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기영형과 함께 도봉산 바윗길에서 줄을 묶었다. 형은 도봉산 낭만길을 중학교 때 등반한 기억이 난다고 했다. 해마다 몸풀기용 등반으로 한두 번은 오르게 되는 낭만길이어서 내게는 익숙한 길이다. 그간 서로 시간을 맞추기 힘들어서 형과는 등반 약속을 쉽사리 정하지 못했다. 그만큼 쌓인 회포도 많은 탓인지 어프로치 하는 동안 오가는 대화가 끊이질 않았다. 은경이가 라스트와 사진 촬영을 맡아 주고 기영형이 든든하게 선등자 빌레이를 봐준 가운데 낭만길에서 호젓하고 여유로운 등반을 즐길 수 있었다. 등반 내내 우리 외에는 아무도 없었던 낭만길을 전세낸 것처럼 차분하게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았다.
평소엔 우회길로 오르던 다섯째 피치의 직상 침니도 등반하여 간만에 정코스로 낭만길을 등반했다는 만족감이 남았다. 직상 침니에서 세 개의 배낭을 끌어올릴 때에는 주마를 가져오지 않은 걸 잠시나마 후회했다. 이 때는 대암벽에서 홀백(haul bag)을 끌어 올리는 연습을 하고 있는 듯한 느낌도 살짝 들었다. 아침에 집을 나설 때에는 목디스크 통증이 심하여 등반을 취소할까 망설였을 정도의 몸상태여서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어프로치 후에 몸이 조금씩 괜찮아지면서 의외로 등반은 잘 풀렸다. 비교적 흐린 날씨였지만 간간히 비춰주는 봄햇살이 따스했다. 무엇보다 파스텔 톤의 봄빛으로 물들고 있는 낭만길 주변의 도봉산 풍광이 아름다웠다. 듬직하고 마음 편한 형과 친구가 함께 줄을 묶어서 더욱 안전하고 만족스런 등반이 이루어졌음은 두 말할 필요가 없는 사실이다.
▲ 도봉산으로 들어가는 진입로는 봄꽃들이 만개했다. 목련과 산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 만월암으로 향하는 계곡길에는 진달래 꽃이 만개하고 연초록 새 이파리들이 돋아나고 있었다.
▲ 선인봉, 만장봉, 자운봉의 우람한 풍채가 다가온다. 다소 흐린 날씨다.
낭만길은 가운데 뾰족하게 보이는 봉우리인 만장봉 정상으로 향하는 바윗길이다.
▲ 커다란 바윗틈에 자리한 만월암에 도착하면 어프로치는 막바지에 이른다.
▲ 장비를 착용하고 등반을 시작한다. 구름 낀 하늘이라 다소 쌀쌀했다.
▲ 첫째 마디는 그냥 오를 수 있는 난이도여서 등반은 생략한다.
▲ 둘째 마디부터 본격적인 등반에 나선다. 기영형이 선등자 빌레이를 봐주신다.
▲ 둘째 피치는 중간에 캠 하나를 치고 상단부의 돌출된 바윗턱을 언더홀드 삼아서 넘어가면 쉽다.
▲ 기영형이 쎄컨으로 둘째 피치를 등반 중이다. 하늘의 구름도 서서히 걷히기 시작한다.
▲ 난이도는 낮지만 몸이 풀리기 전의 등반 초반이라 조심스레 올라야 한다.
▲ 셋째 마디는 자일 정리 후 걸어서 이동할 수 있는 구간이다.
▲ 중학생 시절 이후에 낭만길이 처음이라는 형에게 배추흰나비 길과 요세미티 가는 길 코스를 알려준다.
▲ 셋째 마디부터는 우측으로 포대능선과 자운봉에서 뻗어내린 암릉을 볼 수 있어서 눈이 즐겁다.
▲ 넷째 마디는 홀드 양호한 구간으로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다.
▲ 넷째 마디를 등반 중인 형의 모습이 보인다.
▲ 다섯째 마디는 바윗턱을 올라선 후 침니 등반을 해야 한다.
▲ 기영형이 침니에 들어가기 직전이다. 이 곳부터 은경이는 새로 산 배낭이 쓸리는 걸 방지하기 위해 커버를 씌웠다.
▲ 평소엔 우회 코스로 올랐던 여섯째 마디를 등반 중이다.
출발은 오른쪽이 더 양호하다. 나무에 슬링으로 중간 확보물을 설치 중이다.
▲ 예전에 없던 볼트 3개와 확보점이 설치되어 안전해졌다. 볼트는 선등자의 부담을 덜어준다.
▲ 배낭 없이 등반해서 상단부 침니 구간에서 몸째밍 동작이 용이해졌다.
▲ 선등 완료 후에 배낭을 끌어올려야 했다. 주마를 가져왔어야 했는데...
배낭이 바위에 쓸리는 걸 방지하기 위해선 자일 중간에 배낭을 매달고 밑에 있는 사람과 보조를 맞추는 게 관건이다.
▲ 배낭 3개를 끌어 올린 후에 기영형과 은경이가 차례로 등반했다.
▲ 점심 식사 후에 일곱째 마디를 등반 중이다.
▲ 일곱째 마디는 초반부에 쉬운 슬랩을 올라야 한다.
▲ 여덟째 마디의 뜀바위 앞에서 다시 등반을 시작한다.
▲ 뜀바위는 내려가서 올라오면 안 뛰어도 건널 수 있다.
▲ 기영형이 여덟째 마디 후반부를 등반 중이다.
▲ 역광이어서 밀레의 그림 <만종> 느낌이 나는 듯...
▲ 만장봉 정상 직전의 확보점이다. 선인봉에서 올라오는 루트와 공유하는 확보점이다.
▲ 아홉째 마디인 직벽 구간도 중간 볼트 2개가 있어서 더욱 안전하게 오를 수 있다.
▲ 아홉째 마디 상단부의 직상 크랙은 좌측으로 붙는 게 손홀드가 확실해서 더 쉽다.
▲ 기영형이 아홉째 피치 초반부를 올라서고 있다.
▲ 마지막 열 번째 마디를 출발하고 있다.
▲ 마지막 피치는 슬랩등반 하듯이 몸을 우측으로 빼면 등반이 쉬워진다.
▲ 몸이 좌측 벽으로 붙는 건 자연스런 현상이지만...
▲ 만장봉 정상에서 선인봉 쪽을 내려다 보고 있다.
▲ 간만에 줄을 묶은 기영형과 정상 인증사진을 남기고...
▲ 30미터 하강 두 번으로 등반을 마친다.
▲ 낭만길을 우회로 없이 정코스로 올랐다는 뿌듯함을 가지고 하산한다.^^
'암빙벽등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야외 인공암벽에 관한 단상 (0) | 2019.05.06 |
---|---|
인수봉 아미동길 등반 - 2019년 5월 4일 (0) | 2019.05.04 |
불곡산 <악어의 꿈길> 등반 - 2019년 4월 13일 (0) | 2019.04.13 |
용마산 인공 암벽 - 2019년 3월 1일 (0) | 2019.03.02 |
강촌 유선대 암장 - 2018년 10월 20일 (0) | 2018.10.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