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빙벽등반

무의도 하나개 암장 - 2019년 5월 25일

빌레이 2019. 5. 26. 12:07

당산역에서 8시에 악우들 네 명이 모여 무의도로 출발한다. 기영형의 승용차에 나를 포함한 대섭이와 은경이가 동승하여 올림픽대로에 들어선 후 곧바로 인천공항 전용 고속도로를 따라서 시원하게 내달린다. 한 시간 조금 넘게 걸려 무의도의 하나개 해수욕장 주차장에 도착한다. 최근 연륙교가 완공되어 배를 타지 않고도 섬에 닿을 수 있으니 여간 편리한 게 아니다. 하나개 암장은 해수욕장 안쪽의 해안 절벽에 자리를 잡고 있다. 기영형이 암벽등반의 사부님으로 깍듯이 모시고 있는 윤길수 애스트로맨 실내암장 대표님께서 개척한 암장이이라고 한다. 기영형에게는 윤길수 선생님과 함께 수 차례 등반했던 벽이라서 매우 익숙할 것이다. 그런 형을 믿고 따라온 덕택에 우리 친구들은 해벽이 처음이었지만 무척 마음 편하게 즐길 수 있었다.


총 6개 구역으로 나눠져 있는 하나개 암장 중에서 우리는 주로 제1구역인 애스트로맨월에서 등반했다. 제1구역과 제2구역인 고둥바위 사이의 암반 위에 타프를 쳐서 아지트를 구축하고 점심 전까지는 애스트로맨월에서 놀았다. 기영형이 선등으로 줄을 걸면 나머지 세 사람이 톱로핑 방식으로 벽에 붙었다. 난이도가 낮은 두 개 루트에서는 우리 세 사람도 선등을 경험할 수 있었다. 기영형과는 구면인 세 명의 팀은 애스트로맨월에서 우리팀과 섞여서 등반했다. 또다른 젊은 친구들 세 명은 제2구역인 고둥바위에서 놀고 있었다. 그 외에 다른 등반팀은 없었다. 루트 앞에서 대기하는 시간이 없으니 등반하는 데만 오롯히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았다.   


점심시간 직후에는 다른 구역에 흩어져 있는 벽들도 구경했다. 해식동굴처럼 보이는 제3구역 호룡골은 절벽의 높이가 다른 구역 보다 더 높아서 매력적으로 보였다. 해벽 느낌이 물씬 풍기는 시원한 협곡 안에 내가 마음 놓고 선등할만한 수준의 난이도를 가진 루트도 2개 있었다. 이 두 루트를 등반할 때가 제일 즐거웠다. 기영형의 남다른 등반 열정 덕택에 밀물 때가 가까워 암장 코앞으로 바닷물이 밀려드는 시간까지 거의 쉴틈 없이 벽에 붙을 수 있었다. 제1구역의 바닷가쪽 절벽에 있는 3개 루트에서 마지막 오름짓을 즐기고 모든 장비를 회수하여 정리하는 것으로 하나개 암장에서의 첫 해벽 등반을 마무리 지었다. 


처음 붙어본 해벽에서 이렇게 많은 루트를 등반하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 했다. 캐나다 출장을 다녀온 후 제대로 된 휴식시간을 갖지 못한 탓인지 내몸은 그 어느 때보다 무겁게 느껴져서 통나무처럼 둔한 움직임을 보였다. 하지만 기영형의 열정어린 드라이브로 조금 힘겨웠지만 그 어느 때보다 알찬 등반을 즐겼다는 만족감이 남는다. 우리 세 친구들에게 매우 유익한 경험을 안겨 주기 위해 물심 양면으로 준비하고 이끌어주신 기영형에게 이 자리를 빌어 고마운 마음을 전하는 바이다.                 


▲ 호룡골에 있는 난이도 5.9에 15m 높이의 '황발이' 루트를 선등으로 오르고 있다.  

평소보다 둔한 몸놀림이란 것이... 엉덩이가 빠지는 등반 자세에서도 드러난다...


▲ 우리가 암장에 도착한 시간엔 밀물 때로 바닷물이 암장 절벽 아래에 출렁거리고 있었다. 


▲ 제1구역, 애스트로맨월 제일 안쪽의 루트부터 기영형이 줄을 걸기 시작한다.


▲ 기영형의 등반 실력은 그야말로 일취월장, 거의 모든 루트에서 군더더기 없는 완등을 보여준다. 


▲ 기영형이 걸어 놓은 줄을 이용해 톱로핑 방식으로 등반한다.


▲ 까칠까칠한 바위 표면 탓에 손가락이 아프지만 손홀드 찾는 맛이 즐거운 루트다. '주목(5.10b, 10m)'을 등반 중이다.


▲ 기영형의 빌레이를 받으며 대섭이가 오르고 있다. 루트명은...새솜(5.10a, 10m).


▲ '새솜' 루트를 내가 등반하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몸이 무거운 탓에 페이스나 오버행 구간에서 무척 힘겨워 한다.


▲ 기영형이 '쎄비주(5.10a, 10m)'를 선등하고 있다.


▲ 이 루트는 상단부에서 약간의 어려움을 겪게 된다.


▲ 내가 빌레이를 보고 대섭이가 등반한다.

바닷물에 밀려오는 해안가의 쓰레기는 어찌할 수 없는 모양이다. 


▲ 몸은 무거워도 기영형이 줄 걸어준 성의가 있으니 열심히 붙어본다.


▲ 내 수준에 딱 맞는 쉬운 루트에서는 선등도 해본다.


▲ 별로 좋지 못한 자세지만 역광으로 찍으니 봐줄만 하다.


▲ 은경이도 즐겁게 선등하고...


▲ 이제 서서히 바닷물이 빠지고 있다.


▲ 침니 등반에서도 평소와 달리 스태밍 자세를 과감하게 취하지 못한다. 

발을 더 높이 확실하게 디뎌야 하는데...


▲ 애스트로맨월의 칸테에 있는 '수호천사(5.9, 10m)' 루트를 선등 중이다.


▲ '수호천사'를 깔끔하게 완등하고 승리의 브이를...


▲ 기영형은 이곳 저곳에 부지런히 줄을 건다. 


▲ 점심 시간에 잠시 쉬면서 우리의 아지트에서 정면을 바라보면 해안 데크길 위로 많은 사람들이 지나 다닌다.

우리는 관광객들을 구경하고, 그들은 우리를 바라보고... 누가 동물원의 원숭이일까?...ㅎㅎ. 


▲ 점심을 먹고 기영형의 안내로 다른 구역의 루트들도 구경해 본다.


▲ 제3구역인 호룡골은 협곡이어서 시원하다.


▲ 친구들도 호룡골의 해식동굴 안까지 구경하며 즐거워 한다.


▲ 제2구역에서 놀던 3명의 젊은 친구들은 볼더링 패드까지 준비해 왔다. 이 팀은 비교적 이른 시간에 등반을 마무리 한다. 


▲ 바닷물은 많이 빠져서 저 멀리 있는 갯벌엔 어느새 많은 사람들이 보인다.


▲ 호룡골을 정면에서 바라본 모습이다.


▲ 협곡을 이루고 있는 호룡골은 해벽 느낌이 물씬 풍기는 곳이다. 


▲ 제2구역인 고둥바위를 둘러보고 자주색 타프를 쳐놓은 우리의 아지트로 귀환한다.


▲ 제2구역인 고둥바위엔 5.10b~c급 12m 높이의 루트 7개가 개척되어 있다.


▲ 기영형은 잠시 쉬고 우리 친구들끼리 다시 등반을 시작한다.


▲ 은경이는 해벽에서도 여전히 멋진 자세로 잘 오른다.


▲ 기영형은 내키지 않은 듯 했으나... 나의 제안으로 호룡골의 쉬운 루트를 맛보기로 한다. 


▲ 만조 때에는 물에 잠긴 흔적이 또렷한 호룡골이다. 


▲ 호룡골의 가장 쉬운 루트인 5.8 난이도에 15m 높이인 '무늬발'에서도 기영형이 먼저 등반한다.


▲ 기영형이 검증한 '무늬발(5.8, 15m)'과 '황발이(5.9, 15m)' 2개의 루트 앞에서 나도 선등을 준비한다.


▲ 컨디션이 좋지 않다고 해도 5.9 정도의 난이도는 별 어려움 없이 선등할만 하다.


▲ 아무리 쉬운 루트라도 선등은 신중할 수 밖에 없다.


▲ 대섭이의 빌레이를 믿고 차분하게 오른다.


▲ 손홀드가 확실해서 등반이 즐겁다.


▲ 협곡 안쪽에서 보면 역광의 실루엣이...


▲ 기영형은 선등에 빌레이까지 열일 하신다.


▲ 바닷물이 차오른다고 하여 시간 절약을 위해 은경이는 톱로핑으로 등반한다.


▲ 대섭이도 톱로핑 등반 두 번으로 호룡골을 경험한다.


▲ 마지막으로 애스트로맨월의 바닷가쪽 루트 3개에 줄을 걸고 있는 기영형.

루트명은 좌로부터 '정다운', '2월29일생', '별천지'. 세 루트 모두 5.10b 난이도의 10m 페이스.


▲ 마지막으로 등반한 3개의 루트는 난이도에 비해서 모두 즐겁게 오를 수 있었다.

어느 정도 해벽에 적응한 후라서 그랬을 것이다.  


▲ 기영형의 빌레이를 받으며 내가 마지막으로 등반하면서 장비를 회수하고 있다.

등뒤로 바닷물이 차오르고 있는 시간까지 알차게 등반했다는 뿌듯함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