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올해의 4월은 잔인한 달이다. 새생명이 빛을 발하고 생동하는 젊음의 활기가 넘쳐야 할 부활의 계절이건만 올봄은 잔인할 정도로 내 주변이 조용하다. 생물과 무생물의 중간적 존재로 다른 유기체의 살아있는 세포 안에서만 생명활동이 가능하다는 미물 중의 미물인 바이러스 때문에 온 세상이 떨고 있다. 가장 하등한 존재가 최고의 지능을 가진 생명체인 인간을 괴롭히고 있는 아니러니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작금의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을 막기 위해 온라인 강의가 진행 중인 대학 캠퍼스는 그 어느 때보다 조용하다. 이번 주에 벚꽃을 비롯한 화려한 봄꽃들이 만개했지만 캠퍼스에서 이를 기뻐하면서 아름답게 지켜볼 학생들은 없다.
점심시간에 둘러본 한적한 교정의 꽃나무들이 유난히 외로워 보인다. 학생들이 무리지어 깔깔대고 웃으며 활짝 피어난 벚꽃나무 아래에서 사진 찍어대던 익숙한 모습이 사라졌기 때문이리라. 하루종일 연구실에 쳐박혀서 나홀로 강의준비와 녹화에 열중하다 보면 갑갑하고 피곤하다. 답답한 심신을 달래기 위해 어느 날 오후 늦은시간에 캠퍼스에서 이어지는 북한산둘레길 언저리의 숲길을 찾았다. 산길 주변에 활짝 피어난 진달래꽃들이 서쪽으로 기우는 햇살을 조명삼아 빛나고 있었다. 선명한 분홍빛 꽃잎들의 향연을 만끽하고는 피곤함이 단번에 가시는 후련함을 느꼈다. 전혀 기대하지 않던 선물을 받은 듯한 행복감이 있었다. 산에 피어 있는 진달래꽃은 찾아주는 사람이 없어도 전혀 외로워 보이지 않았다. 다른 초목들과 조화를 이루며 자연스럽게 안겨 있는 숲속의 진달래는 외롭지 않을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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