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빙벽등반

하나개 암장 - 2019년 10월 9일 (한글날)

빌레이 2019. 10. 10. 19:20

무의도 하나개 암장을 개척하신 윤길수 선생님과 함께 그곳에서 하루를 보내는 영광을 누렸다. 홍대 애스트로맨 클라이밍 센터를 운영하고 계시는 윤 선생님의 명성은 익히 알고 있었으나 직접 만나뵙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공휴일인 한글날에 때마침 시간이 맞아서 기영형의 주선으로 애스트로맨 암장팀의 하나개 해벽 등반에 동참할 수 있었다. 그간 형으로부터 무수히 많은 얘기를 들었던 때문인지 윤길수 선생님은 초면인데도 전혀 낯설지가 않았다. 갑자기 쌀쌀해져서 강원도에는 한파주의보가 발령되고 서리가 내린다는 기상청의 일기예보가 무색하게도 하나개 암장은 등반하기 더없이 좋은 날씨였다.


점심 시간에 윤 선생님께서 들려주신 다채로운 해외 등반 경험담은 오후 등반을 생략하고 하염 없이 듣고 싶을 정도였다. 너무나 생생하고 흥미진진한 내용들로 가득했다. 지난 5월에 왔을 땐 경험하지 못했던 고동바위에서 윤 선생님의 멋진 등반 모습을 관전하는 것 또한 즐거운 볼거리였다. 첫째와 둘째 볼트 클립 이전까지는 좀 더 주의 깊게 빌레이 볼 것을 조언해 주신 윤 선생님의 세심한 가르침도 기억에 남는다. 선생님은 안전한 등반을 위해 인수봉과 설악산 바윗길의 리볼팅 작업을 주도하시고, 하나개 해벽 같이 좋은 암장을 많이 개척하셨다. 다음 세대의 클라이머들이 실내가 아닌 대자연 속에서 도전적인 등반을 즐길 수 있는 장을 열어 주신 윤 선생님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말씀을 올리는 바이다. 


진전 없는 나의 등반 실력 탓에 아직은 하나개 암장의 많은 루트들이 힘에 겨웠으나 처음 왔을 때 보다는 까칠한 해벽이 약간 더 익숙해진 듯한 느낌을 받았다. 고동바위 같이 난이도 있는 하드프리 암장에서도 기영형처럼 자신감 있게 선등할 수 있도록 앞으로 더 열심히 운동할 것을 내심 다짐해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