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트레킹

[안나푸르나 트레킹 2 : 울레리(1960m) ~ 고라파니(2860m)] - 2017년 11월 12일(일)

빌레이 2017. 11. 21. 15:57

처음으로 하루 종일 온전히 걸어서 이동해야 하는 트레킹 둘째 날이다. 어제는 미니버스와 짚차를 타고 이동한 후 한나절 동안을 걸었고, 해발 고도가 2천 미터에 가까운 울레리 마을에 있는 롯지에서 숙박했다. 배정된 방이 있는 2층의 옥상처럼 넓은 테라스에서 바라보는 조망이 시원했다. 그곳에서 올려다 본 밤하늘에는 무수한 별빛이 영롱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별이 너무 많아서 평소 서울 근교의 산에서는 쉽게 구별되던 북두칠성, 오리온, 카시오페이아 등의 별자리를 찾기가 힘들 정도였다. 새벽녘에는 하얀 설산들인 안나푸르나 남봉(7219m)과 히운출리(6441m)가 밝게 빛나는 것으로 시작된 일출이 인상적이었다. 아침 6시 모닝콜, 7시 조식, 8시 트레킹 출발이라는 루틴이 가동되기 시작했다.


부가이드인 빔과 포터장이 노크를 하면서 따뜻한 차 한 잔을 따라 주는 것으로 대신하는 모닝콜이 정겨웠다. 다소 쌀쌀한 산장의 아침을 주전자에 담긴 따뜻함에 사람의 온기를 더해서 부드럽게 깨워주는 방식이 살갑게 다가왔다. 산사람들에게는 참 잘 어울리는 하루의 시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의 이동 경로인 울레리에서 고라파니까지는 고도를 9백 미터 높여야 하고 10 킬로미터 이상을 이동해야 하는 구간이다. 우리 일행은 오전에 4시간, 오후에 2시간 정도를 걸었다. 반탄티(2210m)에서 점심을 먹고 망중한을 즐긴 후 아무 걱정 없이 쉬엄쉬엄 걸으니 전혀 힘들지 않은 여정이었다.


해발고도가 2860 미터인 고라파니 마을에서는 미세하게나마 고소로 인한 두통이 느껴졌다. 숙소에 일찍 도착하여 여유 있는 오후 시간을 즐긴 것이 무엇보다 좋았다. 다울라기리(8167m)의 위용을 한껏 느낄 수 있는 조망터에서 눈앞에 펼쳐지는 안나푸르나 산군을 바라보면서 비로소 내가 히말라야 속에 들어와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 에베레스트와 K2 다음으로 높은 칸첸중가(8586m)를 새로운 루트로 등반한 직후에 아내와 함께 안나푸르나 트레킹에 왔다는 스페인 출신의 미국 산악인 마틴(Martin Zabaleta)을 우연히 만난 것도 행운이었다. 잠깐 동안이지만 마틴과 함께 등반에 대해서 여러 가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던 유쾌하고 특별한 순간이었다.                 


1. 울레리의 롯지 테라스에서 바라본 안나푸르나 남봉(7219m)과 히운출리(6441m)의 새벽녘 풍경.


2. 고도 1960 미터의 울레리 마을은 제법 큰 산간 마을이다.


3. 아침 8시 경에 트레킹을 시작한다. 날씨는 쾌청하다.


4. 울레리 마을의 수호신 같은 수탉 한 마리가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다.


5. 오래된 마을길에는 말과 사람이 공존한다. 말똥도 심심찮게 보인다...ㅎㅎ.


6. 울레리 마을을 벗어나 대나무 숲을 지나서 올라간다.


7. 마을길 자체가 등산로처럼 가파르다.


8. 트레킹로 중간에는 게스트하우스 형식의 숙소들이 간간히 보인다.


9. 마을이 가까운 고갯마루에는 어김 없이 룽다와 타르초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


10. 물소들을 방목하는 목가적인 풍경이지만... 소똥을 밟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ㅎㅎ.


11. 중간 쉼터인 롯지에서 사과도 사먹고, 가이드인 빠담의 설명도 듣는다.

우리가 걷고 있는 길이 차마고도에 속한다고... 고라파니 너머의 길은 좀솜과 무스탕을 넘어 티벳으로 연결된다는...


12. 물고기 꼬리 모양의 아름다운 봉우리인 마차푸차레(6993m)가 보이기 시작한다. 


13. 고도를 서서히 높여갈수록 단풍도 보이고 가을 분위기가 감지된다.


14. 그늘진 시원한 숲길을 걷다가 잠시 고개를 들어 보게 되는 것은...


15. 맞은편 절벽에 반원형의 버섯처럼 보이는 석청... 몸에 좋다는 자연산 꿀... 암벽장비 가져와서 따고 싶다는...ㅎㅎ 


16. 아름드리 나무가 자라는 숲길을 걷는 기분이 상쾌했다.


17. 우리나라 강원도 여느 심산의 계곡 같은 이끼폭포도 만나고...


18. 룽다로 장식된 다리를 건너가면 휴식처가...


19. 햇살 좋은 잔디밭과 볼더링 하면서 놀고 싶은 오버행의 바위가 있는 쉼터.


20. 점심을 먹었던 반탄티 마을에서 포터들의 흉내도 내보고...


21. 햇살 좋은 돌판 위에서 편안히 오수를 즐기시는 염사장님... 얼굴을 가려서 초상권 없음...ㅎㅎ.


22. 여전히 진행형인 차마고도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게... 짐을 나르는 한 무리 말들과 마방도 만나면서...


23. 드디어 오늘의 목적지인 고라파니 마을에 입성한다.


24. 고라파니 마을은 2860 미터라는 고도에 어울리지 않게 산간 마을로는 큰 규모이다.


25. 여행자들의 체크포인트도 지나고... 빠담이 경찰에게 몇 마디 지껄이고... 우리는 무심히 통과한다.


26. 고라파니 마을 정상은 고갯마루... 푼힐 전망대와 촘롱의 갈림길이기도... 사거리는 예전부터 나름 교통의 중심지였을 것.


27. 우리가 묵었던 고라파니 숙소... 고도 때문에 살짝 두통이 느껴져서 "골 아팠니"로 기억하고 싶은 곳...ㅎㅎ.


28. 숙소에서 가까운 곳에 다울라기리를 바라볼 수 있는 근사한 조망터가 있다.


29. 열악한 숙소 상황... 합판으로 된 칸막이 때문에 방음이 전혀 안 되었다는...


30. 다울라기리 전망대로는 이곳이 갑...


31. 다울라기리 조망터에서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며 일행들과 담소도 나누고... 이곳에서 미국 산악인 마틴을 만난 것도 행운이었다.


32. 다울라기리 같은 고봉의 설산은 가까이에서 볼수록 더욱 위압적이고 높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