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첫 바위타기에 나선다. 아침 8시 정각에 구파발역에서 네 명이 만난다. 언제 보아도 즐거운 친구들인 정신이와 은경이를 비롯하여 나와 같은 교회 다니는 유집사님께서 함께 하셨다. 유집사님은 지난해부터 릿지 등반에 관심을 가지고 계셨다고 한다. 오늘 기회가 되어 처음으로 릿지 등반을 같이 하게 되었다. 택시로 효자파출소까지 이동하여 시구문으로 향한다. 일 년에 한 두 번씩 오는 길이라 항상 새롭다.
완만한 슬랩인 땀바위 초입에서 장비를 착용한다. 유집사님에게는 첫 경험이 될 등반이기에 무엇보다 안전에 신경쓴다. 나와 함께 등산학교 암벽반을 졸업한 두 친구가 있으니 마음 든든하다. 원효봉까지는 자일 사용이 필요치 않은 바위 코스를 따라 오른다. 유집사님은 초보 답지 않게 거침이 없으시다. 따사로운 봄볕이 좋아 바위 타기가 즐거운 날씨다. 원효봉 정상에서 간식을 먹고 휴식을 취한 후 북문을 지나 염초릿지에 오른다. 본격적인 등반이 시작되는 염초 직벽에서 장비를 점검하고 내가 먼저 오른다.
은경이의 든든한 빌레이를 믿고 직벽의 크랙에 두 개의 캠을 설치하며 오른다. 홀드가 양호한 세로 크랙이라 어렵지는 않지만 항상 첫 피치와 선등은 긴장되기 마련이다. 그래도 예전보다는 쉽게 해치운 것 같다. 다음으로 은경이가 오르고 크랙 끝에서 유집사님을 간접빌레이로 확보한다. 유집사님은 직벽에서도 겁 없이 오르신다. 몸 속에 타고난 바위꾼의 피가 흐르는 것 같다. 정신이까지 안전하게 오른 후 안자일렌으로 릿지등반을 이어간다. 책바위 하강도 하고 말바위 날등도 재미 있게 통과하여 백운대에 오르니 일반등산객들로 만원이다.
백운대 아래의 따뜻하고 아늑한 아지트에서 점심을 나눠먹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낮잠이라도 한숨 즐기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고 하산길에 나선다. 백운대를 오르내리는 일반등로는 사람들로 붐빈다. 그래서 호랑이굴 쪽으로 하강하기로 한다. 나무에 확보하고 첫 번째 자일 하강을 마친 후 대슬랩 위의 확보점을 발견한다. 그쪽으로 하강을 하고 싶어 45 미터 자일을 이용해 일차 하강 후 확보점에 네 사람이 모인다. 그런데 아무래도 두 번째 하강은 자일 길이가 모자를 것 같다.
고심 끝에 정신이가 기지를 발휘하여 일 미터 정도 부족한 길이를 런너줄을 사용하여 해결한다. 다행히 확보점이 있는 곳의 경사면이 어느 정도 완만하여 정신이의 재치가 통할 수 있었다. 무사히 바닥까지 자일 하강한 후 장비를 정리한다. 백운산장으로 내려와서 막걸리 한 잔 씩으로 하산주를 하면서 오늘의 등반을 갈무리한다. 백운대 대슬랩 하강 시의 위험한 상황을 잘 해결한 것 말고는 특별히 위험스런 요소는 없었던 등반이었다. 처음 같이한 유집사님도 여러 차례 함께 등반한 사람처럼 한 팀으로 편안히 보조를 맞춰주시는 바람에 더욱 즐거운 등반이 되었다.
1. 염초 직벽을 오르고 계시는 유집사님. 거침없이 오르신다.
2. 원효봉 릿지길의 초입격인 땀바위를 오르고 있는 일행들.
3. 염초릿지로 향하는 슬랩 등반을 즐기는 일행들.
4. 원효봉에 이르는 바윗길은 몸풀기에 적당하다.
5. 책바위에서 짧은 하강을 한다.
6. 예전엔 자일을 사용하지 않고 클라이밍 다운으로 책바위를 내려왔었다.
7. 염초릿지의 하일라이트인 말바위 구간을 지난 직후의 일행들.
8. 일반 등산객들로 붐비는 등로를 피해 대슬랩으로 자일 하강한다.
9. 따뜻한 봄볕 속에 마음 맞는 자일 파티와 즐거운 등반을 즐긴 것에 감사하는 마음.
10. 말바위를 오르고 있는 나의 모습. 유집사님께서 찍어 주신 컷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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