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빙벽등반

관악산 하늘길 - 2019년 6월 22일

빌레이 2019. 6. 22. 22:11

관악산 하늘길은 오래 전부터 한번은 가봐야 할 바윗길로 뇌리에 남아 있었다. 릿지 등반을 즐기던 시절에 즐겨 찾던 곳인 육봉 능선에 개척된 암릉길이란 점이 추억을 자극했던 듯하다. 대섭이의 집에서 가까운 관악산의 바윗길을 한번쯤은 찾아가는 것이 좋으리란 생각도 있었다. 한강 이북 지역에서 주로 같이 등반했던 대섭이의 집이 강남이다. 북한산에서 집이 가까운 나는 가끔 집이 먼 대섭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 때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하철 4호선 정부청사역에서 세 친구가 만나서 9시에 어프로치를 시작했다. 문원폭포 위의 육봉능선 등로 좌측에 자리한 하늘길 출발점은 그리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실내암장에서 같이 운동하는 진균형님이 소속된 산악회에서 개척한 하늘길은 전반적으로 확보점이나 볼트가 잘 정비되어 있었다. 다만 피치 사이의 간격이 멀고 등반선이 부자연스러워 전체적으로 등반성은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늘길의 가장 큰 단점은 릿지꾼들이나 일반 등산객들이 다니는 등로와 바윗길 루트가 너무 많이 겹친다는 점이다. 아무래도 육봉능선의 릿지를 타고 오르는 길이 가장 자연스런 등반선일 것이다. 릿지꾼들이 다니는 이 등반선을 피해서 루트를 만들다 보니 억지로 바윗길을 만든 듯한 구간이 많았다. 무엇보다 산행의 에티켓일랑은 잊은지 오래인 릿지꾼들의 막무가내식 행태를 보면서 마음이 편할 수 없었다. 일상의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고 재충전의 시간을 갖기 위해 찾은 산에서도 쓸 데 없는 목적의식을 버리지 못하고 무엇에 쫒기는 듯 여유를 잃어버린 사람들의 태도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다.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자세는 인구밀도 높은 우리나라에서는 아예 기대하지 않는 게 낫다는 생각마저 든다. 일반 등산객들과 섞여서 오를 수 밖에 없었던 관악산의 하늘길에서는 조용한 성격의 우리 세 친구들이 등반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것이었을지도 모르겠다.          


▲ 하늘길 7피치 후반부를 등반 중이다. 청명한 하늘로 향하는 바윗길에 어울리는 루트명인듯...


▲ 과천의 정부청사역에서 국사편찬위원회 방향으로 가면 문원폭포 들머리가 나온다.


▲ 육봉 능선이 보이기 시작한다.


▲ 문원폭포가 등로 우측으로 보인다.


▲ 문원폭포 위의 갈림길에서 좌측 골짜기로 오르면 된다.


▲ 하늘길 출발점에서 대섭이의 빌레이를 받으며 등반을 시작한다.


▲ 첫 피치 하단부는 쉬운 슬랩이다.


▲ 첫 피치 중간의 확보점에서 루트를 올려다 보고 있다.


▲ 몸 풀기 적당한 슬랩을 지난 다음 짧은 오버행 턱을 올라서야 한다.


▲ 첫 피치 앵커에서 후등자 확보 중이다.


▲ 라스트로 오른 대섭이와 함께 다음 피치로 이동한다.


▲ 둘째 피치는 초반부의 홀드 좋은 짧은 오버행을 오르면 다음은 쉽다.


▲ 후반부는 우측으로 돌아서서 오르면 된다.


▲ 둘째 피치를 올라서면 넓은 쉼터가 나온다. 하늘에선 비행기 오가는 소리가 요란했다.


▲ 둘째 피치 위의 쉼터에서 내려다본 풍경이다.


▲ 셋째 피치는 둘째 피치 이후 일반 등로를 잠시 걸은 후 우측에 나타난다. 


▲ 셋째 피치는 쉬운 슬랩 위의 턱에 올라선 다음의 후반부가 약간 애매했다.


▲ 셋째 피치 앵커에서 내려다 본 모습. 대섭이가 라스트로 오르고 있다.


▲ 넷째 피치는 우측 사선 방향으로 등반하는 루트이다.


▲ 넷째 피치도 릿지 우측 사면에 있어서 등반선이 자연스럽지 못하다.


▲ 루트 중간엔 양지꽃 무리가 유난히 많이 보였다.


▲ 다섯째 피치 출발점에 서있다. 릿지꾼들이 빌레이어를 전혀 배려해주지 않고 그들만의 길을 갔던 곳이다.


▲ 첫 볼트 이후에 사선 크랙으로 진입해야 한다.


▲ 크랙에 핸드 재밍을 하고 볼트에 클립하는 동작이 쉽지 않았다.


▲ 루트 좌측으로는 리지꾼들이 요란스럽게 올라가고, 위에서 구경하는 사람들이 있는 등...

등반에 집중할 수 없는 주변 환경이었다.


▲ 대섭이가 다섯째 피치 후반부를 등반 중이다.


▲ 여섯째 피치는 독립봉을 등반하고 하강하는 루트라서 배낭을 메지 않고 등반해도 된다.


▲ 첫 볼트가 너무 멀어서 하는 수 없이 우측의 쉬운 루트로 오른다.


▲ 캠 두 개로 중간 확보점을 만들고 등반 완료한다.


▲ 대섭이가 빌레이 보는 장소로도 릿지꾼들이 쉴 새 없이 오간다.


▲ 톱로핑 방식으로 등반해보기 위해 하강하고 있으나 자일이 쓸려서 포기한다.


▲ 일곱째 피치 출발점 앞에 있는 여섯째 마디의 난이도 안내는 납득이 안된다.

안전을 위해 설치한 볼트 거리에 따라서 난이도가 달라지는 건 합리적이지 못하다는 생각이다. 


▲ 일곱째 피치의 출발점은 암장 루트 중 가장 쉬운 곳으로 오른다.


▲ 암장의 루트는 모두 첫 볼트 클립까지가 크럭스인 듯하여 추락시 사고의 위험이 높은 곳이다.


▲ 루트 중반 이후는 슬랩과 크랙 등반으로 무난히 오를 수 있다.


▲ 일곱째 마디를 끝내면 한참을 내려가야 8, 9 피치가 이어진다고 하니 연결성은 떨어진다는 생각에 여기서 등반을 마무리 한다.


▲ 육봉 정상부의 국기봉에서 인덕원 방향으로 하산한다. 


▲ 사람들로 붐볐던 관악산 하늘길을 등반하면서 지난 주의 한적했던 노적봉 남벽에서의 등반이 그리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