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어감에 따라서 아픈 곳이 늘어나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다. 갈수록 불편해지는 몸 상태를 받아들이고 지혜롭게 대처해야 하는데 아직까지는 내공이 부족한 탓인지 잘 되지 않는다. 요즘엔 허리 상태가 좋지 않다. 친구들과의 인수봉 등반 약속이 잡힌 날이다. 잠시 망설이다가 약속을 취소할만큼 요통이 심하지는 않다는 판단이 선다. 새벽 6시에 집 앞으로 와준 한변의 차를 타고 도선사 주차장으로 향한다. 중간에 은경이를 픽업한다. 도선사 주차장은 아직까지 한산하다. 어프로치 하는 거리가 짧아지니 마음이 한결 가볍다. 요며칠 동안 한여름 같이 더운 날씨였지만 오늘의 북한산엔 시원한 바람이 불어준다.
인수봉 동벽 아래에 도착하여 장비를 착용한다. 이른 아침인 만큼 아직까지 바윗길은 한산하다. 하지만 원래 계획했던 취나드B길 출발점으로 가려는데 5명으로 구성된 팀이 막 등반에 나서려고 한다. 기다렸다 이팀의 후미에 붙기에는 시간이 많이 지체될 듯하다. 첫 피치를 마무리하는 데에 한 사람당 10분씩만 잡아도 족히 50분은 기다려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우리의 계획을 변경할 수 밖에 없다. 아직까지 대슬랩은 한가하다. 오랜만에 인수A길 등반에 나서기로 한다.
인수봉 바윗길이 정비된 후로는 처음 올라보는 대슬랩이다. 지난 주 산안개 암장에서 슬랩 등반 연습을 충분히 했던 덕택인지 볼트 간격이 멀고 피치 길이가 40 미터를 훌쩍 넘겨도 즐겁게 오를 수 있다. 오아시스까지 올라와서 보니 우리보다 먼저 취나드B길 첫 피치에 붙었던 팀은 곧장 의대길로 향한다. 한 피치를 하강해서 취나드길로 갈까 잠시 고민했지만, 또다시 출발점에 여러 명이 취나드길 등반 채비를 하고 있어서 우리는 계속 인수A길 등반을 이어가기로 한다.
오아시스로 흘러내리는 물길이 침니를 이루고 있는 3피치부터 본격적인 인수A길 등반이 시작된다. 침니를 차분히 오르고 있는데 우측 날등의 의대길로 오르는 팀의 등반자들이 추락하며 바위에 미끌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선등하는 나의 마음가짐도 더욱 신중해질 수 밖에 없다. 피치 말미의 직상 크랙 구간을 스태밍이나 레이백 자세로 돌파해야 하지만 미끄러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대안으로 우측 날등에 올라선다. 이곳은 손과 발 모두 홀드가 양호하여 안전하게 확보점에 도착한다.
약간의 오버행으로 시작되는 4피치는 손 홀드가 매우 좋아서 아주 기분 좋게 오른다. 좌측으로 트래버스 해야 하는 구간에서 약간 조심해야 하는 5피치와 슬랩등반이 이어지는 6피치도 즐겁게 오른다. 피치 초입에서 책을 펼쳐놓은 모양의 크랙을 돌파해야 하는 7피치까지 마무리 하면 귀바위 정상과 영자크랙 사이의 안부에 도착한다. 인수봉 정상까지는 여러 차례 올라서 의미 없다는 판단 하에 이곳에서 간식을 먹은 후 60 미터 하강 세 번으로 오늘 등반을 끝낸다.
등반 내내 시원한 바람이 불어서 3피치까지는 바람막이 자켓을 입고 있어야 했다. 우려했던 허리 통증도 등반 중에는 특별히 느껴지지 않았다. 새벽에 집을 나서서 북적대는 주말의 인수봉에서 친구들과 함께 여유로운 등반을 즐길 수 있어서 좋았다.
▲ 오아시스에서 인수A길 3피치의 침니 구간을 한변의 빌레이를 받으며 오르고 있다.
▲ 하루재를 넘어서면 나타나는 인수봉이 아침 햇살에 빛나고 있다.
▲ 이른 아침의 인수봉 동벽은 조용하다.
▲ 대슬랩에 올라서고 있다.
▲ 대슬랩 첫 마디는 50 미터에 이른다. 확보점에서 후등자 빌레이를 보고 있는 나와 등반하는 한변의 모습이 아스라히 보인다.
▲ 대슬랩 둘째 마디를 오르고 있다.
▲ 오아시스로 통하는 둘째 마디는 쉬운 슬랩 등반 구간이지만 볼트 간격이 길어서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 우측 날등의 의대길을 오르는 이들의 미끌리는 소리에 긴장감이 높아진다.
▲ 셋째 마디 말미에서 우측으로 올라서니 홀드가 양호하다.
▲ 한변이 쎄컨으로 침니구간을 오르고 있다.
▲ 넷째 마디는 손 홀드가 아주 좋아서 등반이 즐거운 구간이다.
▲ 셋째 마디 확보점에서 내려다본 풍경. 서서히 클라이머들이 모여들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 넷째 마디를 오르고 있는 한변.
▲ 다섯째 마디는 트레버스 구간이 주의를 요하지만 손 홀드가 좋아서 괜찮다.
▲ 슬랩의 밴드를 타고 횡단해서 직상하면 확보점이 보인다.
▲ 처음엔 하얀 바위 표면에 박힌 볼트를 보지 못하고 캠을 설치하려다가 친구들의 도움으로 볼트를 찾았다.
▲ 볼트에 자일을 클립하는 순간이다.
▲ 트래버스 구간은 후등자에게도 부담스럽다.
▲ 대섭이가 트레버스 구간을 잘 넘어서서 다섯째 마디의 확보점에 도착하고 있다.
▲ 넷째 마디 확보점에서 내려다보니 어느새 등반자들이 늘었다. 오아시스의 소나무는 언제 봐도 명품송이다.
▲ 의대길을 오르고 있는 등반자들의 모습이 우리들 머리 위로 보인다.
다시 한 번 가고 싶기는 한데... 너무 붐비는 곳이라서 망설여지는 의대길이다.
▲ 여섯째 마디는 다시 슬랩 등반을 해야하는 구간이다.
▲ 덧장바위들이 좋은 손 홀드 역할을 해주니 슬랩 등반이 쉬워지는 곳이다.
▲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홀드 찾아 가면서 차분하게 오른다.
▲ 한변의 암벽화는 익숙해졌는지... 아프다는 소리를 덜 하는 듯...
▲ 일곱째 마디의 출발은 크랙 등반이다.
▲ 책바위 형태의 크랙에 캠 두 개로 확보점을 만들고 좌측으로 넘어선다.
▲ 안전한 확보점 구축을 위해서는 캠을 아낄 필요가 없다.
▲ 영자크랙 앞에서 더이상 오르지 않기로 하고 간식을 먹는다.
▲ 바람이 제법 세차게 불었으나 추위를 느낄 정도는 아니어서 등반이 즐거웠다. 간식을 먹었던 안부는 상대적으로 평온했다.
▲ 첫번째 하강 시 로프가 크랙에 끼는 바람에 조금 애를 먹었다. 자일 회수할 때도 주의를 요하는 구간이다.
▲ 한변이 외줄 하강하면서 크랙에 낀 자일을 정리했다.
▲ 두번째 60 미터 하강으로 오아시스에 도착한다.
▲ 세번째 60 미터 하강으로 등반 출발점에 돌아온다. 지금 등반을 시작하는 이들도 있다.
▲ 평평한 바위 위에서 여유있게 장비를 정리한다.
▲ 주말의 인수봉 다운 활기가 느껴지는 듯... 바윗길 곳곳마다 클라이머들이 개미처럼 붙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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