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강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방학 중에 설악산 등반을 다녀오겠다는 마음을 먹는다. 1박 2일의 등반 여행을 계획한다. 먼저 지난 6월에 기영형이 리볼팅 작업에 참가했던 토왕골의 <별을 따는 소년들> 릿지를 7년만에 가보기로 한다. 토요일 4시 반에 맞춰둔 알람소리를 듣고 기상한다. 내차로 은경이와 기영형을 픽업한 후 서울을 빠져나간 시간은 6시 무렵이다. 설악동 척산온천 부근의 식당에서 맛있는 아침식사로 배를 든든히 채우고 어프로치에 나선다. 일명 <별따기>로도 불리는 릿지 출발점은 토왕골 가장 깊숙한 곳에 자리잡고 있다. 설악의 품에 안기면 언제나 심신이 맑아진다. 천하 절경의 토앙골을 따라 어프로치 하는 발걸음이 가볍다. 발목 관절염으로 인한 통증을 완화시키기 위해 붙인 키네지올로지 테이프가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하는 듯하다. 어쩌면 설악의 자연이 주는 신선함과 등반에 대한 설레임이 치유의 힘을 발휘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기영형의 든든한 빌레이를 받으며 내가 선등하고, 형이 쎄컨, 은경이는 라스트와 사진 촬영을 맡았다. <별따기> 리볼팅 작업에 참여해서 이 바윗길에 대한 애착이 클 기영형과 함께 할 수 있어서 더욱 뜻깊은 등반이었다. 형이 등반 중에 간간히 들려준 글루인볼트의 안전성에 관한 설명과 리볼팅 작업 과정에 얽힌 일화들이 좋았다. 셋째 피치의 책바위 크랙 아래에서 만난 앞팀은 형과 나의 모교인 대학산악부 소속이었다. 같은 대학에서 학사와 석사 학위를 취득한 동문으로 일행 중에 끼어 있는 김자인 선수를 만나는 우연도 있었다. 토왕성 폭포 위로부터 몰려오는 비구름 때문에 마지막 피치를 남겨 두고 하강해야 했던 아쉬움은 조금 남지만 새롭게 정비된 바윗길에서 그 어느 때보다 즐겁고 안전한 등반을 경험했다는 감사함이 남는다.
▲ <별따기> 루트 중 가장 어려운 구간인 4피치 중반부 오버행 구간을 등반 중이다.
▲ 저 위로 보이는 토왕성 폭포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조망할 수 있는 바윗길이 바로 <별따기>다.
▲ 릿지 출발점에서 장비를 착용하고 있다. 발목 관절염 통증을 완화시키기 위한 키네지올로지 테이핑을 했는데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 듯하다.
▲ 기영형의 빌레이를 받으며 첫 피치 선등에 나선다.
자세가 약간 어색하고 캠 설치가 용이하지 않은 부분에 중간 볼트 하나가 설치되어 더욱 안전해졌다.
▲ 첫 피치 확보점에 도착했다.
▲ 최근에 리볼팅 작업으로 더욱 안전한 확보점이 되었다.
풍화작용이 심한 설악산 바위에는 글루인볼트(Glue-in Bolt)가 내구성 면에서 최적의 선택인 듯하다.
▲ 2 피치는 별 어려움 없이 진행할 수 있는 구간이다.
▲ 둘째 피치 확보점이다. 기영형은 지난 6월에 윤길수 선생님 팀의 일원으로 <별따기> 루트 리볼팅 작업에 참가했었다.
리볼팅 작업팀의 수고로운 봉사 덕택에 더욱 안전하게 등반을 즐길 수 있음에 감사 드리는 바이다.
▲ 기영형이 3 피치 초반부를 올라서고 있다.
피치 후반부는 책바위 형태의 직상 크랙이라서 선등자 빌레이는 책바위 바로 아래에서 보는 것이 안전하다는 생각이다.
▲ 셋째 피치 후반부의 책바위 크랙은 중간 볼트에 클립한 후, 우측 벽의 발홀드를 이용한 스태밍 자세에서
블랙다이아몬드 2호 캠을 크랙 끝부분에 설치하고 좌측으로 올라섰다.
크랙의 넓이로 볼 때 캠은 3호를 사용하는 것이 좀 더 안정적일 듯했다.
▲ 루트 진행 방향 좌측으로는 <솜다리> 릿지길이 바로 옆이고, 저 멀리로 달마봉 너머 속초 앞바다까지 보인다.
▲ 오버행 구간이 있는 4 피치 출발 지점에 도착했을 때 앞팀 여러 명이 등반 대기 중이었다.
우리팀은 1 시간 넘게 기다린 후 출발할 수 있었다.
▲ 앞팀은 기영형과 나의 모교인 대학산악부 소속이다.
김자인 선수가 오버행 구간을 좌측 라인으로 사뿐히 넘어서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 세계 정상급 스포츠클라이머인 김자인 선수의 등반 모습을 설악에서 지켜본다는 게 신기하다.
▲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니 기영형은 잠시 눈을 붙인다.
▲ 기나긴 기다림 끝에 드디어 4 피치 등반을 출발한다.
▲ 초반부는 홀드가 양호해서 쉬운 구간이다.
▲ 오버행 구간에는 3 개의 글루인볼트가 적절한 위치에 설치되어 있어서 인공등반으로 안전하게 오를 수 있었다.
선등자에게는 손홀드가 그리 양호한 편은 아니어서 볼트 구간으로의 자유등반은 좀 무리일 듯하다.
▲ 첫 번째와 두 번째 볼트에 슬링과 알파인레더를 설치하고 오버행 구간을 올라섰다.
▲ 확보점 바로 아래 부분 직벽에서는 직상하는 것보다 볼트 약간 좌측으로 진행하는 것이 좋았다.
▲ 기영형이 4 피치를 쎄컨으로 등반 중이다.
▲ 4 피치 확보점은 기존에 설치된 쌍볼트가 튼튼해서 그대로 사용한 것이라고 한다.
▲ 4 피치 확보점에서부터는 <솜다리>길 우측면의 깍아지른 절벽이 마주 보인다.
▲ 기영형이 5 피치를 등반 중이다.
▲ 좌측으로 보이는 <솜다리>길 하강 포인트 중간 지점에 있는 클라이머들이 보인다.
▲ 이곳 능선에 올라서면 토왕좌골 릿지 너머로 토왕성 폭포의 전경이 보이기 시작한다.
▲ 6 피치를 등반 중인 앞팀의 모습이 보인다.
▲ 5 피치 말미에서 짧은 하강을 하면 여러 명이 점심 먹기 좋은 안부가 나온다.
▲ 김자인 선수가 6 피치 후반부에 올라선 모습이 보인다.
▲ 낡은 볼트를 제거하고 튼튼한 글루인볼트로 리볼팅 작업을 마친 5 피치 확보점.
▲ 6 피치 초반부를 올라서고 있다.
▲ 6 피치는 홀드가 양호해서 비교적 등반이 쉬운 구간이다.
▲ 토왕성 상폭과 하폭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데... 서서히 비구름이 몰려온다.
▲ 우리가 지나온 4 피치와 5피치의 침봉처럼 우뚝 선 암봉들의 모습이 우람하다.
▲ 토왕성 폭포에 비구름이 내려앉고 있는 모습이다.
▲ 7 피치는 피너클 지대를 가로지르는 구간이어서 암봉에 적절한 확보점을 마련해야 한다.
▲ 7 피치 중간의 짧은 직벽을 넘어서는 곳에 새로운 볼트가 개선된 위치에 잘 설치되어 있다.
▲ 칼날 능선과 피너클 지대가 교차하는 7 피치 구간이다.
▲ 직벽을 올라설 때는 우측 모서리의 홀드를 잡고 일어나면 된다. 제거된 기존 볼트보다 조금 위쪽에 새로운 볼트가 설치되어 있다.
▲ 마지막 피치를 남겨둔 곳에 하강용 쌍볼트가 새롭게 설치되어 있다.
비구름에 대한 걱정 탓인지 앞팀은 모두 이곳에서 하강했다.
▲ 이 부분을 지나면 하강용 쌍볼트가 나온다.
▲ 클라이머들이 모여 있는 확보점 앞에 있는 봉우리가 마지막 피치이다.
마지막 피치의 쌍볼트 확보점은 정상 아래에 있는 소나무 조금 위에 설치되어 있다고 한다.
▲ 우리팀도 이곳 하강 포인트에서 탈출한다. 70 미터 자일로 한 번 하강하고, 클라이밍 다운하면 끝난다.
▲ 처음 하강하는 포인트는 항상 신중해야 한다. 낙석도 주의하면서...
▲ 안전한 하강 거리는 40 미터 정도 나오는 것 같다.
마지막 피치를 등반한 후에도 이 하강 포인트로 돌아와서 탈출하면 고된 하산길을 많이 줄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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