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매주 다니던 주말 산행을 한참 동안 거르게 되었다. 그만큼 내 생활 리듬도 깨진 듯하여 일상의 활력을 되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문지방이 가장 넘기 힘든 크럭스라는 말을 실감하게 된다. 잡다한 핑계로 산행이나 등반을 자꾸 머뭇거리게 되는 요즘이다. 일과 등반에 대한 부담에서 좀 편해지기로 마음 먹는다. 이럴 땐 산에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 평소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등반을 다시 시작하면 된다. 한적하고 자연스런 등반선을 가진 암벽에서 멀티피치 등반을 즐겨보는 것이다. 북한산 노적봉은 인수봉에 비해서 주말에도 여유롭다. 전통적인 등반선을 보여주는 반도길을 오를 때 봐 두었던 써제이길을 등반하기로 한다.
미아역에서 7시 반에 악우와 함께 택시를 타고 우이동 도선사 주차장에 내린다. 도선사를 거쳐 용암문에 이르는 등로가 힘겹지만 오랜만에 산길을 걷는다는 상쾌함이 느껴진다. 녹음이 짙어진 숲길엔 이파리를 먹고 자라는 애벌레들이 지천이다. 소름을 돋게 하는 애벌레의 모습은 징그럽지만 이 애벌레가 자라면 예쁜 나비가 된다. 애벌레 시절을 거치지 않는 나비가 없다. 우리네 인생도 어쩌면 기억하기 싫은 과거의 시련을 딛고 일어선 것인지도 모른다. 산딸기와 이름모를 들꽃들도 평소보다 더 아름답게 보인다. 용암문에서 한숨 돌리고 노적봉 남면에 있는 써제이길 출발점을 단번에 찾는다. 처음 가는 바윗길에서 초입을 찾는 일은 어렵지만 가슴 설레는 일이다. 기분 좋게 장비를 착용하고 등반을 시작한다.
써제이길은 노적봉 남벽의 한적한 곳에 있다. 대부분의 바윗길이 모여 있는 중앙벽에서 벗어나 있으니 여유로운 등반을 즐기기에 좋은 곳이다. 크랙과 밴드를 따라 오르는 루트로 피치 중간에 볼트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피치를 끊는 확보점엔 최근에 보수한 듯 반짝이는 스테인리스 체인형 쌍볼트가 안전하게 설치되어 있다. 둘째와 셋째 피치는 기울기가 큰 직벽에 손홀드가 양호한 편이지만 짧은 오버행 구간들도 있고, 크랙에 캠을 설치하면서 올라야 하기 때문에 선등하는 동안 심리적인 부담감이 적지 않았다. 넷째 피치부터는 반도길과 겹쳐서 익숙한 까닭에 등반이 한결 편했다. 마음에 두고 있었던 새로운 바윗길을 안전하게 등반했다는 만족감을 안고 노적봉 정상에서 맞이하는 시원한 풍광은 그 어느 때보다 아름답게 보인다.
▲ 등반을 마치고 노적봉 정상으로 향하는 곳의 바윗틈에 들꽃이 피었다.
▲ 무거운 장비를 메고 용암문으로 향하는 계단길이 힘들지만 산길을 걷는 기분은 상쾌하다.
▲ 용암문에 올라서면 힘든 어프로치 구간은 끝난 셈이다.
▲ 노적봉 남벽 허리께에 자리한 써제이길 출발점의 소나무 그늘.
▲ 써제이길 첫 피치는 쉬운 구간이다.
▲ 출발점에서 40여 미터 거리의 오버행 턱밑에 쌍볼트 확보점이 있다.
▲ 첫 피치 확보점엔 써제이길을 표시한 작은 동판이 있다.
▲ 확보점에서 첫 피치를 내려다 본다. 좌측 하단부가 출발점이다.
▲ 첫 피치 확보점 좌측의 암벽이다. 기울기는 쎈 편이다.
▲ 선등자 확보를 볼 때 퀵드로를 이용해서 자일을 이렇게 정리하면 빌레이 보는 것이 한결 편하다.
▲ 짧은 오버행 턱을 넘어서야 하는 둘째 피치 등반을 출발한다.
▲ 바윗턱 위의 크랙에 캠을 설치하고 있다.
▲ 캠으로 중간 확보점을 만들면서 등반해야 한다.
▲ 둘째 피치는 손홀드가 좋은 편이지만 기울기가 쎄고 흐르는 홀드가 많아서 예상보다는 쉽지 않았다.
▲ 제법 오래된 루트의 흔적인 낡은 슬링은 제거하는 것이 맞을 듯한데...
▲ 둘째 피치 확보점에서 내려다본 그림이다. 사진 좌측으로 보이는 크랙을 따라서 올라왔다.
▲ 셋째 피치도 직전 피치와 유사한 크랙 등반 구간이다.
▲ 손홀드는 양호한 편이지만 간만의 멀티피치 등반이라서 그런지 밸런스가 쉽지 않은 곳이 좀 있었다.
▲ 셋째 피치 확보점은 코바위 우측 위쪽에 있다.
▲ 넷째 피치부터는 경사가 완만해지고 익숙한 길이다.
▲ 낯선 곳과 익숙한 곳의 차이는 크다. 알고 가는 길은 쉽게 느껴진다.
▲ 넷째 피치 확보점에서...
▲ 넷째 피치 확보점에서 처음으로 다른 등반팀이 보였을 정도로 오늘의 노적봉은 여느 주말보다 한결 조용했다.
▲ 청아한 날씨 속에 암벽화를 벗고 경치를 즐기면서 잠시 쉬는 시간을 갖는다.
▲ 휴식을 마치고 여러 차례 오른 적 있는 마지막 구간을 등반한다.
▲ 두 피치로 나눠진 구간을 약 50미터 길이의 한 피치로 등반한다.
▲ 이 벽을 올라서면 중간 턱에 쌍볼트 확보점이 있지만 피치를 끊지 않고 등반해도 괜찮다.
▲ 안전하게 등반을 끝내고 노적봉 정상 아래의 마지막 확보점에서 자일을 정리한다.
▲ 포즈를 취해보라는 악우의 명령을 따라서...ㅎㅎ.
▲ 등반을 마치고 노적봉 정상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가볍다.
▲ 아무도 없는 정상의 나폴레옹 모자 바위에서 인증사진도 남긴다.
▲ 정상에서 시원한 풍광과 함께 맛있는 샌드위치를 즐기고... 백운대 서벽과 인수봉엔 클라이머들로 붐비는 모습을 보면서...^^
▲ 평소엔 클라이밍 다운으로 내려섰던 곳을 자일 하강 하는 것으로 오늘 등반을 마무리 짓는다.
▲ 저 멀리 만경대 릿지 너머로 서울 시가지가 보인다. 다시 삶의 터전인 도시로 귀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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