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빙벽등반

인수릿지 등반 - 2013년 6월 6일

빌레이 2013. 6. 8. 18:37

 

 

 

새벽에 정신이가 나를 집앞에서 픽업하여 중간에 은경이를 태우고 도선사 주차장에 도착한 시각은 6시 반경이다. 이른 시각인데도 주차장엔 자리가 거의 없다. 가까스로 주차할 공간을 찾고 어프로치를 시작한다. 초입에서 손정준 선생을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춘클릿지에서 만난 이후 처음인데도 잘 기억해주시니 고맙다. 본격적인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요즘 날씨답게 하루재를 오르는 내내 땀이 흐른다. 그동안 가고 싶었지만 기회가 닿지 않았던 인수릿지를 등반하기 위해 인수봉을 우회하여 설교벽으로 향한다. 한창 물오른 수수꽃다리가 오솔길 주변에서 그윽한 향기를 발산한다.

 

예전에 숨은벽으로 가는 길 중간에 인수릿지 초입에 가본 기억이 있어서인지 비교적 쉽게 등반 출발점을 찾는다. 정신이의 선등으로 첫 번째와 두 번째 마디를 마치고 나니 위에서 외국인들의 말소리가 들린다. 한국인 남자 한 명과 외국 여자 두 명으로 구성된 자일파티가 우리 바로 위에서 쉬고 있다. 우리 먼저 가라고 하지만 우리도 천천히 갈 생각이니 신경쓰지 마시라고 하고 여유부리며 기다린다. 앞팀의 라스트를 맡고 있는 여자와 간단히 영어로 대화해보니 호주에서 왔다고 한다. 하강 후 침니를 넘어서는 부분에서 등반하는 것을 보니 두 여자는 아직 초보 수준인 것 같다. 그래도 아주 여유있게 쉴 것 다 쉬고 안전하게 등반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직벽의 사선 실크랙으로 이루어진 피치를 등반하는 곳에서 호주팀은 우리에게 다시 한 번 먼저 갈 것을 권한다. 아무래도 너무 지체될 것 같아서 감사하다는 표현을 하고 우리팀 먼저 등반한다. 바위 표면이 약간 미끌리는 감이 없지 않지만 세 사람 모두 레이백과 손발 재밍을 적절히 써가면서 비교적 쉽게 오른다. 다음 피치는 사십 미터 가까이 되는 긴 길이의 경사도 높은 크랙 등반 코스이다. 넓은 크랙으로 시작되는 초입에서는 바위 깊숙히 손을 집어 넣으니 확실한 홀드가 잡힌다. 피치 후반부의 볼트에서는 설치되어 있는 슬링을 잡고 인공등반으로 올라서니 비교적 양호한 손 홀드가 있다. 크랙 등반의 재미를 한껏 즐길 수 있는 코스라서 마음에 든다. 그 이후는 별로 어렵지 않은 구간이 인수봉 정상까지 이어진다.

 

인수봉 정상에서 다시 손정준 선생을 만나 기념 사진을 남긴다. 손 선생이 운영하시는 스포츠클라이밍 암장 식구들 사십 여명이 출동했다고 한다. 인수봉 정상에서 한참을 놀다가 하강길에 접어든다. 손 선생님 팀의 하강을 돕고 있는 사모님과도 인사를 나누니 우리도 이미 설치되어 있는 자일로 하강하라고 하신다. 웬떡이냐 싶어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그 팀의 자일에 몸을 맡긴다. 자일 한 동만을 가지고 갔던 우리들은 피치 하강을 해야하는 번거로움을 피할 수 있었으니 이 보다 더 반가울 순 없다. 그렇게 기분 좋은 인수릿지 등반을 마치고 하산을 시작한 시각은 정오쯤이다. 내려오면서 올려다본 인수봉 동면 암벽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수 많은 개미들로 붐빈다. 붐비는 바윗길을 보노라니 새삼 오랜만에 인수봉에서 한적하고 즐거운 등반을 즐겼다는 만족감이 찾아든다. 등반 도중 같이 했던 수수꽃다리의 은은한 꽃향기처럼 기분 좋은 만남이 있어 더욱 기억에 남을 등반이 된 듯하다. 

 

1. 인수릿지는 다양한 형태의 재미 있는 등반을 즐길 수 있는 루트이다.

 

2. 인수봉 북쪽으로 뻗어내린 인수릿지는 주변 풍광도 뛰어나다. 

 

3. 침니 아래로 5 미터 정도 하강한 후 스태밍 자세로 건너편 슬링을 잡아야 하는 구간에서 확보 중인 호주팀.

 

4. 우리는 하강 후 반대편 슬링을 잡고 건너 뛰어 계속해서 등반한다.

 

5. 약간 까다로운 좌향 실크랙 구간을 올라서서 우리에게 순서를 양보한 호주팀을 내려다본다.

 

6. 실크랙 위에서 선등 중인 정신이를 빌레이 보는 중.

 

7. 인수릿지의 하일라이트는 사십여 미터의 크랙 등반이 이어지는 이 구간인 듯하다. 

 

8. 어프로치 때부터 등반내내 활짝핀 수수꽃다리의 향기가 좋아서 등반이 더욱 즐거웠다.

 

9. 오늘의 인수릿지는 호주팀의 양보를 받은 우리가 처음으로 오른다. 우리 뒤에는 아주 많은 팀들이 줄을 섰다.

  

10. 좌측의 크랙 부분을 올라서면 우회로를 지나 그리 어렵지 않은 슬랩이 정상까지 이어진다.

 

11. 인수C길 종착점에 있는 피톤과 만나면 사실상 어려운 부분의 등반은 끝난 셈이다.

 

12. 인수봉 정상 직전엔 완만한 슬랩이 이어진다.

 

13. 인수봉 정상의 바위 그늘에선 벌써 많은 이들이 쉬고 있다.

 

14. 인수봉 서면의 하강포인트로 이동하는 등반가들.

 

15. 손정준 선생의 암장 팀들이 설치해놓은 하강용 자일을 이용해 단숨에 하강할 수 있었다.

 

16. 손 선생님 팀에는 유명 탤런트인 최필립씨도 있었다. 

 

17. 오랜만에 다시 만났는데도 반갑게 맞아주시는 손정준 선생과 기념 사진 한 컷.

 

18. 정오쯤의 하산길에 올려다본 인수봉 동면 루트들은 많은 등반가들로 붐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