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빙벽등반

인수봉 남벽 - 2020년 5월 23일

빌레이 2020. 5. 24. 09:01

▲ 인수봉 남면의 '거봉길' 첫 피치 초반부를 등반 중이다.

인수봉 남면의 여정길 앞에 베이스캠프를 차려 놓고 여러 루트에서 하드프리 스타일로 다양한 등반 동작을 익혔다. 짧은 한 피치짜리 루트인 '짬뽕길'에서 오름짓을 시작했다. 다음으로 붙은 '여정길'은 여전히 힘들었다. 지난 목요일에는 몸이 풀린 오후 시간에 붙은 까닭에 '여정길'에서 어느 정도 괜찮은 움직임을 보였었다. 하지만 어프로치 후 얼마 되지 않은 시간에 붙은 '여정길'은 또 달랐다. 두 번째 등반에서는 로프 테이크 없이 올랐다는 만족감은 있었으나, 여전히 완벽한 동작과는 거리가 있었다. 이제는 머리가 아닌 몸이 먼저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있도록 완력을 키우고 등반 자세를 익히는 노력이 더해져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기범씨의 등산학교 애제자인 홍현씨가 처음으로 함께 줄을 묶어서 더욱 뜻깊은 하루였다. 공군에서 전투기 조종사로 근무하고 있는 홍현씨는 등반 내내 맑고도 밝은 젊음의 에너지를 모두에게 전해주었다. 바위맛을 아는 참 견실한 젊은 친구가 우리의 하늘을 책임지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 한구석이 든든했다. '여정길'에서의 등반교육을 받은 후에는 '거봉길' 두 피치를 한 번에 연결하여 톱로핑 방식으로 올랐다. 첫 피치 직벽 구간은 크랙의 손홀드가 확실해서 즐겁게 올랐으나, 둘째 피치의 슬랩 구간은 홀드 찾기가 만만치 않아서 애를 먹었다.

 

오늘의 멀티피치 등반 코스는 '동양길'로 정해졌다. 처음 두 피치를 한 번에 올라서 셋째 피치에서 등반자세를 가다듬기 위한 기범씨의 일대일 맞춤형 원포인트 레슨이 있었다. 크럭스에서 바위의 생김새를 보고 등반 루트를 파악한 후에 과감한 동작을 취해야 한다는 기범씨의 가르침을 어느 정도 깨우칠 수 있어서 좋았다. '동양길' 등반은 3피치까지만 하고 하강한 후에 마지막으로 '청맥길'을 올랐다. 기범씨가 걸어준 줄에 의지하여 은경이와 나는 '청맥길'을 등반하고, 동혁씨, 정길씨, 홍현씨는 '여정길'을 한 번 더 복습하는 것으로 마무리를 지었다. 하산 후 뒷풀이는 홍현씨가 스승인 기범씨를 위한 아름다운 마음의 표현으로 책임져 주었다. 홍현씨와 함께 한 하루종일 기범씨의 얼굴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았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 '짬봉길'에서 오늘의 등반을 시작한다.
▲ 기범씨의 등반 동작은 언제봐도 시원스럽고 예술적인 아름다움까지 엿보인다.
▲ 기범씨의 등산학교 애제자인 홍현씨가 '여정길'을 등반 중이다.
▲ 조금씩 나아지는 걸 느끼기는 하지만 여전히 '여정길'은 내게는 힘겨운 루트다.
▲ '거봉길' 첫 피치를 오르고 있다. 크랙의 홀드가 양호해서 등반이 즐거운 구간이다.
▲ '거봉길' 둘째 피치의 슬랩은 홀드 찾기가 어려워서 힘들었다.
▲ 오늘의 멀티피치 등반은 '동양길'로 정해졌다.
▲ '동양길' 둘째 피치의 확보점에서 기범씨, 현직 전투기 조종사인 홍현씨와 함께 포즈를 취해본다.
▲ '동양길' 3피치에서 기범씨로부터 원포인트 레슨을 받고 있는 중이다.
▲ 기범씨의 가르침으로 크럭스를 돌파한 직후의 만족감이 있었다.
▲ 다른 클라이머들이 하산을 서두르는 시간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청맥길'을 출발 중인 기범씨의 등반 열정에 박수를...
▲ '청맥길' 초반부의 크랙은 손홀드가 확실하지만 배불뚝이 모양이어서 등반에 어려움이 있는 구간이다. '청맥길'과 '여정길'에서의 오름짓을 끝으로 오늘의 등반을 마무리 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