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빙벽등반

도봉산 낭만길 등반 - 2018년 9월 8일

빌레이 2018. 9. 9. 06:52

늘 그렇듯 학기초는 분주하다. 새로운 시간표에 따라 변화된 일정에 적응하는 동안 나의 몸은 힘들어 한다. 그래서 개강 후 한두 주간이 지나면 몸살감기가 찾아들곤 한다. 일본 다테야마 트레킹을 다녀온 후로 허리 통증까지 겹치니 자연스레 등반에 대한 열정도 시들해졌다. 그런데 요즘 날씨가 너무나 쾌청하다. 지난 여름의 혹독했던 더위에 대한 보상인 것처럼 티없이 맑고 시원한 날씨는 산에 가지 않으면 손해볼 것이라는 경고장을 날리는 듯하다. 이 가을에 암벽등반을 제대로 즐기지 못한다면 두고 두고 후회할 것 같은 조바심이 생긴다. 허리 통증에 대한 불안감을 떨쳐버리고 친구들과 함께 산에 올라 편안한 마음으로 바위에 대한 감촉을 느껴보기로 한다.


도봉산 입구에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산객들로 붐빈다. 도봉탐방안내소 앞에서 9시 정각에 만나기로 한 친구들을 기다린다. 최근에 내린 폭우로 일부 등산로가 유실되어 통제 중이니 확인하고 가라는 공단 직원의 안내 멘트가 들린다. 우리가 가야할 만월암으로 가는 길도 약간 돌아가야 한다. 은경이는 정시에 도착했는데, 자일을 가져오기로 한 대섭이가 오지 않는다. 아직까지 약속시간에 늦은 적이 없었던 친구라서 전화를 걸어본다. 10시 약속으로 잘못 알고 있었다면서 지금 막 출발한다고 한다. 대섭에게는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오라고 얘기하고, 은경이와 함께 도봉산축제가 준비 중인 입구 쪽으로 나가서 커피 한잔의 여유를 부려본다. 이제는 약속 시간도 깜빡할 나이가 되었다며 서로를 너그럽게 이해해주는 마음이 있으니 친구는 편한 것이다.


도봉산 낭만길은 만월암 위쪽의 능선에서 시작하여 만장봉 정상에 올라서는 등반선이다. 암벽시즌이 시작되는 참꽃 피는 봄철에 몸풀기 코스로 가끔 올랐던 곳이다. 허리 통증을 의식해서 부담없이 친구들과 조용히 등반하고 싶던 차에 문득 떠오른 곳이다. 그리 어려울 것 없는 바윗길이지만 전망은 일품이어서 힐링 등반지로 제격인 낭만길이다. 전에 없던 볼트가 적절한 포인트에 새롭게 설치되어 선등자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니 더욱 안전하게 등반할 수 있어서 좋다. 도봉산축제의 일환으로 펼쳐지는 자연암벽대회의 중심이 만장봉이어서 뜻하지 않은 구경거리도 볼 수 있었다. 이제는 퇴행성 관절 통증을 걱정해야 하는 나이에 접어든 친구들이 하산 시에 아파오는 무릎을 의식하며 동병상련의 정을 나눈 것도 동갑내기 친구들이기에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나의 허리 통증도 심해지지 않고 오히려 조금은 치유된 듯한 기분이 들어서 다행이다. 낭만(浪漫)의 사전적 의미는 "현실에 매이지 않고 감상적이고 이상적으로 사물을 대하는 태도나 심리"이다. 오늘의 낭만길 등반은 나에게 새로운 낭만을 심어주었다. 그 낭만은 앞으로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하는 데 일조할 것이다. 자일을 함께 묶은 친구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1. 만장봉 정상부에 올라서는 직벽에 새로운 볼트가 설치되어 선등자의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안전 등반에 신경써주신 아름다운 손길에 감사드린다.


2. 만월암 가는 길에 보이는 선인봉과 만장봉의 바윗길.

가장 높은 봉우리인 만장봉으로 향하는 낭만길 루트 전경이 또렷히 보인다.


3. 바위를 지붕 삼아 자리 잡은 만월암.

만월암 위의 좌측 능선에서 낭만길은 시작된다. 


4. 첫 피치는 생략해도 좋을 정도로 아주 쉽다.


5. 오랜만의 등반이라 쉬운 구간에서 등반시스템을 점검하면서 오른다. 대섭이가 선등자 빌레이 중이다.


6. 본격적인 등반이 시작되는 둘째 피치를 오르고 있다.


7. 셋째 피치는 걷는 구간을 포함해서 꽤 길게 이어진다.


8. 넷째 피치는 푸석바위를 잡고 올라선 후 침니 등반을 해야하는 구간이다.


9. 크랙에 캠 하나를 설치하고 오른 후, 확보점인 소나무 바로 밑에 있는 볼트와 슬링을 이용하면 된다.


10. 넷째 피치 확보점에서는 자운봉과 연기봉이 한눈에 보인다.

배추흰나비길을 등반하는 이들과 연기봉에서 진행 중인 등반대회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11. 다섯째 피치의 우회 구간을 등반 중이다.

넷째 피치에서 클라이밍 다운 후 직벽 침니를 오르는 다섯째 피치 정코스에도 볼트 두개가 설치되어 있다. 


12. 여섯째 피치 출발점에서 올라서는 것이 약간 까다롭다.


13. 여섯째 피치는 뜀바위를 넘어서 계속 이어진다.


14. 일곱째 피치는 직벽이지만 홀드가 양호하다. 새롭게 설치된 볼트가 선등자의 부담을 덜어준다.


15. 직벽 후반부의 직상크랙 부분에도 볼트 하나가 있어서 한결 마음이 편했다.


16. 마지막 피치의 초반부를 오르고 있다.


17. 슬랩 등반 하듯이 편하게 올라야 하는데 자꾸 몸이 좌측으로 붙게 되는 구간이다.


18. 정상에 올라서는 마지막 피치에도 쌍볼트 확보점이 있어서 아주 편했다.

      예전에는 작은 나무 두 개에 확보점을 만들어야 하는 수고로움이 있었다.


19. 만장봉 정상에서 대섭이와 함께 기념 촬영.

햇볕을 피해 오를 수 있었던 낭만길이었는데 정상엔 오후의 햇살이 제법 따갑다.  


20. 만장봉 정상에서 티롤리안브릿지로 하강하는 등반대회를 눈앞에서 구경했다.


21. 우리는 30미터 하강 두 번으로 내려간다.


22. 참가선수 한 명이 티롤리안브릿지로 하강하는 모습.


23. 티롤리안브릿지 도착지점의 모습.


24. 대섭이가 두 번째 30미터 하강하는 모습. 


25. 만장봉 정상으로 어센딩하여 티롤리안브릿지로 하강하는 등반대회가 진행 중이다.


26. 도봉산축제 관련 현수막.


27. 서쪽으로 기울어가는 오후의 햇살에 역광으로 빛나는 우이암과 인수봉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