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무더웠던 여름의 끝자락에 걸었던 다테야마 산길은 시원하고 아름다웠다. 우리나라 산이 가질 수 없는 높이인 해발고도 2천 미터가 넘는 일본 다테야마 산군을 트레킹 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2천 5백여 미터 높이의 무로도 고원은 천상의 초원 같았다. 아담하고 단아한 미쿠리가이케 연못을 품고 있는 고원 평탄면의 초원 속에는 수없이 많은 이름모를 들꽃들이 숨어 있다. 3천 미터를 넘나드는 다테야마 산군의 마루금 산행이 힘들었지만, 악조건 속에서도 돌틈 사이로 환하게 피어난 초롱꽃과 용담의 활짝 웃는 모습이 보일 때면 산행의 피로는 눈 녹듯 사라졌다. 수목한계선 아래 지역에는 울창한 삼나무 숲과 원시림 같이 때묻지 않은 청정한 자연이 지루했던 하산길을 달래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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