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빙벽등반

설악산 삼형제길 적벽구간 등반 - 2018년 7월 31일

빌레이 2018. 8. 1. 07:27

설악동의 숙소에서 새벽 4시에 기상하여 죽과 라면으로 간단히 배를 채우고, 5시 경에 어프로치를 시작한다. 어제의 비 오고 흐리던 날씨는 말끔히 개었다. 날은 밝아오고 있지만 밤을 환하게 밝히던 달도 여전히 존재감을 잃지 않고 있는 새벽 시간이다. 신흥사 입구에서 소공원을 통해 비선대까지 이르는 3km의 숲길을 걷는 발걸음이 상쾌하다. 적벽 들머리로 접어들어서 우측의 삼형제길 초입에 도착한다. 2년 전 여름에 우리 앞팀의 더딘 진행 때문에 둘째 피치에서 돌아서야만 했던 삼형제길을 다시 찾게 된 감회가 남다르다. 장비를 착용하고 선등에 나선다. 내 뒤에는 은경, 대섭, 기송 형님 순으로 등반한다. 우리 넷은 특별한 말을 건네지 않아도 서로 호흡이 척척 잘 맞는 듬직한 자일파티이다. 


첫 피치는 마지막 부분에서 살짝 긴장감을 갖고 레이백 자세로 올라서야 한다. 몸풀기에 적당한 난이도이다. 둘째 피치부터는 적벽의 우람한 풍채를 만끽하면서 고도감과 절벽의 기울기를 체감할 수 있게 된다. 둘째 피치 출발점에서 올려다 보면 홀드가 많아서 등반이 쉬울 듯한데 막상 붙어보면 그리 만만치 않다. 중간의 고사목을 올라서면 중간 볼트 하나가 보인다. 셋째 피치는 기울기가 더욱 가파르지만 작은 홀드를 잘 찾고 밸런스에 유의하면 등반의 재미가 살아나는 구간으로 난이도는 5.10b 수준이다. 전체 구간 중에서 가장 고도감이 높은 구간이어서 나도 모르게 몸이 움츠러드는 느낌을 받는 구간이기도 하다.


셋째 피치가 끝나는 확보점에는 두 개의 쌍볼트가 나란히 설치되어 있어서 등반 이후 처음으로 네 사람이 만난다. 넷째 피치부터는 적벽의 등을 타고 오르는 루트이다. 넷째와 다섯째 피치는 책바위 형태의 홀드 양호한 크랙구간이다. 오르는 데 특별한 어려움은 느껴지지 않는다. 다만 여전히 가파른 기울기와 서서히 따가워지는 태양빛 탓에 은근히 체력을 걱정하게 된다. 적벽 정상에 올라서기 위한 여섯째 피치는 등반거리 40 미터에 5.10c 난이도의 쉽지 않은 구간이다. 직벽에 붙는 첫 출발부터 균형 잡기가 수월치 않다. 한 번 시도 후 여의치 않아서 소나무에 먼저 올라탄 후에 바위에 붙으니 좋은 홀드가 잡힌다. 초반 구간을 잘 돌파한 후에도 중간 볼트가 전혀 없으니 여전히 안심할 수 없다. 캠을 설치할만한 곳도 마땅치 않으니 선등자의 부담은 가중된다. 안전을 위해서 중간 볼트가 한두개 정도는 설치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후로 비스듬히 좌로 진행하는 직상 크랙도 만만치 않다. 캠을 두 개 설치한 후 팔의 완력을 믿고 레이백 자세를 확실히 취하니 무난히 끝낼 수 있었다.


예상보다 비좁은 적벽 정상에서는 장군봉의 우람한 자태가 한눈에 들어온다. 적벽의 오버행 측면은 내려다보기 겁날 정도로 아득하다. 삼형제길은 적벽 정상에서 중간의 무명봉을 거쳐 장군봉까지 이어진 날등으로 계속 이어진다. 작열하는 태양빛을 온몸에 받아서 밝게 빛나고 있는 장군봉의 슬랩에 붙을 엄두가 나지 않는 날씨다. 일단 20 미터를 자일로 하강하여 적벽과 무명봉 사이의 안부에 내려선다. 자일파티가 모두 모여 상의한 끝에 오늘은 이곳에서 등반을 끝내기로 한다. 뜨거운 햇빛이 내리쬐는 적벽 전면부로의 하강을 포기하고 반대편의 그늘진 숲으로 세 번의 30 미터 자일하강 후에 걸어서 탈출한다. 삼형제길을 끝까지 등반하지 못한 아쉬움은 남지만 등반성 높은 적벽 구간을 즐겁고 안전하게 완등했으니 충분히 즐거운 등반이었다. 항상 믿음직스런 자일파티 모두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바이다.                          


1. 삼형제길 2 피치를 등반 중이다. 2년 전에는 앞팀의 정체로 인하여 이곳에서  돌아서야만 했었다.


2. 여명이 밝아오는 시간에 비선대 방향으로의 어프로치에 나선다.


3. 디에드르 형태의 크랙 구간인 첫 피치를 등반 중인 대섭.


4. 둘째 피치 후반부를 등반 중인 대섭. 고사목 위의 날등에 중간볼트 하나가 있다.


5. 셋째 피치는 난이도 5.10b 수준이다. 페이스에서 작은 홀드를 잘 찾으면 등반이 즐거운 곳이다. 


6. 셋째 피치 확보점에는 쌍볼트 두 개가 나란히 설치되어 있다.


7. 셋째 피치 마지막 부분을 올라서고 있는 대섭.


8. 넷째 피치부터는 적벽의 등을 기어오르는 크랙 등반 루트이다.


9. 넷째 피치 확보점에서 내려다본 모습. 여전히 경사각은 쎄다.


10. 다섯째 피치 초반부를 등반 중이다. 홀드 양호한 크랙 구간이 주를 이룬다.


11. 앞에 보이는 큰 소나무가 여섯째 피치 출발점이다.


12. 여섯째 피치 초반부는 페이스에 작은 크랙이 있는 구간으로 안전을 위해 중간볼트가 있었으면 하는 곳이다. 


13. 적벽 정상 바로 밑의 확보점에서는 비선대 계곡이 내려다 보인다.


14. 이곳을 올라서면 적벽 정상이다.


15. 적벽 정상에서 바라본 장군봉의우람한 자태. 우측 작은 봉우리는 삼형제길의 중간 봉우리인 무명봉.

 

16. 적벽과 무명봉 사이의 안부로 내려서는 하강 포인트.


17. 적벽 정상에서 하강하기 직전에 포즈를 취하고...


18. 적벽 전면부 반대방향으로 하강할 수 있는 새볼트가 설치되어 있다.


19. 적벽의 전면부로 하강할 수 있는 하강고리이다.


20. 햇살 따가운 적벽 전면부를 피해서 반대쪽 그늘진 숲으로 하강한다.


21. 적벽에서 다려다본 비선대 다리 모습.


22. 적벽과 무명봉 사이의 안부에서 바라본 풍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