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빙벽등반

인수봉 '패시-산천지' (2020년 6월 18일)

빌레이 2020. 6. 18. 20:24

인수봉 주변은 하루종일 가을날처럼 선선한 바람이 불어주었다. 지난 주의 땡볕 더위에 대한 보상이라도 해주는 듯했다. 시원한 날씨 속에서 악우와 함께 줄을 묶는 등반이 즐겁지 않을 수 없었다. '취나드B'길 첫 피치를 지나서 오아시스에 도착하여 베이스캠프를 차렸다. 적당히 구름낀 하늘 아래 저멀리 천마지맥 위로 펼쳐지는 운해가 아스라히 보였다. 그다지 높지 않은 산에서 운해를 본다는 건 고기압의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다. 바위 표면의 상태도 양호해서 더울 때보다는 한결 밀리지 않았다. 평일에만 특별히 누릴 수 있는 인수봉 바윗길의 한적함과 조용함을 오롯히 만끽하면서 '패시'길 6피치 전체 루트를 기범씨와 둘이서 네 마디로 나누어 올랐다.

 

'패시'길의 하일라이트라 할 수 있는 3피치의 오버행 턱을 넘어가는 동작은 정말 특이했다. 다른 바윗길에서는 좀처럼 취하기 힘든 동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유등반으로 유연하게 넘어서는 기범씨의 가르침이 없었다면 인공으로 돌파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비록 후등이지만 자유등반 방식으로 넘어섰다는 것에 조그만 성취감을 맛볼 수 있었지만, 정작 턱을 넘어선 직후에 크랙까지 진입하는 구간도 어려워서 줄에 의지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일 회수를 수월하게 하기 위해서 '패시'길 등반 완료 후에는 '봔트'길 루트로 하강하여 오아시스로 돌아왔다.

 

점심 후에 '패시'길 우측에서 나란히 올라가는 '산천지'길 5피치 전체를 등반했다. '산천지'길은 2피치와 4피치의 페이스 구간이 상당히 까다로웠다. 내 눈에는 도대체 홀드란 게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맨질맨질한 벽인데 기범씨는 잘도 올랐다. 특히, 4피치의 크럭스 구간에서 미세한 돌기 위에 오른발을 딛고 과감한 런지 동작으로 올라서는 멋진 모습을 보여주었다. 등반 내내 크랙이 끝나는 지점에서 슬랩이나 페이스로 진입하는 구간이 까다롭고 긴장감이 높았다. '산천지'길을 완료한 후에는 '우정B'길 루트로 하강했다. 상쾌한 날씨 속에서 하룻 동안 난이도 높은 '패시'와 '산천지' 두 바윗길을 끝냈다는 만족감이 함께 했던 알찬 등반이었다.       

 

▲ '패시'길 3피치의 오버행 턱을 넘어서고 있다.
▲ 오아시스에서 본 풍경이다. 도봉산 너머로 운해가 펼쳐진 천마지맥이 아스라히 보였다.
▲'패시'길 2피치를 등반 중이다.
▲ 손홀드가 있는 크랙이 끝나고 나타나는 슬랩 구간은 더 어렵게 느껴졌다.
▲ '패시'길 3피치 크럭스에서 나에게 시범 보이듯 동작을 설명해 주면서 여유있게 올라선 기범씨의 모습이 보인다.
▲ '패시'길 3피치 크럭스에 진입하고 있다. 왼손으로 언더크랙을 잡고 오른손으로 칸테의 홀드를 잡은 후 순간적으로 턱을 넘어서야 하는 구간이다.
▲ '패시'길 3피치 확보점을 향해 올라가는 중이다.
▲'패시'길 5피치를 등반 중이다.
▲ '패시'길 6피치 마지막 구간을 오르고 있다.
▲ '산천지'길 1~2피치를 한 번에 올랐다. 살짝 서늘한 기운을 느껴서 반팔티 하나를 덧입었다.
▲ '산천지'길 2피치 페이스 구간은 나에겐 상당히 어려웠다.
▲ '산천지'길 2피치 후반부를 등반 중이다.
▲ '산천지'길 2피치 확보점에서 기범씨와 인증사진을 남겨본다.
▲ '산천지'길 3피치 구간이다. 초반부의 크랙에서 스태밍 자세로 올라서는 것이 좋았던 구간이다.
▲ '산천지'길의 크럭스가 기다리고 있는 4피치 후반부의 바윗턱을 넘고 있는 중이다.
▲ 적당한 홀드를 찾기 위해 애쓰던 기범씨의 초크 자국이 남아 있지만 어느 것 하나도 확실한 홀드는 없었다.
▲ '산천지'길 4피치 크럭스에서 런지 동작으로 기범씨가 잡았던 손홀드를 잡고 있는 중이다.
▲ '산천지'길의 슬랩은 전반적으로 쉽지 않았다.
▲ '산천지'길 우측으로 '의대'길을 등반 중인 클라이머가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