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밴쿠버 출장을 다녀왔다. 산 좋고 공기 좋은 나라 캐나다는 방문할 때마다 좋은 기억들만 쌓이는 듯하다. 밴쿠버는 이번이 두 번째로 7년만에 다시 찾은 것이다. 어제 저녁에 귀국해서 아직은 시차적응이 제대로 되지 않은 탓인지 새벽에 잠이 깨고 말았다. 거실에서는 장인어른께서 류현진의 선발 경기를 생방송으로 시청 중이다. 캐나다에서 보낸 6박 8일 간의 출장 일정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시간은 밴쿠버의 실내 암장에서 운동했던 순간이다. 해외에서는 처음으로 찾아간 실내 클라이밍 체육관이어서 그런지 그 곳에 들어서기 전까지는 기대 반 우려 반으로 설레이는 마음이 앞섰다. 하지만 친절한 직원들의 안내와 관리가 잘 되어 있는 깨끗한 운동시설에 합리적인 이용 가격까지 나무랄 데 없는 환경 덕택에 매우 유쾌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1993년도에 오픈했다는 암장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청결하고 자연 친화적인 클라이밍 벽이 놀라웠다. 프로의식 강한 스탭들이 운영하는 암장 관리 시스템 또한 교훈적인 요소가 무척 많았다.
대학원 박사과정 제자들인 호중이와 현기가 동행했다. 현지에서 목요일 학회 일과시간 후에 숙소에서 걸어서 40여분 거리에 있는 '클리프행어 실내 암벽등반 체육관(Cliffhanger indoor rock climbing gyms)'으로 향했다. 구글맵을 이용하여 암장으로 가는 경로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밴쿠버 동계 올림픽 개폐회식장으로 사용된 아름다운 경기장인 BC 플레이스에서 출발하여 해안 산책로를 따라 가다가 과학관(TELUS World of Science)에서 밴쿠버 외곽 지역으로 20분 정도만 더 걸어가면 암장이 나온다. 호중이와 현기는 등반 초보자이기 때문에 내 확보를 봐줄 수가 없다. 그래서 우리는 빌레이 테스트를 생략하고 오토빌레이가 있는 리드벽과 볼더링 코너에서만 운동하기로 했다. 일반인들의 퇴근 시간보다 조금 일찍 간 덕택에 여유롭고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오토빌레이 시설에 익숙해진 후에는 5.10d 루트를 처음으로 완등하는 기쁨도 누렸다. 밴쿠버에서 두고 두고 기억될 즐거운 추억 하나를 제자들과 공유했다는 만족감과 감사함이 남는다.
▲ 해외에서는 처음으로 찾아간 실내암장에서 아주 유쾌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음에 감사하는 마음이다.
▲ 학회장에서 간식으로 나온 시리얼바의 포장지가 클라이머의 근육을 꿈틀거리게 만드는 듯하다.
▲ 해외에서는 처음으로 경험한 실내 암장의 시스템은 내가 평소 운동하는 한국의 암장과 크게 다르지는 않아서 금방 적응할 수 있었다.
▲ 리드벽의 모든 코스에 자일이 걸려 있다는 게 한국의 암장들과 큰 차이점이다.
한국에서는 거의 개인 소유의 자일을 사용한다.
▲ 동선을 잘 고려한 효율적인 공간 배치와 청결하고 쿠션 좋은 바닥의 질감도 운동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 출입문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쉬운 난이도의 오토빌레이 시설을 갖춘 리드벽이 있다.
대부분의 회원들은 이곳을 서너 차례 오르내리는 것으로 몸을 푸는 듯하다.
▲ 스탭으로부터 오토빌레이 시설 이용에 대한 교육을 간단히 받고 쉬운 난이도의 벽부터 붙어본다.
대학원 제자들인 호중이와 현기도 해외에서의 이색적인 체험이 즐거운지 서로 사진을 찍어주면서 운동에 열중한다.
▲ 건물 3~4층 높이의 암장 중에서 볼더링 코너는 2층 높이의 분리된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 볼더링 벽은 리드벽과 확실하게 분리되어 동선이 서로 엉키거나 겹칠 염려가 전혀 없다.
▲ 볼더링 벽에서 내려다 보면 리드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바닥은 쿠션 좋은 마루에 카페트를 깔고 코스마다 안전선을 그려 놓은 것이 보기 좋았다.
▲ 서로 운동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조언을 해주는 건 우리나라의 암장과 비슷하지만 전반적으로 매우 조용한 환경이다.
▲ 우리들처럼 첫 방문객인 듯한 친구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베테랑 클라이머들이다.
▲ 분홍색 후드티를 입은 친구가 우리를 안내하고 교육시킨 스탭인데 매우 친절하고 프로로서의 자부심과 내공이 있어 보였다.
어려운 구간에서 추락한 회원들에게도 조용히 다가가서 조언해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 안쪽의 리드벽에는 조금 더 높은 난이도의 오토빌레이 루트들이 셋팅되어 있다.
▲ 자연암벽과 유사한 리드벽에도 오토빌레이가 있으니 즐겁게 등반할 수 있었다.
▲ 바닥에서 올려다보고 있는 제자들에게 손짓하면서 완등의 기쁨을 표현해본다.
▲ 오토빌레이에 익숙해지니 쉬운 난이도에서는 과감한 동작도 취해본다.
암장의 천정이 개폐식이니 공기 순환이 원활할 것이다.
▲ 오토빌레이는 첫 번째 하강만 과감하게 경험하면 그 다음은 즐길 수가 있다.
오토빌레이도 이중 안전시스템을 적용한 점이 눈에 띈다.
▲ 내 옆에서 거의 동시에 오르내렸던 여성 클라이머의 군살 없는 날씬한 몸매가 부럽다.
▲ 서로 앞서거니 뒷서거니 바로 옆 루트에서 오르내렸으나 거의 겹치지 않았다.
▲ 오토빌레이가 익숙해지니 점점 몸이 풀리고 등반이 즐거워져서 고난도에 붙어볼 의욕이 발동한다.
▲ 여러 차례 오르내리면서 포즈도 취해보고...
▲ 회원들은 자일파티와 서로 줄을 묶고 리드등반을 즐기는데... 거의 빌레이용 장갑을 끼지 않는 게 좀 이색적이다.
▲ 작은 홀드가 연이어지는 5.10d 난이도의 녹색 홀드 루트에 붙어본다.
▲ 좌측벽으로 이동해야 하는 구간이 첫 번째 크럭스다.
▲ 마지막 크럭스에서 잠깐 망설였으나 잠시 손을 털어준 후에 오토빌레이를 믿고 과감히 올라서기로 한다.
▲ 예상보다는 손쉽게 두 번째 도전에서 완등을 맛본다.
▲ 완등하고 하강하는 순간의 기쁨은 최고조에 이른다.
▲ 나도 모르게 환희에 찬 세레모니를....
▲ 완등 후 곧바로 5.10a 루트를 등반하면서 몸을 풀어준다.
▲ 해외인 밴쿠버의 암장에서 내게는 고난도인 5.10d 루트를 만족스럽게 완등한 후의 기쁨은 컸다.
이 루트는 클리프행어 암장의 오토빌레이 코스 중에서 최고 난이도이다.
▲ 완등의 기쁨을 맛봤으니 이제는 고수들의 등반 모습을 관찰해 보기로 한다.
▲ 빌레이 볼 때 고개를 뒤로 젖히지 않아도 되는 잠만경 원리의 안경도 이미 한국에서 봤던 품목이다.
▲ 다시 젊은 친구들이 무리지어 놀고 있는 볼더링 벽에도 붙어보고...
▲ 우리네 암장 분위기와 비슷하게 베테랑들은 자일파티 끼리 엮여 있는 것이 보인다.
▲ 마지막으로 쉬운 루트를 몇 차례 오르내리는 것으로 정리 운동을 대신한다.
▲ 내가 정리운동을 할 때 옆의 친구는 이어폰 끼고서 가운데 루트를 정말 오랫동안 오르내렸다.
▲ 클리프행어 실내 암장의 카운터 모습이다.
벽쪽에 있는 4대의 태블릿 모니터를 통해서 회원가입과 함께 안전에 대한 동의서를 작성하는 시스템이다.
우리 같은 여행자들은 기본 장비 대여료를 포함해서 25 캐나다 달러의 비용으로 하룻 동안 이용할 수 있다.
▲ 교육용 벽에서는 자연암벽에서 필요한 빌레이 시스템을 가르치는 듯하다.
이곳 암장에서는 스쿼미시에서 행해지는 각종 자연암벽 등반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라고 한다.
▲ 교육용 벽에는 홀드의 모양에 따른 명칭을 적어 놓았다.
▲ 운동하면서 쉽게 물을 마실 수 있도록 리드벽 바로 옆에 식수대가 갖춰져 있다.
▲ 볼더링 코너에 붙어 있는 안전 관련 공지판이다.
▲ 박사과정 제자들인 호중이와 현기가 함께 해서 운동하는 시간이 더욱 즐거웠다.
퇴근 시간 이후에는 상당히 많은 클라이머들로 북적거리는 활기 넘치는 모습이었다.
▲ 밴쿠버 다운타운에서는 자전거로 오기에 딱 좋은 위치에 자리 잡은 암장이다.
단독 건물이어서 더욱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 우리가 놀았던 암장 가까운 곳에 또다른 실내암장이 있었다. 이곳은 리드벽이 없는 볼더링 전용 암장이다.
▲ 볼더링 전용 암장의 출입구 모습.
▲ 열심히 운동한 만큼 칼로리 높은 음식으로 배를 채운다.
숙소로 오는 길 중간에 있는 고전적인 아이리쉬 펍의 맥주와 수제버거의 맛이 일품이었다.
▲ 운동 후에 마시는 한 잔의 맥주는 치명적인 맛이다.
또 이렇게 밴쿠버에서 잊을 수 없는 추억 하나를 쌓을 수 있었음에 감사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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