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빙벽등반

춘클릿지 등반 - 2013년 6월 8일

빌레이 2013. 6. 8. 19:43

춘천 의암댐은 삼악산과 드름산 사이의 암반 협곡을 흐르는 북한강 물줄기를 가로막아 건설되었다. 협곡을 이룬만큼 의암호를 호위하고 있는 삼악산과 드름산의 북한강변 경사각은 상당하다. 삼악산 맞은편의 드름산엔 춘천 클라이머들이 개척한 춘클릿지가 있다. 이 바윗길을 두 번 등반한 적이 있지만 내가 그리 좋아하는 루트는 아니다. 우선은 바위가 날카롭고 표면이 미끄러운 규암 계열이라 홀드를 잡았을 때의 느낌이 화강암 바위와는 달리 썩 좋지만은 않다. 잔돌도 많아 낙석에 주의해야 하고, 피치 상에서 선등자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꺽이는 부분이 많아 자일이 손상되기 쉬운 곳이기도 하다. 이러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춘클릿지가 매력적인 것은 우리 나라 바윗길 풍경에서는 드물게 물빛 고운 의암호와 삼악산의 깍아지른 절벽이 조화를 이룬 절경을 등반 내내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오월 초의 천등산 등반에서 자일파티를 이루었던 네 사람이 춘클릿지 등반에 나선다. 어부인인 선희씨가 평소 춘클릿지의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싶다고한 바램을 들어주기 위해 정신이가 특별히 신경써서 등반 일정을 잡은 것 같다. 토요일 이른 아침 여덟 시경에 어프로치를 시작하여 등반에는 다섯 시간 정도가 소요되었다. 아래에서 보기보다 까다로운 첫째 마디는 지난 번 두 차례의 등반에서 좋지 않은 느낌이 있었는데 선등한 정신이의 간접빌레이로 오늘은 비교적 가뿐히 올라선다. 선희씨가 첫째 마디라 몸이 덜 풀려서 그런지 약간 어려움을 느낀 듯하지만 그래도 무난히 해치운다. 셋째 마디까지 등반하는 동안 과거의 춘클과는 달리 등반의 즐거움이 새록새록 살아나는 느낌이 있으니 기분이 좋아지고 자신감도 생기는 듯하다.

 

춘클릿지의 하일라이트는 사십 미터 직벽으로 구성된 넷째 마디이다. 선등하는 정신이가 평소와는 다르게 힘겨워 한다. 중간에 두 번 정도 쉬었다 가는 모습에 밑에서 빌레이 보는 동안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다. 날씨가 더운 탓에 손바닥에 땀이 나서 홀드가 미끄러운 모양이다. 초크를 충분히 매만진 후 등반을 계속하여 확보점에 안착하는 모습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내가 쎄컨으로 붙어보는 바위는 여전히 애매한 홀드들 투성이지만 초크 자국을 따라 손과 발을 움직여 보니 예전보다는 쉽게 오를 수 있다. 피치 길이가 길고 경사도가 높기 때문에 체력도 요하는 코스라서 정신이처럼 두 번 쉬고 천천히 오른다. 정신이의 아내인 선희씨도 마디 초반부에서 약간 지체되었을 뿐 생각보다 잘 오른다. 은경이는 언제나처럼 씩씩하게 라스트로 잘 올라온다. 그렇게 모두들 힘든 넷째 마디를 끝내고 성취감을 만끽하면서 의암호를 배경 삼아 기념촬영을 한다. 호수 위에는 오늘따라 카누들이 큰 물고기떼처럼 많이 보인다.

 

넷째 마디를 끝내면 그 다음 세 피치는 보너스처럼 즐기면서 등반할 수 있는 코스이다. 등반자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꺽어지는 구간에서는 로프도 보호하고 후등자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마디 중간 적당한 곳에서 선등하던 정신이가 후등자 빌레이를 본다. 두번째로 오른 내가 정신이를 지나쳐 나머지 완경사 구간을 먼저 올라 마디 끝지점의 쌍볼트에 확보하고 자일을 당긴다. 이러한 방식으로 등반해보니 여러 가지로 좋다. 춘클릿지 같은 루트에서는 앞으로도 이러한 방식을 자주 사용해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즐거운 등반을 마치고 정신이 부부가 준비한 빈대떡과 은경이표 소세지빵으로 맛있는 점심을 먹고 하산한다. 요새 암벽등반에 관심이 많은 중학교 동창인 용배와 경화가 삼악산을 등산하고 내려와 의암댐에서 합류한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막국수 한사발로 회포를 풀고 즐거운 춘클릿지 등반을 마무리한다. 무엇보다 조금씩 등반능력이 향상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는 사실이 뿌듯하고 좋다.    

 

1. 사십 미터 직벽 구간인 넷째 마디 위에서 의암호를 내려다보니 많은 이들이 카누를 즐기고 있다. 

 

2. 의암호 둘레를 감싸는 자전거 도로가 완성되어 그 길을 따라 짧은 어프로치를 한다.

 

3. 첫째 마디는 중간 이후가 오버행이고 보기보다 홀드가 양호하지 않아 쉽지 않은 구간이다.

 

4. 정신이는 아내에게 춘클릿지의 아름다운 풍경을 선물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 마음이 좋다.

 

5. 춘클릿지의 하일라이트인 넷째 마디는 홀드도 희미하고 고도감도 상당한 구간이다.

 

6. 등반내내 의암호의 멋진 풍경이 함께 한다. 붕어섬에는 태양열 집열판이 설치된 듯하다.

 

7. 여섯 번째 마디도 그리 쉬운 코스는 아니지만 넷째 마디 이후라서 상대적으로 쉽게 느껴진다.

 

8. 라스트를 맡은 은경이는 여느 때처럼 묵묵히 잘 오른다.

 

9. 마지막 일곱째 마디에도 짧은 오버행이 들어있어 등반의 재미를 높여준다. 

 

10. 등반을 끝내면 멋진 소나무가 반겨준다.

 

11. 하산길 말미엔 하드프리 암장인 의암바위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