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빙벽등반

인수봉 서면 '천방지축' - 2020년 5월 21일

빌레이 2020. 5. 21. 19:25

지난 2주간의 주말 날씨는 클라이머들을 우울하게 만들었다. 주말만 되면 흐리고 비가 내리는 바람에 자연암벽에서 온전한 등반을 즐길 수 없었던 것이다. 올해 들어 처음으로 평일인 목요일에 등반 약속이 잡혔다. 아침에 경전철역을 빠져나온 직후에 우이동 도선사 입구에서 올려다 본 인수봉은 그 어느 때보다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인수봉의 여러 바윗길들이 확연히 보일 정도로 화창한 날씨가 반겨주었다. 경미한 목디스크 증세로 찌뿌득한 몸이었지만 기분은 더없이 상쾌했다. 기범씨와 둘이 만나서 인수봉 남면으로 접근하는 발걸음도 가벼웠다. 평일이라서 등반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을줄 알았는데 예상과는 달리 제법 많은 클라이머들을 만날 수 있었다.

 

남벽의 '여정길'은 이미 다른 팀이 줄을 걸어놓고 연습 중인 상태였다. 우리는 짐을 데포시켜 놓은 후에 서면의 하강 포인트로 접근하여 '천방지축'길을 통해서 인수봉 정상에 올랐다. 단 두 피치만에 정상에 올라서서 기범씨표 에스프레소 커피 한 잔을 마시는 순간은 더없이 행복한 시간이었다. 고급스런 인테리어로 이름난 도심의 커피숍이 전혀 부럽지 않을 전망을 가진 인수봉 정상에서 만족스런 클라이밍 직후에 대하는 커피 한 잔의 값어치를 무엇에 비할 수 있겠는가? 올해 처음 올라선 인수봉 정상을 두 사람이 온전히 독차지한 호사를 누렸다. 네 번의 피치 하강으로 여정길 앞에 복귀하여 크랙등반 자세를 가다듬는 것으로 남은 오후 시간을 보냈다. 한적한 평일의 여유로움 속에 인수봉에서 여러모로 뜻깊은 등반을 경험했다는 감사함이 남는다.         

 

▲ 하루재를 넘어서자 나타난 인수봉은 오랜만에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 하강 포인트로 자주 왔었던 인수봉 서벽 아래에서 오늘의 등반을 출발한다.
▲ '천방지축'길 2피치 확보점에서 내려다 본 출발점에 다른 팀이 도착해 있다.
▲ '천방지축'길은 '비둘기'길 바로 우측에 있는 루트이다. 두 피치를 한 번에 오른 기범씨의 모습이 아스라히 보인다.
▲ '천방지축'길은 내게는 쉽지 않은 고난도 슬랩 부분이 서너 군데 있었다.
▲ 후등이 아니면 취해보기 힘든 과감한 동작으로 올라보았다.
▲ 두 피치를 한 번에 오르는 것도 후등이어서 가능할 듯...
▲ 다소 어려운 구간에서도 차분히 홀드를 찾는 여유를 가질 수 있어서 좋았다.
▲ 사선으로 진행해야 하는 이 구간이 크럭스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 후등이지만 반칙 없이 온전히 자유등반으로 두 피치를 올라선 만족감이 있었다.
▲ '천방지축'길 셋째 피치를 지나서 정상까지 한 번에 올랐다
▲ 정상 직전의 슬랩도 처음으로 올라본다.
▲ 올해 처음으로 오른 인수봉 정상에서 기범씨표 에스프레소 커피 한 잔을 마셨다.
▲ 기범씨 덕택에 인수봉에서 아주 뜻깊은 평일 등반을 즐겼다. 고마운 마음을 전하는 바이다.
▲ 오랜만의 화창한 날씨 때문인지 백운대에도 평일답지 않게 많은 산객들이 보였다.
▲ 다시 사용할 자일은 반반씩 사려두는 것이 편리하다는 팁도 배우고...
▲ 이제 충분히 쉬었으니 하강을 준비한다.
▲ 확보점을 지나치지 않아야 하는 피치 하강은 항상 조심해야 한다.
▲ 하강하는 동안 남벽을 오르는 클라이머들이 심심찮게 보인다.
▲ 하강하면서 우측을 보니 늠름한 소나무가 보인다. 오래도록 그 자리를 지킬 수 있기를 바래본다.
▲ 비가 자주 내린 날씨 덕택인지 여정길 주변의 청단풍이 유난히 싱그러웠다.
▲ 여정길을 등반 중인 원로 산악인의 자세가 멋지고 여유로웠다.
▲ 하산하면서 올려다본 인수봉 동면은 주말과 달리 고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