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봉의 낙석 방지 작업이 완료되어 동면의 '의대'길 우측에 있는 바윗길들의 등반이 가능해졌다. 기범씨가 진즉에 실전암벽반 멤버들과 함께 등반하고 싶어했던 '취나드A' 코스를 오늘에야 오를 수 있게 된 것이다. 정길씨, 동혁씨, 기범씨, 은경, 나, 이렇게 5명이 '취나드A'길 1피치를 올라서서 2피치 출발점 앞의 전망 좋은 테라스에 베이스캠프를 차렸다. 하루종일 흐리고 오후 늦게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가 무색할만큼 하늘은 청명했다. '벗길' 1피치에서 몸풀이 등반을 해보는데 작열하는 태양빛이 원망스러울 정도로 뜨겁다.
'취나드A'길 2~3피치는 직상으로 곧게 뻗어 올라서 압도적인 크기로 보는 이에게 위압감을 주는 60여 미터 길이의 좌향 크랙이다. 이 곳을 단 번에 사뿐사뿐 올라가는 기범씨의 모습이 경쾌해 보인다. 정길씨가 쎄컨으로 오르고 그 다음에 내가 붙어보는데 스태밍 동작을 연속해서 취하기에는 다소 버겁다. 중간 중간 쉬어가면서 오르는 동안 내리 꽂히는 햇살에 완전히 노출될 수 밖에 없는 왼쪽 발등이 따끔거린다. 크럭스가 기다리고 있는 4피치는 오버행을 올라서서 직상 크랙을 스태밍 동작으로 조금씩 전진해야 했으나 마음만큼 따라주지 않았다. '여정'길에서 익힌 연속동작은 알겠는데 힘이 부족한 탓에 서너 차례 줄에 의지하여 쉬지 않을 수가 없었다. 기범씨도 몇 년만에 올라본다는 마지막 5피치까지 '취나드A'길 등반을 개운하게 마무리 짓고 베이스캠프로 귀환했다. 4피치 크럭스에서 쉬어가기는 했지만 '취나드A'길을 끝까지 등반했다는 뿌듯함이 남는 등반이었다.
오후 2시경부터는 베이스캠프 주변에 시원한 그늘이 드리워졌다. '벗'길과 '심우'길에서 톱로핑 방식으로 등반 연습을 하는 것으로 남은 시간을 보낸다. 약 2달만에 다시 붙어본 '심우'길 첫 피치 등반은 예상보다 괜찮았다. '취나드A'길을 내려온 이후엔 별로 등반 의욕이 생기지 않았지만, 기범씨가 줄을 걸어준 성의를 무시할 수 없어서 올라본 것인데 뜻하지 않은 만족감이 생겼다. 피아노 건반을 치듯 전진해야 하는 사선크랙 구간에서 완력이 부족하다 싶을 때 두 번 정도 오른발을 재밍하고 쉬면서 침착하게 돌파했던 것이 주효했다. 나도 모르는 새에 크랙에서의 등반 실력이 서서히 나아지고 있음을 희미하게나마 깨닫게 된 것은 큰 수확이다. 이제는 더운 날씨에 대비하여 물을 충분히 준비해야 하는 본격적인 여름철이 되었다. 다가올 무더위에 굴하지 않고 더욱 열심히 등반해서 그 어느 때보다 강건하고 알찬 여름 시즌을 보내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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