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시간의 인수봉 동면은 시원한 그늘이 드리워진다. 인수봉에 가고 싶어서 오전 11시 무렵에 기범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때마침 기범씨도 인수봉에 갈 생각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리하여 일요일 오후 시간의 번개 등반 약속이 정해졌다. 집이 인수봉 가까이에 있다는 혜택을 본 듯하여 어제의 간현암 등반으로 인한 피곤함 탓에 잠시 가라앉아 있던 기분이 한결 밝아졌다. 우이동에서 기범씨를 만난지 불과 한 시간만에 어프로치를 끝내고 인수봉 동면 앞에 다다를 수 있다는 것도 여간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대부분의 등반팀들이 하강을 준비하고 있는 시간에 인수봉 동면 우측에 있는 '취나드A'와 '취나드B'길 사이의 두 개 루트를 올랐다.
먼저 '은정'길 좌측으로 이어진 '모설'길 세 피치를 올랐다. '모설'길 3피치 확보점은 '벗'길 3피치 확보점과 같이 사용하는 빌레이 스테이션이다. 그곳에서 나는 두줄 하강 1번과 외줄 하강 1번, 기범씨는 두줄 하강 3번으로 출발점에 귀환하여 잠시 간식을 먹고, 다시 '비원'길 두 피치를 등반한 후에 하산했다. '비원'길에 붙었을 때는 그 많던 클라이머들이 어디로 갔는지 주변이 평일처럼 고요했다. 테스타로사 암벽화를 자연암벽에서 처음 신어봤다. 생각보다 발이 아프지 않았다. 슬랩에서의 발디딤도 듬직해서 엣징이란 게 바로 이런 거구나 하는 깨달음이 희미하게나마 느껴졌다. 그늘진 암벽에 가을날처럼 시원한 바람까지 불어주어 더없이 행복한 주일 오후 시간을 보냈다는 감사함이 가슴 한 켠에 쌓였다.
아래 사진들은 기범씨가 촬영해 준 나의 등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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