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청계천 같이 인공적으로 깨끗한 물을 흘려보내는 시냇물이나마 생태적으로 복원되고 나니 서울 도심의 생활 환경이 한결 나아진 듯하다. 근자에 도시 주변의 하천들이 생태적으로 재탄생 하여 시민들이 수변시설을 즐길 수 있게 한 건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어릴 때 친구들과 물장구 치고 멱감으며 때로는 물고기와 재첩도 잡으면서 뛰놀던 고향 동네의 시냇물은 아직까지 맑은 물이 흐르지 않고 있다. 1970년대의 경지정리 사업 이후로 구불거리며 정겹게 흐르던 시냇물은 더이상 놀고 싶지 않은 직선의 농업용 수로로 변해버렸다. 아무리 생태적으로 재탄생 시킨다 하더라도 한번 인공적으로 변질된 하천에서 자연 그대로의 본모습을 되살릴 수는 없을 것이다.
숲속에 오두막 짓고 사는 공상을 할 때면 빠지지 않는 것이 하나 있다. 집 근처에 식수로 사용해도 될 정도의 맑은 물이 흐르는 아름다운 시냇물이 있었으면 하는 것이다. 그 시냇물로부터 자연의 힘으로 낙차를 이용한 용수 시설을 설치하여 물을 쓸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는 상상을 자주 한다. 아내와 함께 지난 여름 프랑스의 샤모니에서 휴가를 보낼 때도 이 생각은 다시 떠올랐다. 아침 산책길에서 숙소 근처의 숲속을 흐르는 작은 시냇물을 보면서 부러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오염원이 전혀 없는 알프스의 산에서 흘러내린 물줄기가 연못이나 호수에 잠시 머물다가 어디론가 졸졸졸 적당한 유속으로 흘러가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았다. 이러한 시냇물 한줄기가 내집 주위를 휘돌아 나간다면 더이상 좋을 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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