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독후감] 김용태 교수의 <중년의 배신>을 읽고

빌레이 2016. 10. 2. 12:15

어찌할 수 없는 건 빨리 받아들이는 것이 상책이다. 어떤 일이든 전부 다 좋거나 전부가 다 나쁘지는 않다. 아무리 좋은 일이라 할지라도 서운한 구석은 있게 마련이다. 모든 사람들이 불행한 일로 치부한 것이라 하더라도 그 안에 일말의 긍정적인 요소는 잠재되어 있다. 삶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를 가지는 것이 중요한 이유가 나는 여기에 있다고 본다. 손가락 부상을 당하여 몸이 고생하고 있는 요즘이다. 몸이 건강했을 때 하지 못했던 일들을 하면서 마음을 다잡으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실내 암장에서 스포츠클라이밍에 빠져 사느라 그간 단순했던 여가 시간이 오히려 다양하고 풍부해지는 유익함이 있다. 평소 하던 강의 준비도 좀 더 시간적 여유를 갖고 할 수 있으니 새로운 기쁨이 느껴진다. 밀린 독서를 하고 TV로나마 보고 싶던 영화를 감상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항상 몸과 마음을 균형 있게 보살펴야 한다. 몸 건강 뿐만 아니라 마음의 건강도 중요하다. 신체 능력이 쇠퇴해지는 중년의 시기에 자칫 간과할 수 있는 게 마음의 건강 상태이다. '인생이 낯설어진 남자를 위한 심리학'이란 부제를 달고 나온 책 <중년의 배신>을 읽었다. 처음 책을 집어든 것은 꽤 오래 전이다. 그동안 부분적으로 읽다가 이번 기회에 완독하게 되었다. 책에서 언급한 것처럼 내 것이지만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수학교육을 공부하던 저자는 전공을 바꾸어 상담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고 한다. 책 내용에 별로 군더더기가 없다. 간결하고 합리적인 전개가 마음에 든다. 수학을 공부했던 사람들에게서 보여지는 논리적인 면을 엿볼 수 있다. 수학을 업으로 삼고 있는 나에게는 편하게 읽혔다. 그다지 특별할 것 같지 않은 중년 사람들이 안고 있는 마음의 상처와 이에 대한 해결책을 잘 정리해 놓으니 여러 모로 유익한 생활 지침서가 되었다.   


요즘엔 백세 인생이라고들 말한다. 평균 수명이 늘어서 그런 것일 게다. 운 좋게 백살까지 산다고 하여도 살아온 날보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더 적게 남은 나이가 되었다. 순식간에 지나버린 듯한 나의 오십 년 인생에 대한 후회나 연민 같은 건 없다. 하지만 그다지 자랑스럽게 내세울 만한 것도 없는 인생이었다는 생각에 문득 마음 한구석이 쓸쓸해지는 건 부인할 수 없는 노릇이다. 저자가 주장한 바와 같이 중년은 문제 있던 인생을 바로잡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다. 이 중요한 시기에 내 주변 환경과 마음의 중심을 다시 점검할 수 있는 좋은 책을 만난 듯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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