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검다리 공휴일이 낀 주간으로 많은 직장인들이 휴가를 즐길 수 있는 5월 첫 주이다. 월요일이 노동절, 수요일이 석가탄신일, 금요일이 어린이날인 것이다. 논문 작업과 연구과제 일정 때문에 그동안 제대로 된 등반을 다녀오지 못했던 나도 친구들과 시간을 맞추어 2박 3일 동안의 등반 여행을 계획한다. 암벽길이 상대적으로 한산할 듯한 화요일에서 목요일까지 등반에 대한 갈증을 해소해 보기로 한 것이다. 동갑내기 친구들 셋이서 대둔산, 천등산, 갈기산의 바윗길을 차례로 올라보기로 약속하고 화요일 새벽 5시 반에 서울을 빠져나간다.
지난 주까지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몸 생각할 겨를 없이 집중할 수 밖에 없는 논문 작업과 제주도 출장의 후유증을 된통 앓았다. 감기약 신세를 지면서 근근히 버티다 어느 정도 회복의 기미가 보여서 그나마 다행이다. 멀티 피치 등반은 올해 들어 처음이다. 아직 몸의 상태를 자신할 수 없어서 이미 등반 경험이 있는 대둔산 구조대길부터 올라보기로 한다. 평소 주말이라면 많은 등반팀들로 붐볐을 구조대길이다. 평일에 찾은 까닭에 우리 친구들 셋 이외에는 아무도 없는 고요한 바윗길에서 절경의 대둔산 봄 풍경과 새소리를 벗삼아 오붓하게 만족감 높은 등반을 즐길 수 있었다. 전에 비해 체력이 약해져서 등반 막바지에 조금 힘들어 했던 걸 제외하면 모든 것이 좋았던 환상적인 등반이었다.
전체 11피치의 구조대길은 다양한 형태의 등반을 즐길 수 있는 재미가 쏠쏠한 바윗길이다. 대둔산 산악구조대에서 개척한 길이라서 그런지 전에는 루트가 잘 정비되어 있었는데 이번엔 확보점들이 많이 훼손된 상태였다. 쌍볼트에 설치되어 있던 쇠사슬은 거의 다 제거되어 있었다. 다행히 슬링을 충분히 가져간 까닭에 우리는 안전에 대한 염려 없이 등반할 수 있었다. 지난 가을의 손가락 부상 이후로 처음 나서는 멀티 피치 등반이기에 선등의 부담감을 떨칠 수는 없었다. 하지만 함께 줄을 묶었던 믿음직한 친구들이 있었기에 바위에 붙는 순간부터 그 부담감은 멀리 사라지고 등반 내내 안정된 마음 속에서 온전히 즐길 수가 있었다. 선등자 빌레이를 듬직하게 봐준 대섭이와 라스트에서 세심하게 챙겨주고 멋진 사진 촬영을 담당해준 은경이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사진을 정리하는 순간 대둔산 구조대길에서 함께 묶었던 자일을 통해서 우리 친구들의 사랑과 우정이 흘러넘치고 있었음을 다시금 느낄 수가 있었다.
1. 연초록빛 신록의 숲을 내려다볼 수 있었던 풍경 때문에 눈이 맑아진 듯하다. 셋째 마디 확보점에서...
2. 용문골을 통해 올라와 신선암 바로 위의 이 지점에서 우측 능선으로 붙으면 구조대길이 나온다.
3. 구조대길 출발점이다. 동판에 전체 피치에 대한 안내도가 새겨져 있다.
4. 첫째 마디를 오르고 있다. 첫 볼트를 넘어설 때 밸런스에 유의해야 한다.
5. 둘째 마디인 석이바위를 좌측으로 돌아가는 루트에 올라서고 있다.
6. 체력 안배를 위해 부담스런 직상 오버행 코스를 우회하는 루트도 만만치는 않다.
7. 셋째 마디는 디에드르 형태의 크랙 등반이다.
8. 쎄컨을 본 대섭이가 셋째 마디 중간 부분을 등반 중이다.
9. 셋째 마디에서 넷째 마디 사이를 걸어가는 구간에서 보는 풍광이 일품이다.
10. 넷째 마디인 칠성바위 위로 올라가는 중이다.
11. 칠성바위에서 15미터 정도의 약간 아찔한 오버행 하강을 해야 한다.
12. 넷째 마디 오버행 하강 후 나오는 페이스를 등반 중이다. 후반부가 약간 어려운 오버행이다.
13. 홀드를 잘 찾으면 등반하는 재미가 느껴지는 구간이다.
14. 다섯째 마디로 가기 위해 천년솔바위를 걸어서 통과하는 중이다.
15. 낭떨어지 위의 직벽에 올라붙어야 하는 다섯째 마디 출발점이다. 전에는 쌍볼트에 쇠줄이 있었는데 누군가 철거해버렸다.
16. 패닉을 이용해 직벽에 올라붙은 후 다섯째 마디를 등반하고 있다.
17. 여섯째 마디 한둔바위는 오버행의 첫 볼트에 레더를 걸고 인공등반으로 올라섰다.
18. 일곱째 마디는 한둔바위 정상에서 자일 하강을 해야 한다. 예전엔 티롤리안 브릿지를 할 수 있는 쇠줄이 설치되어 있었던 곳이다.
19. 하강 후 나오는 여덟째 마디는 쉽게 등반할 수 있는 구간이다.
20. 여덟째 마디 중간 부분의 사선 크랙을 지나고 있다.
21. 여덟째 마디를 끝내고 올라서면 쉼터로 적당한 공터가 나오고 거기서 바라보는 대둔산 바위병풍의 풍광은 으뜸이다.
22. 아홉째 마디 시작부분은 직벽에 약간의 완력을 요하는 구간이다.
23. 아홉째 마디에 올라선 후 하강하면 구조대길 종착지인 심마니바위가 기다리고 있다.
24. 열 번째 마디인 심마니바위 첫 구간을 등반 중이다.
25. 마지막 열한 번째 마디에 올라서고 있다.
첫 볼트가 오버행에 홀드 양호한 편이지만 체력을 자신하지 못하고 레더를 사용해 올라섰다.
26. 마지막 확보점에서 안전하게 등반을 마친 승리의 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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