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바쁜 일상 속에서도 업무 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기범씨와 내가 주중인 수요일에 만나서 함께 줄을 묶고 인수봉 등반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은 여간 즐겁고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도선사 주차장에서 하루재를 넘어 인수봉에 이르는 주 등산로도 평일이라서 한가하다. 호젓한 산길을 걸으며 둘이서 속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점 또한 평일 등반의 장점이다. 제주도는 어느새 장마철로 접어들었다고 한다. 후텁지근한 어프로치 길이었으나 인수B길 아래에 도착하니 제법 시원한 바람이 불어준다. 항상 느끼는 바지만 산 아랫동네와 인수봉 주변의 기후는 다른 듯하다.
제법 길어 보이는 '인수B'길 첫 피치 크랙을 단 번에 올라서서 예전에 있던 소나무의 그루터기만 남아 있는 작은 오아시스에서 '아미동'길로 진입하여 세 피치를 두 마디로 끊어서 등반했다. 다시 작은 오아시스로 하강한 후 기범씨는 손이 미끌리는 '생공사'길의 오버행 루트를 자유등반 방식으로 올라섰다. 다른 날에 비해서 기범씨의 몸상태는 무거워 보였다. 저녁에 비가 내린 날씨답게 물 먹은 솜처럼 몸이 무기력했던 나는 '생공사'길에 붙을 엄두가 나지 않아서 다음을 기약하고 하산했다. 산악구조대 앞에 설치되어 있던 출입금지 라인을 제거하고 있던 직원에게 물으니 인수봉 동면의 낙석 제거 작업이 완료되었다고 한다. 이번 주말부터는 '취나드'길 주변도 등반이 가능할 듯하다. 습도 높은 날씨에 더위 먹은 사람들처럼 평소보다 등반 의욕은 없었으나 마음 맞는 악우와 함께 산에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즐거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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