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산 석천계곡에 숨어 있는 빙폭에서 토요일 동계 알파인 등반 교육이 있었다. 경기도 포천군과 강원도 철원군에 걸쳐 있는 명성산은 예전부터 자주 올랐던 산이다. 다양한 코스로 등산했던 경험이 있어서 주변 지형은 익숙한 편이다. 그간 대부분의 명성산 산행은 포천군에 속한 산정호수를 기점으로 하여 억새밭과 삼각봉을 거쳐서 정상을 밟은 후 궁예봉 갈림길에서 산안고개로 하산하는 코스를 택했었다. 철원군 지역에 속한 궁예봉은 한파가 몰아치던 3년 전 어느 겨울날에 산안고개를 넘어가서 군부대 훈련장을 헤매다가 가까스로 등산로 초입을 찾았던 순간이 생각난다. 오지 산행 같이 희미하게 이어지는 산길을 찾아가면서 험준한 암릉을 오르내리기도 했었다. 내게는 다소 도전적인 산행이었던 그때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철원군청이 자리한 신철원에서 가까운 용화저수지에서부터 명성산 등산로의 들머리를 잡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 길은 언젠가 한번은 걷고 싶은 대상지로 나의 뇌리에 남아 있던 산행코스이기도 하다. 새로운 산길을 밟아본다는 자그마한 설레임도 있어서 어프로치를 위해 내딛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조선시대의 화가 겸재 정선이 그린 진경산수화로도 유명한 삼부연 폭포 위의 터널을 지나면 용화저수지가 나온다. 저수지 위쪽으로 어프로치를 시작하여 아이스바일을 찍을 수 있을만큼 얼어 있는 폭포를 찾아가는 길은 그다지 쉽지 않았다. 석천계곡에서 갈라져 올라가는 작은 골짜기의 내밀한 곳에 들어 앉아 있는 비래폭포를 찾아가는 과정은 조금 힘겨웠지만 오랜만에 신선함이 깃든 미지를 탐험하는 듯한 작은 설레임마저 들었다. 비록 수직의 빙폭은 아니었지만 아쉬운 대로 첫날의 빙벽등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은 충분히 갖춰져 있었다. 동송읍의 고석정 인근에 있는 펜션에서 야간 이론 교육과 장비 점검을 받고 숙박한 다음날은 아침 일찍 산안고개에서 어프로치를 시작했다. 일주일 전에 전용학 선생님과 선배님들께서 빙벽등반을 하신 적이 있는 바름폭포에서 이튿날 교육이 이루어졌다. 강대장님 일행이 이른 아침에 선발대로 도착하여 중앙의 좋은 자리에 제일 먼저 자일을 설치해 놓은 덕택으로 교육생들 모두가 매우 알찬 등반을 원없이 즐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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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부터 아래에 나오는 사진들은 전샘과 민선배님이 촬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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