 했다. 이른 아침부터 늦은 저녁 시간까지 내게 주어진 강의 준비와 온라인강의 녹화를 위해 밀도 높은 시간을 보내는 것 자체가 보람있는 일이었지만, 그에 대한 보상처럼 주어지는 인수봉에서의 평일 등반은 크나큰 행복이 아닐 수 없다. 하루종일 흐린 날씨에 한기가 느껴질 정도로 서늘한 바람이 불었지만 한적한 인수봉에서 기범씨와 둘이서 줄을 묶고 '크로니'길을 등반하는 시간이 더없이 소중했다. 1970년도에 개척된 유서 깊은 '크로니'길은 예전부터 오르고 싶은 루트였지만 오늘에서야 그 소원을 이룰 수 있었다. 인수봉 정상까지 크랙을 따라서 자연스럽게 흐르는 등반선이 마음에 쏙 드는 '크로니'길을 처음으로 경험하게 해준 기범씨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는 바이다. '크로니(crony)'는 사전적으로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친구"를 뜻하는 영어 단어이다. 바윗길에서 함께 줄을 묶고 있는 친구들이야말로 사전적 의미에 걸맞는 진정한 크로니들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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