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트레킹

인제 원대리 자작나무숲 - 2016년 2월 17일

빌레이 2016. 2. 19. 22:49

자식 농사는 끝이 없다고 하지만 딸아이가 대학 문턱을 넘어선 것으로 이제 한숨은 돌린 셈이다. 그동안 의경으로 국방의 의무를 이행 중인 아들과 재수를 끝내고 대학생이 된 딸의 뒷바라지에 매진했던 아내의 노고에 고마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이제는 내가 틈나는 대로 아내를 위로해주어야 할 차례이다. 방학이 끝나기 전에 잠시 짬을 내어 아내와 둘이서 강원도 인제와 속초로 1박 2일의 여행을 다녀오기로 한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떠나는 딸아이를 입학할 대학 앞에 데려다주고 곧장 인제 원대리의 자작나무숲으로 떠난다.


자작나무숲 입구의 주차장에 도착하니 유명세 탓인지 평일인데도 제법 많은 방문객들이 보인다. 간밤에 내린 눈으로 입구에서 자작나무숲까지 가는 3.2 킬로미터 거리의 임도는 하얀 눈길이다. 따스해진 기온과 찬란히 빛나는 햇볕 덕택에 청명한 하늘 아래에서 산책하기에 더없이 좋은 날씨다. 완만한 오르막이 이어지는 임도라서 아이젠을 착용할 필요가 없다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탐방이 가능한 자작나무 숲에 도착하기 전의 임도 주변 풍경도 좋아서 가는 길이 지루하지 않다. 소복히 쌓인 눈이 숲을 하얗게 덮고 있다. 그 위로 시원하게 뻗어 오른 새하얀 자작나무 줄기들이 햇빛을 받아 반짝인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일제히 하늘을 향해 늠름하게 팔을 뻗치고 있는 자작나무 군상의 모습이 아름답다.    


<속삭이는 자작나무숲>이라는 푯말을 지나 숲속 탐방로로 들어간다. 어릴적 고향집 뒤안의 대나무 숲속에서 놀던 때가 연상된다. 순전히 자작나무들만으로 숲을 이루고 있는 이곳에서 한참을 머물러본다. 앙상한 가지만 남아있는 겨울철의 나무들이지만 전혀 삭막하지 않다. 숲 바닥이 하얀 눈으로 덮여 있는 까닭인지 이름 모를 북유럽의 어느 숲속에 와있는 느낌마저 든다. 단체 탐방객이 거의 없어서 비교적 조용하고 호젓한 분위기 속에서 숲속 오솔길을 산책할 수 있었던 것도 큰 행운인 듯하다. 아내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표정이어서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다. 설악산 등반을 다녀오는 길에 철마다 한 번 정도는 다시금 들러봐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