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빙벽등반

양양 죽도해변 산책과 해벽볼더링 - 2018년 7월 30일

빌레이 2018. 8. 1. 07:22

악우들과 함께 2박3일 일정의 설악산 등반 계획이 잡혔다. 여름 휴가 시즌에 짬을 내어 네 사람이 시간을 맞춘 것이다. 월요일 새벽 4시에 서울을 출발하여 설악으로 향한다. 서울양양 고속도로를 따라 가는 중간에 맑은 하늘이 시원하게 열리는 새날은 밝아오고 있었다. 하지만 백두대간을 관통하는 국내 최장인 10.96km 길이의 인제양양터널을 지나자마자 날씨는 돌변하여 차창 밖으로 제법 많은 비가 내렸다. 설악동에서 순두부백반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신흥사 입구의 주차장에 도착할 때까지 여전히 비는 멈추지 않는다.


오늘 예정된 암벽등반은 취소하기로 결정하고,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울산바위까지 우중 산행을 다녀온다. 오랜만에 비를 맞으며 설악의 기운을 받는 기분이 그런대로 괜찮다. 산을 내려오니 비는 서서히 멈추고 있다. 서울보다는 확실히 시원한 동해안의 공기를 실감하며 남들처럼 여름 휴가를 즐겨보기 위해서 이번엔 해변으로 향한다. 하조대 해변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에 올라서 시원한 바닷바람을 온몸으로 즐겨본다. 방파제에 부서져 포말로 부서지는 파도가 역동적이다. 세찬 파도 탓에 해수욕을 즐기는 이들은 드문 듯하다. 맛깔스런 물회 한사발로 입맛을 다신 후 소화를 시키기 위해서 하조대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죽도해변으로 이동한다.


양양의 죽도해변은 최근 서핑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곳이다. 젊은이들의 활기가 해변 곳곳에 배어있다. 우리는 죽도산책로를 걸으며 아기자기한 기암괴석이 산재한 해안을 구경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이채로운 절경을 자랑하는 부채바위와 신선바위 주변에서는 클라이머들 다운 기질을 버리지 못하고 바위에 붙어본다. 올망졸망한 바위들에 매달려 여러가지 볼더링 동작을 취해본다. 서로의 사진을 찍어주는 놀이에 집중하다보니 어느새 소화는 다 되어 몸이 가뿐해진다. 시원한 바닷바람 속에서 보낸 경쾌한 몸놀림은 내일의 등반을 위한 몸풀기로도 유익한 것이었다는 생각에 매우 만족스러운 기분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