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를 보면 어린 시절 생각이 난다. 시골에서 자란 나는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에 고향 마을에서 보았던 무지개를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비가 갠 직후의 동네 공터에서 앞산 너머에 뿌리를 박고 하늘에 드리워진 또렷한 무지개를 잊을 수가 없다. 아름다운 그 무지개를 타고 금방이라도 하늘에서 선녀가 내려온다 해도 전혀 이상할 것 같지 않았다. 동네 형들이 무지개의 뿌리가 앞산 너머의 논 가운데 있는 샘이라고 하면서 뿌리를 뽑아오면 상을 주겠다고 했던 농담까지 생각난다. 그 이후로 무지개를 볼 때마다 자연스레 그 시절이 떠오르곤 한다.
이번 설악산 여행에서 본 무지개는 우리나라에서 오랜만에 만난 것이어서 무척 반가웠다. 비가 오던 날씨가 미시령 터널을 통과해 속초시에 접어드는 순간 반전을 일으켰다. 먹구름 사이로 햇살이 비추는 빛내림 현상이 있었다. 그리고 그 빛은 설악의 하늘에 아름다운 무지개를 수놓았다. 사진을 자세히 살펴보니 희미하게나마 쌍무지개였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어찌된 영문인지 어릴 적에는 간간히 보이던 선명한 무지개를 요즘엔 만나기 힘들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아쉬운 현상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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