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빙벽등반

인수봉 '크로니'길 - 2020년 9월 23일(수)

빌레이 2020. 9. 24. 11:31

수요일의 인수봉 등반을 위해서 월요일과 화요일은 평소보다 두 배로 업무에 집중해야 했다. 이른 아침부터 늦은 저녁 시간까지 내게 주어진 강의 준비와 온라인강의 녹화를 위해 밀도 높은 시간을 보내는 것 자체가 보람있는 일이었지만, 그에 대한 보상처럼 주어지는 인수봉에서의 평일 등반은 크나큰 행복이 아닐 수 없다. 하루종일 흐린 날씨에 한기가 느껴질 정도로 서늘한 바람이 불었지만 한적한 인수봉에서 기범씨와 둘이서 줄을 묶고 '크로니'길을 등반하는 시간이 더없이 소중했다. 1970년도에 개척된 유서 깊은 '크로니'길은 예전부터 오르고 싶은 루트였지만 오늘에서야 그 소원을 이룰 수 있었다. 인수봉 정상까지 크랙을 따라서 자연스럽게 흐르는 등반선이 마음에 쏙 드는 '크로니'길을 처음으로 경험하게 해준 기범씨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는 바이다. '크로니(crony)'는 사전적으로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친구"를 뜻하는 영어 단어이다. 바윗길에서 함께 줄을 묶고 있는 친구들이야말로 사전적 의미에 걸맞는 진정한 크로니들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1. '크로니'길 5피치를 출발 중이다. 이 곳을 정점까지 등반한 후에는 확보자가 하강시켜준 후에 시계추처럼 트래버스해야 한다.
2. 다소 쌀쌀한 바람이 부는 가운데 자켓을 입고 '크로니'길을 출발했다.
3. 세로 크랙을 오르다가 사선밴드를 따라가면 첫 피치 확보점이 나온다. 기범씨가 80미터 가까운 길이의 두 피치를 단숨에 오르고 있다.
4. 셋째 피치 확보점 직전의 트래버스 구간을 등반 중이다.
5. 둘째 피치 확보점 좌측 바위면에 "CRONY"라는 글귀와 진행 방향을 표시한 화살표가 희미하게 보인다.
6. 셋째와 넷째 피치도 단 번에 올랐다.
7. 다섯째 피치는 팬듈럼 방식으로 등반해야 하는 구간이다. 시계추 경로의 정점엔 고정 카라비너가 설치되어 있다. 하강 후에 건너편 확보점에 도착한 기범씨가 보인다.
8. 내가 다섯째 피치의 오르막 구간을 등반 중인 모습을 반대편 확보점에 도착한 기범씨가 찍어준 사진이다. 후등자인 나는 정점까지 등반해서 선등자가 설치한 퀵드로를 회수한 후 하강하여 동남대침니를 건너 뛰어서 트래버스 했다.
9. 내가 처음으로 기범씨와 함께 '크로니'길을 등반했다는 인증사진을 남기고 있다.
10. 아마도 여섯째 피치인 이 크랙 구간을 처음부터 등반하기 위해서 루트 개척자들은 다소 인공적인 팬듈럼 방식을 고수했던 듯하다.
11. 벙어리성 크랙이 이어지는 여섯째 피치는 상당히 까다로웠다.
12. 힘겨웠던 크랙구간을 겨우 통과하여 여섯째 피치 확보점에 도착하고 있는 중이다.
13. 일곱번째와 여덟번째 피치도 묶어서 오른 기범씨의 모습이 아득히 보인다.
14. 등반 중간에 올려다본 8피치 크랙 구간은 크랙을 잡는 손맛이 좋아서 등반이 즐거운 구간이지만 꽤 길게 이어진다.
15. 일곱째 피치 확보점인 삼각테라스 우측에 자라고 있는 노송의 자태가 멋지다.
16. 등반 중간에 내려다본 주변 숲은 서서히 가을을 준비하는 듯하다.
17. 우리는 여덟째 피치 확보점에 도착한 후 하강했다. 정상으로 이어진 마지막 9피치는 다음을 위해 남겨두기로 했다.
18. 남측의 '여정'길 앞으로 하강하여 '여정'길과 '짬뽕'길에서 한 차례씩 매달린 후 하산했다. 수요일인데도 등반자들이 꽤 많았다.
19. 기범씨는 고난도 루트인 '해우(5.11b)'길까지 간결하고 멋진 자세로 올랐다.
20. 인수봉의 고전적인 루트인 '크로니'길을 처음으로 올랐다는 만족감이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