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맛비 계속되던 날씨가 우리의 천화대 등반에 맞추어 절묘하게 변한다. 간밤까지 세차게 내리던 비는 거짓말 같이 멈춘다. 이른 새벽 맑게 개인 하늘 아래에서 헤드랜턴을 밝히고 설악동을 출발한다. 다섯 시가 안 된 시각에 어프로치를 끝내고 설악골 입구에서 장비를 착용한다. 그간 내린 비로 인해 계곡의 물 흐르는 소리는 우렁차다. 첫 번째 피치를 찾아 왼쪽 능선을 타고 넘는다. 전체적으로 디에드르 형태의 크랙 구간인 천화대 릿지 첫째 마디는 중간부에 물이 흘러 내린다. 설악산 등반에서는 첫째 마디를 찾아 나서는 것이 항상 쉽지 않다.
천화대 릿지는 항상 가고 싶은 등반 대상지 중의 하나로 뇌리에 남아 있던 곳이다. 번번히 기회가 닿지 않아 오지 못하던 곳인데 중학교 동창인 정신이와 은경이, 나, 그리고 경화의 부군 되시는 오인교 선생님이 시간을 맞추어 줄을 매게 되었다. 경화는 다음 날 등반에 합류하기로 되어 있다. 네 사람이 즐겁게 이어간 등반은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둘째 마디 위부터 구름이 발 아래로 깔리는 환상적인 운해를 본 것 까지는 좋았으나 마디 사이가 길어 걸어서 이동하는 구간이 너무 빈번했다. 왕관봉까지 다섯 번 이상의 자일 하강 구간이 계속되어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왕관봉 직전에서 흑범길 인공등반 구간으로 길을 잘 못 들어선 바람에 난이도 높은 등반을 해야만 했다. 이 곳에서도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지체되어 희야봉까지 가려했던 당초의 계획을 접고 왕관봉에서 등반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다음 날 등반도 있고 일몰 전에 숙소에 들어가고 싶은 생각도 강했기 때문이다. 설악동에 다시 도착한 시각이 오후 여섯 시 쯤이니 어프로치 포함 열네 시간 정도가 소요된 고단한 등반이었다. 설악의 내밀한 부분을 살펴보는 풍광 뛰어난 루트이지만 천화대 릿지는 등반의 즐거움을 만끽하기엔 걷는 구간과 하강 포인트가 너무 많다는 느낌을 받았다.
1. 정신이가 왕관봉을 오르고 있다. 은경이가 빌레이, 그 뒤는 오선생님이다.
2. 천화대 첫째 마디는 물이 흘러 미끄러운 중간 부분을 넘어설 때 조심해야 한다.
3. 둘째 마디를 올라서니 환상적인 운해가 우리를 반겼다.
4. 처음으로 설악산 등반에 나선 오선생님 뒤로 운해가 펼쳐진다.
5. 천화대 릿지는 자일 하강 해야 하는 구간도 많다.
6. 클라이밍 다운으로 내려서는 부분도 많다.
7. 천화대 릿지의 난이도는 생각보다 높지 않았다.
8. 트래버스 구간에서는 항상 추락에 대비해야 한다.
9. 왕관봉 직전에서 길을 잘 못 들어 흑범길의 난이도 높은 곳을 등반해야 했다.
10. 왕관봉을 발견하고 기뻐하면서 흑범길을 내려서고 있다.
11. 바로 앞에 보이는 희야봉까지 가려던 계획을 접고 왕관봉에서 등반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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