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빙벽등반

불암산 산머루산다래 암장 - 2019년 5월 11일

빌레이 2019. 5. 12. 09:15

당고개역에서 10시 30분에 만나기로 했던 약속시간을 착각했다. 당고개역은 한 시간 전에 집에서 출발하면 넉넉한 거리다. 8시 30분에 집을 나서서 마을버스를 타고 가는 중에 대섭이로부터 전화가 온다. 포천에 갑자스런 업무가 생겨서 뒷풀이에나 합류할 수 있다고 한다. 기영형이 자일 한 동을 가져오기로 했으니 등반엔 별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안심시키고 중요한 일처리가 먼저라고 말해줬다. 대섭이와는 올해들어 첫 등반인데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예정보다 한 시간 일찍 당고개역에 도착한 나는 인공암벽이 있는 공원 벤치에서 스마트폰으로 이메일을 확인하며 답장이 필요한 몇 건의 일을 처리한다. 기다리는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약속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한 기영형과 은경이를 만나서 산머루산다래 암장으로 향한다. 당고개역에서 빤히 올려다보이는 불암산의 대슬랩 주변이 암장이다. 짧은 어프로치에 슬랩등반을 연습하기 좋은 곳이어서 가끔 한 번씩 찾게 되는 곳이다. 암장엔 이미 여러 팀이 등반 중이다. 우리는 맨 안쪽의 그늘진 아늑한 장소에 짐을 풀고 담소를 나누며 한가한 시간을 갖은 후 대슬랩에서 먼저 몸을 풀기로 한다. 슬랩에서의 첫 선등은 항상 부담스럽다. 30미터 길이의 중앙슬랩에 자일을 걸어놓고 서너 차례씩의 등반으로 슬랩에서의 감각을 익힌다. 진균형님의 도움으로 신속하게 창갈이를 한 티씨프로 암벽화의 감촉이 괜찮다.


점심시간 후에는 짧은 낮잠을 즐긴 후 세 피치로 이루어진 '8월의 어느날' 코스를 등반한다. 내가 선등하고 기영형과 은경이 순서로 오른다. 첫 피치는 쉬운 슬랩이다. 둘째 피치 초반부는 짧은 오버행 턱을 올라서야 하는 구간이다. 우측 벽 중간의 작은 홀드에 오른발을 확실히 딛고 왼발을 왼손 홀드로 잡고 있는 바위턱 위로 올려야 한다. 가까스로 왼발을 올려놓으니 그 다음은 쉬운 슬랩 구간이 이어진다. 셋째 피치는 확보점에서 우측 날등으로 올라서야 하는 첫 볼트 이후 부분의 경사각이 커 보인다. 처음부터 직상하지 않고 우측으로 트래버스 한 후에 약간 오목한 부분을 딛고 올라서니 미끌리지 않는다. 그 이후로도 긴장감 넘치는 슬랩 구간이 이어지지만 발이 밀리지는 않는다. 셋째 볼트 이후에 좌측으로 내려서야 하는데 날등으로 계속 진행하는 바람에 볼트를 지나치고 말았다. 할 수 없이 마지막 쌍볼트 확보점 이후의 소나무에 확보하고 등반을 완료한다.


세 번의 피치 하강으로 아지트에 돌아오니 대섭이가 반겨준다. 오랜만에 보는 친구의 얼굴이 밝아보여서 좋다. 일이 잘 처리된 모양이다. 대섭이도 왔으니 이제 완전체가 된 네 명이 조금 더 어려운 구간을 등반해 보기로 한다. 하드프리에서 실력을 갈고 닦은 기영형이 세 피치로 구성된 '실크로드' 코스를 선등한다. 첫 피치는 우리가 자유등반으로 오르기엔 버거운 직벽이다. 기영형이 인공으로 선등하고 나, 은경, 대섭 순서로 오른다. 둘째 피치부터는 여기저기 손홀드가 보이는 구간이어서 자유등반 방식으로 오른다. 초반부의 직벽이 예상보다 밸런스 잡기가 용이하지 않지만 기영형은 신중하게 잘 오른다. '실크로드' 코스의 하일라이트는 마지막 셋째 피치다. 직벽에 붙어서 우측 상향으로 트래버스 하는 구간이다. 언뜻보면 선등자와 후등자 모두가 추락에 대한 공포를 지울 수는 없지만, 막상 붙어보니 적절한 곳에 기분 좋은 손홀드가 잡혀서 모두들 즐겁게 오를 수 있었다. 기영형의 멋진 선등으로 또 한번의 의미있는 등반을 경험했다는 만족감이 남는다.        


▲ 오늘 등반 중 자일파티 모두에게 가장 만족감이 높았던 '실크로드' 셋째 피치를 대섭이가 라스트로 오르고 있다. 


▲ 대슬랩에서 먼저 몸을 풀어보기로 한다. 창갈이를 새롭게 한 티씨프로를 신었다.


▲ 슬랩에서의 첫 선등은 항상 부담스럽다. 신중하게 오른다.


▲ 기영형과 은경이는 톱로핑 방식으로 세 차례씩 오른다. 톱로핑에선 빌레이가 오히려 더 힘들다...ㅎㅎ..


▲ 점심을 먹고 멀티피치 등반에 나선다. '8월의 어느날' 코스를 오르기로 한다.


▲ 둘째 피치 초반부의 오버행 턱을 올라서는 것이 약간 까다롭다.


▲ 셋째 피치 초반부는 첫 볼트 클립 후 트래버스 하여 날등으로 붙는 게 발디딤이 좋다.


▲ 둘째 볼트 이후로도 긴장감 넘치는 슬랩이 이어지지만 미끌리지는 않는다. 


▲ 셋째 볼트 이후에 날등에서 좌측으로 네려서야 하는데... 볼트를 지나치고 말았다.


▲ 기영형이 셋째 피치 초반부를 등반 중이다.


▲ 대섭이가 합류한 후에 '실크로드'코스를 오르기로 한다.


▲ 첫 피치는 볼트따기로 등반한다.


▲ 채석장의 절개지라서 적절한 홀드를 찾기가 어렵다.


▲ '실크로드' 첫 피치는 바위 표면이 맨질맨질한 직벽이다.


▲ 선등 완료한 기영형의 확보를 받고 내가 쎄컨으로 등반 중인 모습이다.


▲ 첫 피치 확보점에서 후등자 확보중...


▲ 뒤늦게 합류한 대섭이가 장비를 수거하면서 라스트로 오르고 있다.


▲ 기영형이 둘째 피치를 선등 중이다.


▲ 보기보다 밸런스 잡기가 까다로운 구간이다.


▲ 온사이트 등반은 신중할 수 밖에 없다. 기영형은 신중하게 잘 오른다.


▲ 내가 쎄컨으로 올라보는데 그리 만만치 않은 구간이다.


▲ 채석장의 흔적이 뚜렷한 직벽이라서 홀드가 듬직하지 못하고 낙석의 위험이 상존하는 구간이기도 하다.


▲ '실크로드'길 둘째 피치 확보점이다. 기영형의 자일은 무지개처럼 알록달록한 색상이다.


▲ 기영형이 셋째 피치 선등에 나서고 있다.


▲ 차분히 안정된 자세로 선등 중인 형의 모습이 멋지다.


▲ 손홀드를 잘 찾아가는 형의 모습이 듬직하다.


▲ 형은 예상보다 손홀드가 좋다며 확보점에 모여 있는 우리를 안심시킨다.


▲ 확보점에 도착할 때까지 신중함을 잃지 않아야 한다.


▲ 드디어 긴장감 넘치는 등반을 마치고 확보점에 안착하는 순간은 자일파티 모두의 기쁨이다. 


▲ 편한 마음으로 홀드를 찾아가는 맛이 좋다.


▲ 진행방향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손홀드를 발견할 때의 기쁨을 맛볼 수 있는 구간이다.


▲ 추락의 공포가 없으니 과감한 동작으로 만족스런 자유등반을 할 수 있었다.


▲ 즐겁게 등반해서 선등자인 형에게로 향한다.


▲ 라스트로 올라오는 대섭이의 모습이 멋지다.


▲ 도착점에서 바라본 피치는 좋은 손홀드가 잘 발견된다.


▲ 대섭이가 확보점에 도착하니 네 사람 모두가 즐거운 표정이다. 


▲ 이제 안전하게 하강하는 일만 남았다.


▲ 아지트로 귀환하여 장비를 챙기고 다녀간 흔적이 남지 않게 깨끗이 청소하고 떠난다.


▲ 기영형에게도 의미 있고 뿌듯한 등반이었을 것이다.


▲ 암장을 개척하고 잘 관리해주시는 산머루산다래 산악회 분들께 감사를 드리는 바이다.


▲ 나중엔 이곳에서 인공등반도 연습해볼 기회가 올 것이다.


▲ 하산 후 암장이 올려다보이는 둘레길 근처의 계곡에서 탁족을 했으면 좋으련만 물이 없어서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