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빙벽등반

춘클릿지 B길 등반 - 2019년 8월 2일

빌레이 2019. 8. 3. 07:06

춘천 의암호반에 있는 춘클릿지는 최근 들어 매우 인기가 높은 바윗길이 되었다. 어프로치가 짧고 주변 풍광이 수려하면서 등반성도 좋다는 장점 때문일 것이다. 당연히 주말에는 전국에서 몰려온 클라이머들로 붐빌 수 밖에 없다. 호젓한 등반을 즐기고 싶은 마음이 강한 나에게 춘클릿지는 인수봉처럼 주말 등반지로는 가고 싶은데 선뜻 마음이 내키지 않는 바윗길이다. 나의 등반기록을 살펴보니 2010년부터 매년 한두 차례 오르던 춘클릿지를 2016년 6월 이후로는 찾지 않았다. 사람들이 많아서 3피치만 끊내고 도중에 탈출했던 적도 있었다. 이번엔 악우들의 여름휴가 기간이어서 한적한 평일에 등반 약속을 잡을 수 있었다. 금요일 이른 아침에 4년 만의 춘클릿지 등반을 위해 춘천으로 향한다. 피서 가는 차량 행렬 때문에 서울을 빠져나오는 데 약간의 지체 현상을 겪었으나 청평 이후의 북한강변을 달리기 시작할 때부터 의암댐에 이르기까지 강물 위를 살포시 덮고 있는 물안개의 진풍경이 펼쳐지니 눈이 즐겁고 마음까지 편안해진다. 


기존의 춘클릿지와 나란히 이어진 춘클릿지 B길을 오르기로 한다. 바윗길 주변에 우리 팀 외에는 아무도 없으니 정말로 좋다. 폭염주의보가 내린 날씨답게 매 피치를 오르고 나면 땀이 뚝뚝 떨어질 정도였으나 즐겁게 등반할 수 있었다. 1피치부터 4피치까지는 새로운 춘클릿지 B길로 처음 올랐다. 5피치 이후로는 기존의 춘클릿지 루트라서 익숙했다. 춘클릿지의 하일라이트라 할 수 있는 4피치에서의 정체 현상을 피하기 위해서 개척되었다는 난이도 5.9의 새로운 길도 충분히 오르는 재미를 만끽할 수 있었다. 비록 2피치의 오버행 구간을 인공으로 돌파할 수 밖에 없었지만 전반적으로 등반성 높은 새로운 길을 경험했다는 만족감이 높았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춘클릿지 B길을 완전한 자유등반으로 오를 수 있기를 바래본다. 하산길에서 만난 계곡은 최근의 잦은 비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풍부한 수량을 자랑하여 더위를 식혀주기에 충분했다. 차량 정체를 피하기 위해 일부러 먼길을 돌아서 오다가 길가에서 만난 춘천시 사북면의 동강막국수집도 기억해둘만 했다. 정갈한 그 음식점에서 먹었던 잣막국수의 쫄깃한 면발과 고소한 풍미를 가진 국물 맛 또한 잊을 수 없을 듯하다.     


▲ 춘클릿지 B길 3피치를 마치고 트래버스 후 클라이밍 다운으로 내려서는 중이다.


▲ 춘클릿지 B길은 기존 춘클릿지 출발점에서 우측으로 조금 더 올라가는 곳에서 시작된다. 


▲ 첫 피치를 선등으로 오르고 있다. 춘클릿지 B길 1피치는 난이도 5.9에 27미터 거리이다. 


▲ 첫 피치는 중간 볼트 4개이다. 둘째 볼트 클립할 때 볼트 방향으로 직상해서 홀드를 잘 찾아야 한다.

셋째 볼트 이후가 생각보다 까다롭다. 직벽이지만 중간부분이 오목해서 오버행처럼 느껴진다.


▲ 첫 피치 확보점에서 내려다본 의암호수는 평화롭기 그지없다.


▲ 둘째 피치는 등반거리 20미터에 5.10b 난이도로 기록되어 있다.

첫 번째 오버행 턱을 올라서는 구간이 크럭스다.


▲ 첫 번째 오버행을 쉽사리 돌파하지 못하고 할 수 없이 레더를 이용한 인공등반 방식으로 오른다.


▲ 두 개의 오버행 구간을 올라서느라 힘을 소진한 둘째 피치를 끝내고 나니 마음은 편안해진다. 


▲ 둘째 피치 확보점에서 바라본 의암호수와 붕어섬의 모습이다.


▲ 셋째 피치는 난이도 5.8에 25미터 거리로 큰 부담없이 오를 수 있는 구간이다. 


▲ 셋째 피치도 두 번째 볼트 클립 이후는 살짝 긴장해야 한다. 볼트 우측에 양호한 홀드가 있었다.


▲ B길 3피치 확보점은 기존의 춘클릿지 3피치 확보점 우측 바로 옆에 자리한다. 


▲ 3피치 등반을 종료한 후 클라이밍 다운으로 내려서고 있다.


▲ 클라이밍 다운은 끝까지 신중하게...


▲ 3피치와 4피치 사이의 안부에서... 평화로운 주변 풍광을 즐기면서 한참을 쉬어간다.

시야는 그 어느 때보다 넓어서 멀리 있는 산줄기가 손에 잡힐 듯이 가깝다.


▲ 40미터 직벽으로 이루어진 4피치를 우측에 새로 개척된 길로 오른다.


▲ 춘클릿지 B길로 등반하면 둘째 피치의 오버행 구간 때문인지 4피치의 경사각이 예전보다 상대적으로 약해보인다. 


▲ 등반 거리가 길고 홀드를 찾아가는 재미가 있어서 기존의 4피치 못지 않게 등반성이 높은 B길 4피치라는 생각... 


▲ 4피치 확보점에서... 강렬한 햇살 때문에 후등자 빌레이가 힘겨울 정도였지만...

항상 이 곳은 시원한 풍광 덕택에 등반의 만족감이 높은 구간이다.


▲ 예전에 많이 올랐던 6피치 구간이다. 여기부터는 체력이 많이 떨어졌다는 판단 하에 후등으로 오른다. 

폭염주의보가 내린 날씨답게 물먹은 솜처럼 몸이 무거워져서 5피치 이후가 더욱 힘겨웠다.

자일 없이 걸어서 이동한 5피치는 숨을 헐떡이며 중간에 몇 번을 쉬고서야 올라설 수 있었다.  


▲ 6피치 출발점에서 본 풍경이다. 5피치 이후의 구간은 산불의 흔적이 아직까지 남아있다.


▲ 마지막 피치는 이 첫 구간을 올라서서 조금 길게 이어진다.

초반부를 올라서면 선등자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의사소통에 유의하면서 빌레이를 봐야 한다. 


▲ 마지막 7피치 후반부를 오르는 중간에 찍은 컷이다. 어프로치용 등산화를 신고 후등으로 오르니 편하다.ㅎㅎ


▲ 춘클릿지길 종착점은 드름산 정상이다. 주변의 산줄기를 설명해주는 안내도의 산들이 모두 잘 보인다.


▲ 시야 좋은 드름산 정상의 조망을 즐기는 것으로 등반을 마무리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