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 산행지를 어디로 정할까 망설인다. 운악산이 생각나지만 이내 접고 철원의 금학산으로 마음이 끌린다. 금학산에서 보개봉을 거쳐 고대산까지 이어서 산행했던 2017년 늦가을의 기억이 선명하다. 이번엔 금학산만을 제대로 올라보자는 생각을 한다. 동송읍에 있는 철원여중고 위의 공용주차장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금학체육공원 위로 나있는 임도를 따라서 마애불상 방향으로 걷다가 이정표를 보고 산길로 접어든다. 예전에 올랐던 매바위 능선은 하산길로 생각하고 시계방향으로 정상을 찍고 내려오는 원점회귀 루트를 구상한다. 산중턱에 있는 마애석불 주변을 잠시 둘러보면서 불상을 감상한다.
자연바위를 깍아서 부조 형식으로 몸체를 새기고 그 위에 머리 부분을 별도로 조각하여 올려 놓은 마애불상이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채 주변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불상을 뒤에서 보면 영락없는 산 속의 평범한 바윗덩어리다. 마애불상 앞의 너럭바위는 참선하기 더없이 좋은 장소로 광활한 철원평야가 눈앞에 펼쳐지는 시야가 일품이다. 해발 947 미터 높이의 금학산 정상으로 향하는 길은 5부 능선 이후가 꽤나 힘들다. 쉬엄쉬엄 올라가 정상에 서서 맛보는 시원함은 여느 산에 비할 바가 아니다. 미세먼지 가득한 날씨였지만 충분히 시원스런 기분을 만끽할 수 있었다. 정상석 앞에 설치된 데크는 겨울바람을 피해서 따뜻한 점심을 먹기 위한 장소로 최적의 조건을 갖추었다.
금학산 등산로 중에서 가장 많은 산객들이 찾는 매바위 능선으로 하산길을 잡은 건 참 좋은 선택이었다. 마애석불에서 이어지는 루트보다는 겨울철 하산 코스로 장점이 많은 코스라는 생각이다. 금학약수터 부근에 새롭게 조성된 숲속 시설물들을 구경하면서 안전하게 산행을 마친다. 동송읍 버스터미널 근처의 만두집에서 지난 번 산행 때 뇌리에 박혀 있던 고기만두를 맛보는 작은 기쁨도 누린다. 서울로 돌아오기 전에 동송읍 근처에 있는 노동당사와 도피안사도 잠시 둘러본다. 시간이 허락할 경우 노동당사 앞에 자리한 소이산의 생태숲길을 걸어볼 생각이었으나 다음을 기약하기로 한다. 민족 번영을 위해 평화통일을 이룩하는 건 당연히 환영할 일이겠지만, 근자의 어정쩡하고 신중하지 못한 정부의 대북정책을 지켜보노라면 많은 걱정이 앞선다. 북한이 코앞인 노동당사 앞에서 6·25 당시의 공산당에 의한 만행을 다시금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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