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빙벽등반

인수봉 '인수B-아미동' (2020년 6월 10일)

빌레이 2020. 6. 10. 19:48

서로의 바쁜 일상 속에서도 업무 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기범씨와 내가 주중인 수요일에 만나서 함께 줄을 묶고 인수봉 등반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은 여간 즐겁고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도선사 주차장에서 하루재를 넘어 인수봉에 이르는 주 등산로도 평일이라서 한가하다. 호젓한 산길을 걸으며 둘이서 속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점 또한 평일 등반의 장점이다. 제주도는 어느새 장마철로 접어들었다고 한다. 후텁지근한 어프로치 길이었으나 인수B길 아래에 도착하니 제법 시원한 바람이 불어준다. 항상 느끼는 바지만 산 아랫동네와 인수봉 주변의 기후는 다른 듯하다.

 

제법 길어 보이는 '인수B'길 첫 피치 크랙을 단 번에 올라서서 예전에 있던 소나무의 그루터기만 남아 있는 작은 오아시스에서 '아미동'길로 진입하여 세 피치를 두 마디로 끊어서 등반했다. 다시 작은 오아시스로 하강한 후 기범씨는 손이 미끌리는 '생공사'길의 오버행 루트를 자유등반 방식으로 올라섰다. 다른 날에 비해서 기범씨의 몸상태는 무거워 보였다. 저녁에 비가 내린 날씨답게 물 먹은 솜처럼 몸이 무기력했던 나는 '생공사'길에 붙을 엄두가 나지 않아서 다음을 기약하고 하산했다. 산악구조대 앞에 설치되어 있던 출입금지 라인을 제거하고 있던 직원에게 물으니 인수봉 동면의 낙석 제거 작업이 완료되었다고 한다. 이번 주말부터는 '취나드'길 주변도 등반이 가능할 듯하다. 습도 높은 날씨에 더위 먹은 사람들처럼 평소보다 등반 의욕은 없었으나 마음 맞는 악우와 함께 산에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즐거운 하루였다.   

   

▲ '아미동'길 크랙 구간을 등반 중이다. 크랙 초입에서는 핸드 재밍을 확실히 하는 것이 좋다.
▲ 등반자가 하나도 없는 평일이라서 고요한 인수봉 남동면의 '인수B'길 아래에서.
▲ 제법 긴 직상 크랙이 잘 발달되어 있는 '인수B'길 첫 피치는 중간 볼트가 없어서 캠으로 확보점을 설치하면서 올라야 한다.
▲ '인수B'길 첫 피치를 등반 중이다.
▲ 지금은 그루터기만 남은 작은 오아시스에서 70미터가 꽉 찬 '아미동'길 두 피치를 단 번에 올라선 기범씨의 모습이 아득히 보인다.
▲ 크랙에 설치된 캠을 제거하는 중이다.
▲ 크랙 속에서 빠져 나온 후 과감한 스태밍 동작으로 진행하는 것이 더 안정적인 구간이다.
▲ '아미동'길 크랙 초반부는 벙어리성이어서 핸드 재밍을 확실히 하는 것이 등반에 도움이 된다.
▲ '아미동'길 크랙을 통과한 후에는 진행 방향의 좌측에 있는 턱을 손홀드로 잡기 위한 스텝 계산을 잘 해야 한다.
▲ 이 곳에서는 왼발을 믿고 일어서서 손홀드를 잡으면 끝난다.
▲ '아미동'길 2피치 확보점에서 기범씨와 함께 인증컷을 남겨본다.
▲ '아미동'길 마지막 피치를 등반 중이다.
▲ '아미동'길 마지막 피치는 페이스에 가까운 슬랩이어서 보기보다 쉽지 않은 구간이다.
▲ 대단히 까다로워 보이는 '생공사'길 오버행 구간을 자유등반 방식으로 올라선 기범씨의 모습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