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새해가 밝았다. 예전엔 일출산행도 자주 갔었는데 어느덧 신새벽의 싸늘한 겨울 추위와 어둠을 뚫고 높은 곳에 올라서서 떠오르는 태양을 맞이하겠다는 마음 자체가 동하지 않는다. 새해 첫날이지만 여느 공휴일 산행 때처럼 한적한 산길을 오래 걸어보기로 한다. 이미 가본 곳을 다시 가도 좋지만 조금이라도 새로운 길을 경험해 보기로 한다. 천마지맥길 중에서 밟아보지 않은 코스를 염두에 두고 오늘 걸어가야할 루트를 머리 속에 그려본다. 일출이 가까워지는 아침 7시 즈음에 집을 나선다. 평소와 달리 일출 산행을 위해 두터운 방한복으로 몸을 감싸고 산으로 향하는 사람들이 심심찮게 보인다. 7시 55분 경에 당고개역에서 출발하는 10-5번 버스를 타고 1 시간여를 달려 남양주시청에서 하차한다.
남양주시청 맞은편 계단에서 곧바로 시작되는 백봉산 등산로를 따라서 산으로 들어간다. 작년 4월 초에 천마산 주변의 다산길을 따라서 된봉과 마치고개를 찍고 백봉산에 오른 후 평내호평으로 하산했던 때에 봐두었던 초입이다. 처음 걸어보는 구간으로 백봉산 정상까지는 5 km 가까이 완만하게 이어지는 흙길이다. 추운 날씨에 몸상태가 좋지 않은 탓인지 예상보다 더딘 속도로 진행한다. 일출을 보고 하산하는 산객들을 가끔 마주친다. 지난 번에 와봤던 평내호평으로 내려가는 길이 갈라지는 삼거리에서 산악자전거를 타고 산을 오르는 이들도 만난다.
백봉산 정상에서 고래산으로 이어지는 천마지맥길로 접어들어 양지바른 곳에서 점심을 먹는다. 이 구간은 예전부터 걷고 싶었던 길이다. 수리너머고개까지 완만하게 이어지는 산길이 식후의 산책길처럼 걷기에 여간 편한 게 아니다. 수리너머고개에서 고래산을 거쳐 머치고개까지의 구간은 오르막과 내리막 경사가 심한 곳이 몇 군데 나타난다. 쌀쌀한 겨울바람과 산행 후반부의 체력 저하가 겹쳐져 힘겨운 진행을 보인다. 갑산을 거쳐 새재고개까지 가겠다는 애초의 생각을 바꾸어 머치고개에서 오늘의 산행을 접기로 한다. 버스정류장에서 얼마 기다리지 않아 때마침 와준 88-3번 버스를 타고 덕소역으로 가서 서울로 돌아온다.
새해 첫 산행이었지만 별로 특별할 것 없이 평소의 주말산행처럼 한적한 산길을 오래 걸었다. 가고 싶었던 새로운 산길을 포함한 산행경로를 구상해서 실천했다는 자그마한 만족감이 남는다. 산행 말미에 갑산 구간을 남겨두고 머치고개에서 산행을 마무리 한 것 또한 지혜로운 선택이었다. 오늘 안으로 꼭 해내야 하는 숙제를 끝내겠다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았으니 다행스런 일이다. 2019년 올 한 해 내 앞에 놓인 모든 일에서도 이렇게 차분히 대처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소명으로 생각하고 있는 분야에서는 조금이라도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도전 정신을 잃지 않아야 한다. 능력 밖의 일에는 덧없는 욕심을 내지 않고 지혜롭게 대처해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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