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빙벽등반

노적봉 등반 - 2019년 11월 2일

빌레이 2019. 11. 2. 20:30

어느새 쌀쌀해진 아침 공기가 옷깃을 여미게 하는 계절이 되었다. 단풍으로 타오르던 북한산도 이제는 듬성듬성 나목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벌써 다가오는 겨울을 준비하는 산의 모습이 읽혀진다. 미아역에서 7시 반에 택시를 타고 우이동 도선사에서 하차한다. 용암문으로 이어지는 계곡 주변의 숲은 아직까지 막바지 단풍으로 물든 화려한 색상의 향연 속이다. 그러나 빡빡한 일정으로 인한 피로가 누적된 내몸은 컨디션이 썩 좋지 못하여 아름다운 풍광 보다는 쌀쌀한 기온이 더 신경쓰인다. 노적봉 써제이길 초입에 도착해서 장비 착용을 준비하는데, 스산한 가을바람이 심상치 않게 불어 온다. 바윗길에서는 찬바람이 제일 싫다. 확보점에서 추위에 떨다보면 등반의 즐거움은 한순간에 사라지고 만다. 


계획을 변경하여 반대편의 노적릿지를 등반하기로 한다. 노적봉 언저리를 돌아서 오아시스의 미인길 초입을 지난다. 바람이 잦아들어 마음까지 편안해지는 노적릿지 옆의 아늑한 아지트에 자리를 잡는다. 슬랩에 줄을 걸어 놓고 몇 차례 오르내리는 것으로 몸을 풀어본다. 슬랩 등반도 익숙해져야 즐길 수가 있다. 김밥으로 간단히 요기를 하고, 노적릿지를 오른다. 별로 어려울 것 없는 코스지만 평소보다 안전에 신경쓰면서 등반한다. 노적릿지길 좌측의 <즐거운 편지길>에는 열 명이 넘는 대부대가 붙어 있다. 릿지화를 신고 정상에서 프리솔로로 클라이밍 다운하는 사람을 만난다. 아슬아슬한 그 모습에 지켜보는 내가 더 긴장된다. 그 사람이 안전하게 내려가기를 바라면서 우리팀은 매 피치를 40미터 이상의 길이로 끊어서 등반한 후 노적봉 정상에 도착한다. 쌀쌀한 바람 때문에 정상에 오래 머물지 않고 내려와서 바람을 피할 수 있는 아늑한 곳에서 장비를 정리한다. 길게 걷고 싶은 마음에 용암문을 지나 대동문까지 가서 수유동 아카데미하우스로 내려가는 길을 따라서 천천히 산을 벗어난다. 피곤한 몸 때문에 조금 망설인 등반이었지만 부담 없는 루트에서 맘 편하게 즐길 수 있어서 좋았다.         


▲ 노적봉 좌벽의 슬랩을 오르내리는 것으로 몸을 풀어본다.


▲ 도선사 뒤에서 용암문으로 올라가는 등로의 단풍이 절정이다.


▲ 용암문에서 위문으로 가는 산성주릉의 산길엔 어느새 낙엽이 많이 쌓여 있다.


▲ 노적봉 우벽은 제법 세찬 바람이 불어서 등반할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 바람에 나부끼는 갈대의 모습이 스산함을 더해 주었다.


▲ 노적봉 좌벽은 상대적으로 아늑했다. 오랜만의 슬랩 등반에 조금은 긴장된 자세로 선등 중이다.


▲ 생각보다 밀리지 않는 슬랩을 올라서 "완료"를 외치는 순간이다.


▲ 톱로핑 방식으로 루트 좌우를 다섯 차례 정도 오르는 것으로 슬랩 등반 연습을 마친다.


▲ 노적릿지길 초입으로 이동 중이다.


▲ 노적봉 중앙벽을 오르고 있는 클라이머들의 실루엣이 아스라히 보인다.


▲ 본격적인 등반이 시작되는 노적릿지길 초입이다.


▲ 경사각은 제법 쎄지만 직상크랙이 확실해서 차분히 오르면 되는 구간이다.


▲ 40미터 정도의 직상크랙을 오른 후에는 정상까지 슬랩이 이어진다.


▲ 사선 밴드를 따라가다가 크랙을 만난 후에는 위로 올라가면 된다


▲ 좌측 발 아래로 북문 인근의 상운사가 보인다.


▲ 여기를 올라가면 정상이 보인다.


▲ 노적봉 정상부의 나폴레옹 모자 바위가 좌측으로 보인다.


▲ 중앙벽을 오르고 있는 클라이머들이 보인다.


▲ 정상 바로 아래의 확보점에서 잠시 뒤로 내려와 산성계곡의 단풍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해 보았다.


▲ 미세먼지 많은 흐린 하늘과 가을 바람 부는 스산한 날씨에 노적봉 정상에서의 조망도 흐릿하다.  


▲ 쌀쌀한 정상에 머물지 않고 곧바로 하강해서 아늑한 곳에서 장비를 정리했다.


▲ 수유동 구천폭포 위의 쉼터에서 산을 벗어나기 직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