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지식

[해외트레킹] 존 뮤어 트레일 358km (하)

빌레이 2012. 1. 13. 15:25

[해외트레킹] 존 뮤어 트레일 358km (하)
천국 속에서 득도하는 고행자의 기쁨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 358km 걷기
▲ 뮤어 패스를 향해 걷고 있는 백패커들.

6일차인 8월 18일 출발한 지 4시간 만에 실버 패스(Silver Pass)에 도착했다. 실버 패스에서 만난 마이클 일행은 친구 사이로 하루 10마일 정도 걸으면서 목표 예정일도 없이 존 뮤어 트레일을 천천히 즐기고 있었다. 마이클은 스코틀랜드식 치마를 입고 있어서 인상적이었는데 나도 친구와 다시 오고 싶다고 하니 그는 “Girl? or Boy?”라고 묻는다. 나는 그저 웃으면서 이미 결혼했다고만 대답했다.


▲ 실버 패스에서 내려다 본 광활한 하이 시에라(High Sierra).

끝까지 완주할 수 있을까?
오후 3시37분 레이크 에디슨 페리  갈림길목에 도착했다(37°24.755'N 118°55.471'W·7,871ft). 실버 패스의 고도가 1만900ft이고 이곳의 고도가 7,871ft이므로 무려 3,000ft(900m) 이상을 내려온 것이다.


점심시간에 나를 앞서간 토머스를 다시 만났다. 그는 이미 발톱 3개가 검게 죽었고, 침낭도 얇아서 에디슨 레이크로 탈출하기로 했단다. 순간 나는 토머스를 따라 에디슨 레이크로 빠져나갈까 하는 유혹에 빠졌다. 혼자 여기까지 왔으면 많이 온 거 아닌가. 다음에 다시 더욱 철저하게 준비해서 오면 되지 않을까……. 그러나 나는 에디슨 레이크로 빠져나가겠다는 토머스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 나에게는 아직 더 걸어야 할 길이 있었다.


▲ 1 레이크 에디슨 페리(Lake Edison Ferry) 갈림길목. 2 GPS와 필기도구. 주요한 마일스톤과 하루 일정 등을 빼놓지 않고 메모했다. 3 로즈 레이크(Rose Lake) 갈림길목에서의 휴식.

토머스와 헤어진 후 오르막길이 계속되었다. 지도에는 패스라고 표기되어 있지 않지만 나는 속으로 이 오르막을 오르면서 ‘Hell Pass(지옥 고개)’라고 제멋대로 작명했다. 토머스와 헤어진 후 심리적으로 위축된 상태에다 충분한 음식을 먹지 못해 영양상태도 나빠 입술이 까맣게 터서 입을 벌리기 힘들었고, 손톱 주변은 갈라져서 따가웠다.


고개는 다 넘었어도 야영지까지는 멀었다. 개울이나 호수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상에서 다시 4km 정도를 지나자 야영지가 나왔다. 최악의 운행이었다. 처음으로 헤드랜턴을 켜고 운행했고, 완전히 어두워진 오후 8시5분에야 겨우 야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37°22.673'N 118°54.200'W·9,296ft).


7일차인 8월 19일. 이날은 셀든 패스(Selden Pass)를 넘어 뮤어 트레일 랜치(Muir Trail Ranch)에 도착할 예정이다. 이곳은 전체 일정에서 중간 지점에 해당되며, 다음날 부족한 식량과 스토브를 공급받기로 한 곳이다.


오후 1시10분쯤 나의 그림을 그려주었던 제시카를 다시 만났다. 역시나 빠른 걸음으로 올라오고 있다. 그녀는 맘모스 레이크(Mammoth Lake)까지 친구를 배웅하고 다시 트레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오후 1시30분 마리 레이크를 통과했다. 작거나 크거나 아름답지 않은 호수가 없지만 마리 레이크도 대단히 아름다운 호수였다. 특히 셀든 패스를 오르면서 내려다보는 마리 레이크는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오후 2시40분 2개의 호수로 이루어진 샐리 키즈 호수를 통과했다. 초원을 가로지르고, 호수 옆으로 이어진 아름다운 트레일을 따라 빠른 속도로 걷는다. 뒤따르는 제시카도 쉬자는 얘기 한마디 없다. 나 역시 이제 곧 긴 여정의 가장 중요한 마일스톤(milestone)인 뮤어 트레일 랜치를 바로 앞두고 설레는 마음으로 걷고 있었다.


오후 4시51분 마침내 플로렌스 레이크(Florence Lake)로 내려가는 트레일과 존 뮤어 트레일의 갈림길에 도착했다. 여기에서 뮤어 트레일 랜치까지는 1마일도 안 된다. 그 어느 이정표보다 감개가 무량하다. 이제 나는 이곳에서 하루 푹 쉴 수 있으며, 스토브와 부족한 식량을 얻게 될 것이다.


8월 20일 이 날은 뮤어 트레일 랜치에서 하루 쉬면서 식량과 스토브를 보급 받기로 한 날이다. 물론 왕복 20km 정도를 걸어가서 보급 받아야 했지만 나는 마치 소풍가듯이 가벼운 마음으로 식량을 받기로 한 플로렌스 레이크로 향했다.


플로렌스 레이크 리조트는 말이 리조트이지 한국의 대형 위락시설을 연상하면 안 된다. 그저 우리나라의 편의점보다 작은 가게가 하나 있을 뿐이며, 전화 통화도 되지 않는 곳이다. 가게에는 주식이 될 만한 식품은 많지 않았지만 햄버거와 견과류, 음료 등을 팔고 있었으며, 가스와 휘발유 등의 연료도 팔고 있었다. 간단한 진통제와 반창고, 정수약품, 아스피린 등도 구할 수 있다. 플로렌스 레이크 리조트도 하이 시에라에 겨울이 찾아오는 9월 중순이면 폐쇄된다. 자세한 것은 웹사이트(http://www.florence-lake.com)를 참조한다.


▲ 셀던 패스를 오르면서 내려다 본 마리 레이크 (Marie Lake).

나는 이곳에서 미국 현지에서 트레커들을 지원하는 케이트렉(K-Trek) 전석훈 대표로부터 미리 맡겨 두었던 식량과 스토브를 보급 받았다. 남은 일정은 7~8일 예정이었지만 가벼운 라면과 누룽지, 알파미 등 약 6일치 식량만을 챙겼다. 식욕을 돋우는 김치제육 등의 포장 식품이나 보관이 편한 통조림은 무게와 쓰레기 때문에 아예 제외했다. 라면도 봉지를 모두 해체하여 잘게 부수어 곰통에 넣고, 라면 수프도 다 뜯어 커다란 지퍼백 하나에 모두 담았다. 짐을 단 1g이라도 줄여야 했으며, 쓰레기를 남기지 않기 위한 조치였다.


예전에 봐왔던 사진 속으로 뛰어든 느낌
이제 절반을 왔다. 휘트니까지 남은 절반 구간에는 식량을 보급 받을 수도, 중간에 탈출하기도 여의치 않다. 이제 이곳을 통과하면 휘트니 포탈까지 계속 가야 한다. 식량과 스토브를 보급 받은 나는 마치 전쟁터에서 총과 총알을 보급 받은 병사와 같은 심정이었다. 모든 게 여유로웠고, 하이 시에라의 아름다운 풍경은 더욱 빛났다.


▲ 1 에볼루션 레이크(Evolution Lake)를 뒤돌아보며. 2 샐리 키즈 호수(Sallie Keyes Lakes)를 지나고 있다. 3 플로렌스 레이크 선착장.

모든 게 너무 느려 시간마저도 정지된 듯한 한 장의 그림 같았다. 한계가 있는 나의 기억 때문에 나는 그 아름다움을 완전히 봉인해서 간직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것은 기억으로도, 사진으로도 불가능한 일이다. 단지 지금 이 순간 마음껏 즐기는 게 올바른 일이다.


뮤어 패스는 오늘 일정에서 가장 중요한 마일스톤이다. 높이(3,644m)도 높이려니와 뮤어 패스에는 존 뮤어 트레일의 가장 대표적인 랜드마크라고 할 수 있는 뮤어 헛(Muir Hut)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뮤어 헛 앞에 서자 왈칵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지난 2년간 여러 가지 자료와 서적을 뒤지며 사전 조사를 했을 때 사진으로만 보아왔던 뮤어 헛. 나는 실제 뮤어 헛 앞에 서 있는 게 아니라 예전에 보았던 그 사진 속으로 갑자기 뛰어든 듯한 느낌이었다. 이 무인 대피소는 존 뮤어를 기리며 1931년 시에라클럽에서 세운 것이다.


11일차가 되던 8월 23일 누적 운행 거리가 255km에 이르렀다. 이제 남은 거리는 ‘불과’ 100km 정도다. 나는 걷고, 걷고, 또 걸었다. 어느 순간 ‘걷는’ 내 육신과 ‘사고’하는 내 머리가 분리되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까맣게 죽은 발톱도, 이미 터져 버린 물집도 더 이상 아프지 않았다. 어깨를 짓누르던 배낭의 무게도 마치 풍선처럼 느껴졌다.


8월 25일은 하루에 2개의 패스를 넘은 날이었다. 오전 10시25분 글렌 패스(Glen Pass)는 쉽게 넘었으나 존 뮤어 트레일에서 가장 높은 포레스터 패스(Forester Pass·1만3,200ft)는 그 높이만큼이나 쉽지 않았다. 어느덧 해가 진 오후 6시55분, 마침내 포레스터 패스에 도착했다. 포레스터 패스를 넘는 길은 예상보다 거칠고 힘들었다. 만년설이 넓게 펼쳐져 있었고, 스위치백으로 이어진 오르막도 상당히 가팔랐다.


▲ 너휴 패스를 향하는 길에 만년설이 쌓여 있다.

4일째 앞서거니 뒤서거니 동행했던 로버트는 어젯밤 약간 상기된 표정이었다. “One day, Two Pass!, one day, Two Pass!”라고 여러 번 중얼거렸다. 하루에 두 개의 패스를 넘어온 자신이 자랑스러웠던 게다. 아홉 개의 패스를 모두 넘었고, 이제 휘트니 정상만을 남겨두고 있다는 사실은 내게도 뿌듯한 일이었다.


구릉지대를 지나면서 휘트니에서 출발한 존 뮤어 트레일 종주자 2명을 만났다. 그들은 이제 막 휘트니를 지났으니 아직도 보름 이상을 걸어야 요세미티에 닿게 될 것이다. 나는 길을 끝내가고 있었으나 오히려 그들이 부럽기도 했다.


천국 속에서 득도하는 고행자의 기쁨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 358km 걷기
▲ 1 뮤어 패스의 뮤어 헛 앞에 서자 감정이 북받쳤다. 2 포레스터 패스를 지나자 한동안 내리막길이 이어지고 광활한 구릉이 나타났다. 3 해가 뜨면 걷고, 해가 지면 걸음을 멈추었다.

오후 6시30분 휘트니가 올려다 보이는 기타 레이크에 도착했다. 기타 레이크는 휘트니 정상 등정을 위한 베이스캠프와 같은 곳이다. 많은 팀들이 낮에 있었던 비와 낙뢰를 피해 이곳에 머물면서 내일의 정상 등정을 준비하고 있었다.


기타 레이크에서 LA에 거주하는 재미 경복고 동문산악회원인 한국 교민들을 만났다. 어니언 밸리(Onion Valley)로 들어와서 휘트니 포탈로 내려가는 구간 산행을 하고 있었다. 나는 이틀을 앞당겨 종주를 마칠 예정이었으나 LA로 돌아가는 교통편을 구하지 못한 상태라서 난감해하던 차였다. 염치 불구하고 LA까지 차를 얻어 탈 수 있느냐고 물었고, 흔쾌히 승낙하셨다. 나는 차를 얻어 타기 위해 하루 더 머물면서 그분들과 동행했다. 마지막 날 LA 교민을 만난 것은 참으로 드라마틱한 일이었다.


휘트니 정상으로 향하는 8월 26일 아침 간단한 식사를 마치고 오전 6시50분 기타 레이크를 출발했다. 나의 배낭 무게는 이제 15kg 남짓이었다. 식량도 누룽지 1인분 정도와 라면 1인분 정도만 남았으며, 연료도 200mml 정도 남았다. 나는 홀쭉해진 배낭에 교민 중 연세가 많으신 분의 짐을 패킹해서 올라가기로 했다. 곰통과 침낭, 텐트 등을 받아 배낭에 패킹하니 첫날 출발할 때처럼 풀 패킹 배낭이 되어 머리 위로 올라온다. 그러나 나는 30kg이라도 짊어지고 올라갈 수 있을 듯했다.


기타 레이크를 출발한 지 3시간30분 만에 휘트니 정상에 도착했다. 나는 지난 보름간 ‘내가 휘트니 정상에 섰을 때 어떤 감정일까? 끝까지 갈 수는 있는 것일까? 정상에 선다면 감격스러워 와락 눈물이 날까? 아니면 나도 모르게 크게 소리를 지를까?’ 무척 궁금했었다. 그러나 막상 정상에 서자 가슴이 조금 먹먹했을 뿐 오히려 차분해졌다.


▲ 보트에서 바라본 트레일 쪽 풍경. 멀리 보이는 봉우리는 Mt. Shinn과 Ward Mountain이다.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지난 보름간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출발하던 날, 곰에게 음식을 뺏기던 날, 일행과 헤어지던 날, 스토브가 고장나던 날, 어두워졌으나 야영지를 못 찾아 당황하던 날, 에디슨 레이크에서 마음이 흔들리던 날…. 굽이치는 하이 시에라를 내려다보며 나는 잠시 깊은 감회에 빠졌다.


정상에는 스미스소니언 협회(Smithsonian Institution)에서 세운 무인 쉘터가 있다. 나는 무인 쉘터 앞에 있는 방명록에 이름을 남겼다. 존 뮤어 이래 많은 사람들이 이 자리에 섰을 것이고, 앞으로도 내 이름 뒤로 많은 사람들이 이름을 남기게 될 것이다.


100년이 지난 지금도 아름다움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듯이 앞으로도 수백 년, 아니 수천 년을 이 아름다움 그대로 간직하길 간절한 마음으로 기원했다.


▲ 1 트레일 캠프. 해가 뜨기 전인 새벽 휘트니 정상으로 향하는 백패커들의 랜턴 불빛이 꼬리를 잇고 있다. 2 기타 레이크(Guitar Lake)의 야영지. 비구름에 휘트니 정상이 가려져 있다.

358km 트레일은 끝났으나 길은 끝나지 않았다
휘트니 정상을 내려와 트레일 캠프(Trail Camp)에서 마지막 밤을 보냈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이 모든 것들이 일제히 마지막이지 않으면 안 될 것처럼 되어 버렸다.


어제 빗길에 미끄러진 왼쪽 허벅지 안쪽의 근육통은 심해져 걷기가 불편했고, 카메라의 배터리는 총 9개 중 마지막 1개가 남았으며 그마저도 2%밖에는 남지 않았다. 스토브의 연료도 바닥이 거의 드러났으며, 식량도 누룽지만 약간 남았다. 스틱도 한쪽은 완전히 휘고, 바스켓마저 어디론가 달아나 버렸다. 요세미티 장비점에서 구입한 싸구려 매트리스는 여기저기 뜯기고 얇아져 이제는 바닥의 한기를 고스란히 내 등으로 전달했으며, 심지어 일지를 적는 메모장도 이제 3~4페이지만 남았을 뿐이다. 더 중요한 것은 나는 이제 이 길을  그만 끝내야겠다고 결심한 것이다.


▲ 1 휘트니 정상에서 내려다 본 휘트니 포탈 방향. 멀리 론 파인(Lone Pine)으로 나가는 도로가 희미하게 보인다. 2 휘트니 정상에서의 기념사진.

다음날 아침 하산 길에 나선 지 2시간30분 만인 오전 8시30분에 휘트니 포탈에 도착했다. 마운틴 휘트니 트레일 입구임을 알리는 이정표 앞에 서자 나는 약간 맥이 풀리는 느낌이었다. 지난 보름간의 여정이 이렇게 아무런 이벤트 없이 끝나는 것이구나. 종착점에는 나를 기다리는 사람도, 내가 가슴 벅차게 끊어야 할 테이프도 없었다. 언제나처럼 소박한 이정표가 서 있을 뿐이고, 그리고 다시 길을 떠나는 사람들이 여럿 보였을 뿐이다. 358km 트레일은 끝났으나 길은 끝나지 않았다.


존 뮤어 트레일! 그동안 행복했다. 그리고 그 길 위에서 만났던 모든 사람들이여, 부디 행복하시라. 우리는 늘 길 위에 있다. <연재 끝>


▲ 개울을 건너기 위해 등산화를 벗어 목에 걸었다.

존 뮤어 트레일에서 개울 건너기


존 뮤어 트레일을 종주하다 보면 여러 번 개울을 건너야 하는데 대부분 돌로 된 징검다리가 있거나 쓰러진 나무를 걸쳐놔 쉽게 건널 수 있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등산화를 벗고 물을 건너야 하는 경우도 두세 번 만나게 된다. 특히 눈이 녹기 시작하는 6월과 7월 초에는 수위가 높아 매우 조심해야 한다. 빠르게 흐르는 물은 보통 무릎 위보다 수위가 높으면 위험하다. 스틱을 잘 이용해 균형을 잡거나 일행이 있다면 보조 자일을 이용하는 게 안전하다.


▲ 존 뮤어 트레일 종주를 위한 윌더너스(Wilderness) 퍼밋.

존 뮤어 트레일의 퍼밋


존 뮤어 트레일 종주를 위한 퍼밋은 6개월 전부터 팩스나 우편으로 신청할 수 있다. 요세미티를 포함한 국립공원의 당일 하이킹은 별도의 퍼밋이 필요 없다. 그러나 하루 이상 야영을 한다면 반드시 사전 퍼밋을 받아야 가능하다. 물론 입구에 레인저들이 지키고 있거나 감시 초소가 없지만 그것은 당연하게 지켜야 하는 룰인 것이다. 퍼밋에는 국립공원 내에서 지켜야 할 수칙들이 적혀 있다. 그 중에는 한 그룹의 최다 인원수는 15명으로 제한하며, 1/4마일(400m) 내에서 8명 이상이 떼 지어 지날 수 없다는 내용도 있다. 퍼밋 신청은  http://www.nps.gov/yose/ planyourvisit/wildpermits.htm을 참조한다.


▲ 뮤어 트레일 랜치의 패티 할머니. 시에라클럽 회원이기도 한 그녀는 백패커들의 짐을 손수 챙기고 있었다.

뮤어 트레일 랜치에서의 식량 보급


뮤어 트레일 랜치는 존 뮤어 트레일뿐 아니라 PCT 종주자들에게도 오아시스 같은 곳이다. 대부분의 종주자들은 이곳으로 미리 식량을 보내서 중간 보급을 받는다. 식량과 장비는 양동이(Bucket)에 넣어서 보내야 하며, 찾고자 하는 날로부터 일주일 이전에 도착하도록 해야 한다. 양동이 하나당 보관비용은 55달러이며, 무게는 25파운드(약 11kg)로 제한한다. 보관 기한은 픽업 예상일로부터 2주일인데, 기한이 지나도록 찾아가지 않은 양동이는 식량이 부족한 다른 백패커들에게 나누어준다. 만약 식량이 떨어졌으면 이곳에서 주인이 찾아가지 않은 식량을 얻을 수도 있다. 빈 양동이는 이곳에 두고 갈 수 있다. 자세한 서비스 내용은 http://www. muirtrailranch.com을 참조한다.


▲ 재미 경복고 동문산악회 구본태 선생(사진 왼쪽).

존 뮤어 트레일에서 만난 사람


재미 경복고 동문산악회와 구본태 선생
마지막 날 극적으로 만난 재미 경복고 동문 산악회 교민들에게 큰 신세를 지고 왔다. 휘트니 포탈에서 LA까지의 교통편뿐 아니라 LA에서 귀국하는 날까지 마땅한 거처가 없었는데 4일간이나 식사와 잠자리를 제공해주신 교민 1세대 김선기 선생님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또한 한국인 최초로 캘리포니아 포티너즈(California Fouteeners) 15개 봉을 등정한 구본태 선생님도 계셨다. 캘리포니아 포티너즈는 시에라네바다 지역의 높이 1만4,000ft(약 4,200m) 이상인 15개의 산을 지칭한다.


구본태 선생님은 오래 전부터 산악활동을 해 오신 분으로 2008년 스타라이트(Starlight) 봉을 등정함으로써 20년간의 대장정을 마친 것이다. 필자와 함께 휘트니로 오르던 날 22번째의 휘트니 등정이라고 한 구 선생님은 서면 인터뷰에서 존 뮤어 트레일을 “천국 속에서 득도하는 고행자의 기쁨”이라고 정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