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빙벽등반

단풍 물든 설교벽 등반 - 2019년 10월 20일

빌레이 2019. 10. 20. 17:54

어제는 토요일인데도 새벽부터 저녁까지 하루종일 입시업무에 동원되었다. 빡빡한 일정을 감당해내느라 지난 한주간이 힘겨웠던 모양이다. 최근 들어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땀을 흘리며 산행한 하루였다. 이른 아침인 7시 반에 수유역에서 택시를 타고 도선사 주차장에 내린다. 가을산을 즐기려는 산객들로 등산로 입구는 벌써부터 붐빈다. 하루재를 향해 올라가는 등로가 시끌벅적한 시장통을 방불케 한다. 무거운 등반장비를 둘러메고 이마에 흘러내리는 땀을 훔쳐내며 하루재를 넘어선다. 불현듯 오색창연한 단풍이 반겨준다. 다소 흐린 하늘이지만 우람한 인수봉도 아침 햇살을 받아 눈앞에서 빛나고 있다. 인수봉 자락을 돌아서 구조대길 초입을 지나 북쪽의 설교벽에 이르는 오솔길 주변은 온통 울긋불긋 화려한 단풍의 향연 속이다. 북한산이 아닌 설악산이나 오대산 같은 단풍 명산의 깊은 숲속을 걷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우리보다 먼저 설교벽 앞에 도착한 여섯 분으로 구성된 팀이 앞서 가라고 양보해주신 덕택에 오늘의 첫 설교벽 등반자가 된다. 밤이슬이 남아 있는 첫 피치 초입에서 주춤하고 미끌리는 바람에 평소보다 신중하게 오른다. 누적된 피로로 몸상태는 그다지 좋지 않지만 다행히 등반 자세는 둔하지 않아서 즐겁게 오른다. 설교벽 여섯 피치 등반을 후딱 헤치우고 인수릿지에 올라선다. 애초의 계획은 등반을 계속 이어가서 인수봉 정상에 오를 생각이었다. 하지만 인수릿지가 너무나 많은 등반자들로 붐비는 것을 참을 수가 없어서 탈출하기로 마음 먹는다. 인수릿지 초입까지 다운 클라이밍으로 내려선 다음 첫 피치 등반자의 배려로 등반을 위해 설치한 자일을 타고 하강한다. 가파른 오솔길을 천천히 걸어 내려와서 아침에 출발했던 곳으로 귀환한다. 고운 단풍으로 둘러싸인 설교벽 아래에서 장비를 해체하고 조용한 가운데 즐거운 점심시간을 갖는 것으로 오늘 등반을 마무리 짓는다.   

        

▲ 설교벽 4피치를 등반 중이다.


▲ 하루재를 넘어서면 눈앞에 나타나는 인수봉은 언제나 멋진 자태를 뽐내고 있다. 


▲ 인수봉 등반지로 어프로치하는 클라이머들이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듯하다.


▲ 인수봉 자락을 돌아서 북쪽의 설교벽으로 향하는 길 중간에 잠깐 동안 햇살이 비춰준다.


▲ 어프로치 중간에 만난 단풍숲은 설악산의 깊은 골짜기처럼 화려하다.


▲ 설교벽 첫 피치 초입은 응달이어서 그런지 미끄럽다. 평소와 달리 캠 두개로 중간 확보점을 만들고 등반했다.


▲ 둘째 피치는 크랙을 따라 올라간다. 슬랩 등반 하듯 크랙 우측으로 발을 빼면 자세가 안정적이다. 


▲ 셋째 피치 초반부의 턱을 올라서기 전에 크랙에 캠을 설치하는 것이 안전하다.


▲ 셋째 피치도 크랙을 따라 올라가는 루트이므로 캠을 적절히 사용해야 한다.


▲ 피치 중간에서 내려다본 출발점이다. 우리에게 차례를 양보해주신 분들이 아직 출발 전이다.


▲ 자세를 잘 취하면 크랙 등반의 묘미를 느낄 수 있는 넷째 피치를 오르고 있다.


▲ 캠 2개로 중간 확보점을 만들면서 올랐다.


▲ 설교벽 릿지의 크럭스라 할 수 있는 다섯째 피치를 등반 중이다.


▲ 다섯째 피치 상단부의 벙어리 크랙을 올라서는 것이 관건이다.


▲ 크랙에 왕캠을 설치하고 우측 벽의 손홀드를 잘 찾으면 그리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다.


▲ 나무에 슬링이 있고, 우측 벽에 고정 캠이 있어서 중간 확보점 역할을 한다.


▲ 크럭스인 다섯째 피치를 올라서서 내려다본 풍경이다.


▲ 마지막 여섯째 피치를 등반 중이다.


▲ 여섯째 피치의 종착지는 인수릿지 3피치 출발점이다.


▲ 인수릿지에 올라서서 바라본 숨은벽 능선 주변의 단풍이다.


▲ 인수릿지 첫 피치에 올라선 등반자들이 보인다.


▲ 등반자들로 붐비는 인수릿지를 탈출하여 하산한다.


▲ 아침에 출발했던 장소로 돌아와서 점심을 먹는다. 고운 단풍으로 물든 조용한 숲속에서 가을 정취를 만끽할 수 있었다.


▲ 우리팀 뒤로 붙은 두 팀이 등반 중인 설교벽 릿지 전경이다.


▲ 밝은 햇살이 비춰주었다면 더욱 좋았을 것이다.


▲ 하산길에서도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단풍을 아낌없이 즐길 수 있었다.


▲ 일반등로인 하루재 부근의 단풍도 산객들의 등산복 색깔만큼이나 화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