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토왕골 등반을 마치고 설악동 주차장에 도착한 때는 땅거미가 내려앉을 무렵이었다. 주위가 어두워져 뒤늦게 숙소를 찾아나서던 차에 기영형과 함께 줄을 묶은 적이 있는 강호천사님의 블로그에 소개되었던 설악산장이 떠올랐다. 블로그에서 전화번호를 확인한 후 연락이 닿아 깨끗히 단장된 그 산장에서 저렴하게 하룻밤을 묵을 수 있었다. 우리팀 외에는 다른 숙박객이 없어서 새건물 전체를 전세낸 것처럼 자유롭게 사용했다. 비록 매트를 준비해오지 않아 딱딱한 침상 바닥 위에서 자는 바람에 목이 좀 뻐근했으나 설악산장에서 유쾌한 하룻밤을 보내고 아침까지 든든히 챙겨 먹은 후 코락길 등반을 위해 장수대로 이동했다.
미륵장군봉 등반도 꽤 오랜만이다. 장수대 분소 주차장에서 도로를 따라 내려간 후 미륵장군봉으로 향하는 전나무 숲길로 접어든다. 언제 걸어도 편안한 숲속의 오솔길이다. 몽유도원도 릿지길과의 갈림길에서 석황사 계곡을 따라서 조금만 올라가면 깍아지른 붉은 직벽인 신선벽 암장에 이른다. 이곳에서 장비를 착용한 후 코락길 등반에 나선다. 오늘은 임무를 바꿔서 기영형이 선등에 나서고 내가 쎄컨을 본다. 은경이는 어제처럼 사진 촬영과 라스트를 맡는다. 나는 간밤에 조금 과음한 탓인지 전반적으로 어제보다는 몸이 뻣뻣하고 무거웠다. 기영형은 처음 가보는 루트임에도 불구하고 안정된 몸놀림으로 침착하게 믿음직스런 선등을 보여주었다. 일기예보와 달리 비 한방울 맞지 않고 자일파티 모두가 즐겁게 등반할 수 있어서 좋았다.
▲ 가장 어렵게 느껴졌던 오버행 크랙 직후의 페이스 구간을 기영형이 안정된 자세로 선등하고 있다.
▲ 미륵장군봉과 몽유도원도 릿지로 향하는 어프로치 길은 마음 편히 걷기 좋은 숲속 오솔길이다.
▲ 신선벽 앞의 계곡에서 장비를 착용한다.
▲ 오늘은 기영형이 선등이고, 내가 쎄컨을 맡는다.
▲ 새롭게 볼트를 정비한 흔적이 보이는 코락길 출발점이다.
▲ 기영형이 첫 피치 초반부를 등반 중이다.
▲ 몸이 풀리기 전이라서 첫 피치 선등은 누구에게나 부담스럽다.
▲ 내가 쎄컨으로 오르고 있는 모습. 피로 누적과 간밤의 과음으로 어제보다는 몸이 무겁다.
▲ 40여 미터 길이의 첫 피치 확보점이다.
▲ 선등자의 책임감과 부담감 탓인지 형의 표정이 결연해 보인다.
▲ 둘째 피치는 50여 미터 길이의 슬랩 등반 구간이다.
▲ 후등으로 등반하면 마음이 한결 편안하다.
▲ 셋째 피치부터는 벽의 기울기가 쎄진다.
▲ 갑자기 쎄진 기울기에 더욱 신중하게 등반에 임하고 있는 기영형의 모습이다.
▲ 첫 볼트가 멀리 있기 때문에 크랙에 캠으로 중간 확보점을 만들고 등반하는 것이 안전하다.
▲ 기영형이 침착하게 루트를 살피면서 진행하고 있다.
사진 속의 등반 중인 위치에서 날등에 올라서는 동작이 약간 까다롭다.
▲ 내가 쉬운 스태밍 자세를 유지하면서 크랙 부분을 오르고 있다.
▲ 조금 힘겨웠던 셋째 피치를 끝내고 기영형은 서서히 등반에 대한 자신감이 생기는 듯했다.
▲ 넷째 피치의 초반부 크랙 구간에서 자세 잡기가 쉽지 않았다.
▲ 넷째 피치 후반부의 오버행 침니 구간을 인공으로 돌파 중인 형의 모습이 보인다.
▲ 몸이 무거운 탓인지 오버행 침니는 인공등반 방식으로도 그리 쉽지 않은 구간이었다.
▲ 다섯째 피치는 벙어리 세로 크랙과 페이스 등반을 요하는 구간으로 가장 어려운 피치였다.
▲ 양쪽 크랙에 번갈아 발을 끼우는 자세로 등반 중인 형의 모습이 멋졌다.
▲ 나도 형이 했던 동작과 유사한 방법으로 올랐다.
▲ 마지막 피치는 침니를 타고 오르는 구간이다.
▲ 침니에서는 형처럼 몸을 밖으로 빼고 스태밍 자세를 유지하면 등반이 한결 쉬워진다.
▲ 침니에서는 생각보다 양호한 홀드를 잘 찾을 수 있어서 괜찮았다.
▲ 등반을 마치고 5번의 피치 하강을 하는 것이 예상보다 힘들고 조심스러웠다.
자일이 코락길 좌측의 <비바 스카이> 루트 방향으로 떨어지는 바람에 자일을 끌고 오는 것이 쉽지 않았다.
다음엔 <비바 스카이> 방향으로의 하강 루트를 고려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기영형의 안정적인 리딩으로 자일파티 모두가 즐겁게 등반할 수 있었음에 감사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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