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 선생이 예수님을 영접하는 과정이 진솔하게 표현된 책 <지성에서 영성으로>를 단숨에 읽었다.
칠십이 넘은 나이에 주님을 영접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어령 선생의 사회적 지위나 그간의 살아온 행적으로 보아
세상의 모든 가치를 뛰어 넘어 기독교에 귀의하는 과정은 지켜보는 이로 하여금 감동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베드로 같은 어부를 제자 삼가도 하고, 바울 같은 당대 최고의 지성인을 제자 삼기도 하는 주님이시다.
이어령 선생이 세례를 받기까지 벌어지는 일련의 과정은 바울이 제자되는 과정을 많이 닮아있다.
이 책 <지성에서 영성으로>는 1년 전쯤에 아내가 사서 읽었던 책이다.
그동안 나는 책장에 꽂혀있는 것을 지켜보다가 엊그제 우연히 펼쳐본다는 게 끝까지 읽게 된 것이다.
아내가 이 책을 읽었을 때에 나는 홀로 가족과 떨어져 벨지움의 루벤대학 연구소에서 지내고 있었다.
교토대학 연구소에서 홀로 외로움을 곱씹는 이어령 선생의 모습에서 아내는 유럽에서 지내고 있던 나를 생각했다고 한다.
실제로 이어령 선생이 마트에서 세일하는 쌀 한 포대를 짊어지고 교토대학 외국인교수 숙소로 가던 모습은
내가 루벤의 아시안상점에서 십 킬로그램의 쌀 한 포대를 배낭에 메고 베긴호프의 숙소로 향하던 모습과 영락없이 닮았다.
여러 가지로 벨지움에서 지내던 시기가 연상되어 책을 읽는 내내 남의 일 같지 않은 구석을 많이 발견할 수 있었다.
교토대학의 연구소 생활 동안 루빈슨크루소가 된 것 같은 외로움 속의 생활이 발단이 되어
이어령 선생은 주님을 영접하게 되고, 그 후 세례도 일본에서 받게 된다.
결과적으로는 하나님께서 교토로 이 선생님을 부르신 것이라 할 수 있다. 나도 비슷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2002년도 부활주일날 브뤼셀한인교회에서 세례를 받을 당시의 외로움이 결국은 신앙생활에 도움이 되었고,
하나님께서 나를 유럽으로 불러내셨다는 것을 강하게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이어령 선생은 참 많은 것을 알고 있는 지성인 중의 지성인이다.
지식이 너무 풍부해서 오히려 가볍게 보이고, 그 분의 인품이 과소평가되는 부분이 많은 사람이기도 하다.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해석하는 그의 통찰력 있는 분석은 그의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 시원함을 선사한다.
이 시대 우리의 위대한 지성인 중의 한 분인 이어령 선생의 솔직 담백한 고백과도 같은 이 책은 그의 또 다른 일면을 보여준다.
작가는 외로워서 글을 쓴다고 했다. 화가는 외로워서 그림을 그린다고 했다.
외로움을 이기기 위해서 우리들은 많은 행동을 취한다.
사막에서의 타는 목마름이 있어야 갈망이 있고, 그 갈망을 채우기 위한 몸부림으로 우리는 하나님을 찾는다.
지성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갈증을 영성으로 채울 수 있음을 어렴풋하게나마 느낄 수 있는 좋은 책을 읽었다.
1. 홀로 루벤대학에 있을 때 숙소가 있던 골목... 외로움 속에서 단순한 생활이 때론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준다..
2. 기독교 신자가 아니라 할지라도 읽어보면 꼭 도움이 될만한 좋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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