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주간의 주말 날씨는 클라이머들을 우울하게 만들었다. 주말만 되면 흐리고 비가 내리는 바람에 자연암벽에서 온전한 등반을 즐길 수 없었던 것이다. 올해 들어 처음으로 평일인 목요일에 등반 약속이 잡혔다. 아침에 경전철역을 빠져나온 직후에 우이동 도선사 입구에서 올려다 본 인수봉은 그 어느 때보다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인수봉의 여러 바윗길들이 확연히 보일 정도로 화창한 날씨가 반겨주었다. 경미한 목디스크 증세로 찌뿌득한 몸이었지만 기분은 더없이 상쾌했다. 기범씨와 둘이 만나서 인수봉 남면으로 접근하는 발걸음도 가벼웠다. 평일이라서 등반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을줄 알았는데 예상과는 달리 제법 많은 클라이머들을 만날 수 있었다.
남벽의 '여정길'은 이미 다른 팀이 줄을 걸어놓고 연습 중인 상태였다. 우리는 짐을 데포시켜 놓은 후에 서면의 하강 포인트로 접근하여 '천방지축'길을 통해서 인수봉 정상에 올랐다. 단 두 피치만에 정상에 올라서서 기범씨표 에스프레소 커피 한 잔을 마시는 순간은 더없이 행복한 시간이었다. 고급스런 인테리어로 이름난 도심의 커피숍이 전혀 부럽지 않을 전망을 가진 인수봉 정상에서 만족스런 클라이밍 직후에 대하는 커피 한 잔의 값어치를 무엇에 비할 수 있겠는가? 올해 처음 올라선 인수봉 정상을 두 사람이 온전히 독차지한 호사를 누렸다. 네 번의 피치 하강으로 여정길 앞에 복귀하여 크랙등반 자세를 가다듬는 것으로 남은 오후 시간을 보냈다. 한적한 평일의 여유로움 속에 인수봉에서 여러모로 뜻깊은 등반을 경험했다는 감사함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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